<함께걸음> 창간 32주년 축하의 글 > 지난 칼럼


<함께걸음> 창간 32주년 축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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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걸음>은 장애우 인권운동의 살아있는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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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이사장·<함께걸음> 발행인

2010년대를 지나 2020년대라는 또 다른 10년 단위가 시작되고 나니, 1988년 3월에 창간한 <함께걸음>의 역사성이 더욱 커다랗게 새겨지는 실감을 느끼게 됩니다. 1987년 12월에 창립한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창립 그 자체가 세상에 대한 전면적인 도전이었습니다. 모든 게 차별뿐이었던 장애우들의 현실을 호소하고 동정을 바라는 차원이 아닌, 동등한 인간으로서의 인권과 권익의 확보를 내세웠다는 건 당시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역사적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연구소 창립 후 첫 번째로 펼친 사업이 바로 월간 <함께걸음>의 창간이었습니다.

출간 자체가 힘겹고 열악했던 재정상황 속에서도, <함께걸음>은 대한민국 장애우들이 처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세상에 알렸습니다. 차별이 있는 곳에, 피눈물과 한숨 가득한 곳에, 절망의 어둠 속에, 절규의 외침이 울려 퍼지는 그 모든 곳에 가장 먼저 달려간 것이 <함께걸음>이었고, <함께걸음>의 취재로 밝혀진 이 사회의 구조적 비리는 곧바로 연구소의 실천과제로 설정돼 인권의 사각지대를 걷어내는 상승작용으로 이어졌습니다. 장애우 생존과 인권을 위한 각종 법 제정을 처음 외친 것도 <함께걸음>이었고, 장애우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의 현실을 파헤치기 시작했던 것도 바로 <함께걸음>이었습니다. 이 땅의 장애우 인권운동 역사가 <함께걸음>의 발자취 안에 그대로 담겨 있는 것입니다.

<함께걸음>의 정신은 ‘현장의 사람’입니다. 보도자료만 각색해서 쏟아내는 언론기사들의 홍수 속에, <함께걸음>만큼은 장애우 현장과 인권의식을 앞세운 창간정신을 끝까지 계승해야 합니다. 드러난 성과가 아니라, 여전히 감춰진 차별과 아픔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그리고 장애우와의 연대,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아름답게 함께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창간 32주년. 무엇보다 먼저 ‘지금까지 살아남았음’을 자축하고 싶습니다. 그만큼의 가시밭길이었습니다. 그만큼의 차별과 혐오와 멸시의 세상이었습니다. 이젠 앞서나가는 좌표가 돼야 합니다. 방향성을 가리키는 등대가 돼야 합니다. 그러한 막중한 임무가 주어져 있음을, 모두가 타협하고 회피하는 그 지점을 파고드는 선봉에 서는 오늘과 내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함께걸음>은 해낼 수 있고 해내야 합니다. 여전히 고되고 힘든 발걸음입니다. 하지만 반드시 해낼 거라 믿습니다. 그게 바로 <함께걸음>의 존재이유이기 때문입니다.

 

 

연대의식을 깊이 새기며 함께 나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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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숙 한국장애인개발원 원장

장애인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장애인권과 복지를 이야기하는 언론 <함께걸음>의 창간 3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장애에 대한 몰이해와 차별이 존재했던 30여 년 전, 장애를 가진 사람은 지금의 장애인권과 복지는 감히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생존권의 장벽을 느꼈습니다.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출범하고 1988년 가장 처음 시작된 사업인 <함께걸음>은 냉정했던 우리 사회에 장애인권과 복지를 말하고 장애의식의 변화를 외쳤습니다.

우리 사회의 이면에서 장애당사자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풀어낸 모든 기록이 쌓여, 장애인을 위한 법과 제도 마련에 기틀이 되었습니다. 1990년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고, 1990년 「장애인고용촉진법」이 제정됐습니다. 1994년에는 「특수교육진흥법」이 개정되고 현재는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용어가 일상화되던 시기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회통합을 꿈꾸는 지금이 오기까지 가장 앞장 서 나섰던 언론이 <함께걸음>이었습니다.

수십여 년에 걸친 장애운동과 함께 장애인 역사는 발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차별을 마주합니다. 인권침해 사건들이 발생하고, 많은 사람이 인간다운 삶을 얻고자 헌신하고 있습니다.

지난 1988년 창간 이후 장애인복지사(史)와 함께 걸어온 유일한 장애 월간지 <함께걸음>이, 앞으로도 국민이 장애문제에 관심을 두고 참여할 수 있도록 가장 따뜻한 불빛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도 <함께걸음>의 연대의식을 깊이 새기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함께 사는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월간지 <함께걸음> 창간 32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무한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벗으로 존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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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

20년 전 야학을 통해 사회에 나오면서 장애인 이야기가 실려 있는 ‘함께걸음’이라는 책을 접하며 ‘장애인의 문제도 이야기해 주는 잡지가 있구나.’ 하고 놀라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던, 그렇게 <함께걸음>을 처음 만났습니다.

활동보조 서비스가 실행되지 않던 시절, 어머니는 항상 장애를 가진 딸을 걱정하며 죽어도 눈을 감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하셨고, 아버지는 술을 한 잔씩 드시면 홀로 남게 될 딸이 걱정돼서 같이 죽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셨지요. 저의 부모님처럼 장애아를 가진 부모나 당사자인 장애인이 살아갈 제도적인 복지 혜택이 없었을 때였으니 그런 말씀을 하실 수밖에 없었고, 당사자인 저는 듣고 있을 수밖에 없는 슬픈 모노드라마였습니다.

2000년도 늦은 가을, 야학에 나온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장애인 야학 학생들을 대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집에서는 항상 뒷전이고 결정권 없이 가족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는데, 야학에 와 선생님들을 통해 우리가 수동적이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체험을 통해 깨닫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 하나뿐 아니라 이 세상을 같이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렵게 선택한 야학이지만 내가 야학을 선택한 것이 옳은 선택이었다고 확신하며, 다시는 방구석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그때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2006년 장애인 지역공동체 대표 제의를 받게 되었고 야학을 졸업하며 대표 자리에 오르게 됐는데, 대표가 되며 바로 ‘활동지원서비스 제도화 투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일 년 365일 매일 투쟁하다시피 거리에서 살고 있지만, 아직도 바뀌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100세 시대라고 떠들어 대면서, 장애인은 65세가 되었다고 장기요양으로 넘어가라 하는 나쁜 제도에 걸려 있는 게 바로 저 자신입니다. 이건 현대판 고려장입니다. 이런 나쁜 제도를 없애는 투쟁에 모두가 동참해야 할 일입니다.

2011년 1월호라고 기억됩니다. 제가 <함께걸음>의 표지로 소개된 적이 있었죠. 당시의 저는 사회에 나온 지 9년이 돼서, ‘이제야 9살’이라고 저를 말했는데, 이젠 스무 살의 성인이 되어갑니다. 더 열심히 살고 더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예산이 반영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와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보장 등을 위해, 앞으로도 ‘빡센’ 투쟁을 위해 결의하는 나날에 <함께걸음>이 장애인의 든든한 벗으로 존재하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32주년 축하드립니다. <함께걸음>의 독자로 늘 함께하겠습니다.

 

 

봄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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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함께걸음> 전 기자이자 애독자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취득해 2년간의 영국생활을 마치고 5년 전 쯤 귀국하면서, 저는 제 전공(문예창작)이 의미 있는 곳에서 발휘되길 바랐습니다. 그러다 우연찮게 <함께걸음> 기자 공고를 접하게 됐고, 그렇게 장애계 그리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인연을 맺게 됐죠. 그런데 한 가지 비화가 있으니 저는 당시 서류에서 탈락했고, 며칠 뒤 재공고를 보고는 온라인 지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서를 보충해 연구소를 찾아가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어쩌면 무례일 수 있는 당돌함을 열정으로 봐주신 연구소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연구소로 불쑥 찾아가는 멋쩍음을 무릅쓴 용기는, 지금까지 제 생의 여러 선택 중에 잘했던 일로 늘 꼽고 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퇴직을 앞두고 마지막 주간회의에서 저는 주책없는 눈물을 보였습니다. 야근도 빈번하고 업무가 부담될 때도 많았는데, 왜 퇴직이 후련하지만은 않았는지 자문한다면 만감이 교차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좀 더 잘했어야 했다는 후회도 있었지만, 연구소에서 일을 하며 만난 좋은 인연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아쉬움도 있었고, 무엇보다 <함께걸음>이라는 귀한 매체를 통해 삶의 시야가 넓어졌다는 사실에 감사를 느꼈으니까 말이죠.

저는 그 뒤 대학원 재학 중에, 연구소에서 진행한 학대피해장애인자립지원 스토리북 <피자는 둥글다>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2018년 2월부터 12월까지 염전학대피해 장애인 등 많은 피해 당사자들을 만나 그들의 자립과정을 듣고 지켜보았습니다. 스토리북이 출간되고 연구소 식구들이나 지인들에게 격려의 인사를 들었지만, 그 1년의 과정 또한 제가 받은 선물이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다달이 이어진 만남을 통해 우리가 등한시하는 평범함이 사실 얼마나 빛나고 특별한 건지, 그리고 생(生)이란 참으로 숭고하다는 사실을 깊이 절감했으니까 말이죠.

저는 얼마 전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5·18민주화운동 40주년 서울사무국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약 반년 동안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준비하고 기념하고 기록하게 되는데, 그 일에 지원하기 위해 연구소에 경력증명서를 받으러 가며 어쩐지 설레고 좋은 봄기운 같은 감정을 느꼈습니다. 32년이라는 긴 시간 장애인의 권익 증진을 위해 발간돼 온 <함께걸음>에, 기자로서 짧지만 한 시기에 몸 담았다는 사실은 늘 참된 노동과 글을 쓰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추가 됩니다. 다시 한 번 중심을 잡아, 5·18민주화운동의 40주년을 위해 뛰어보려고 합니다. 3월입니다. 모든 독자 분들이 다시 맞이하는 봄기운 속에서 빛나는 평범한 순간을 만끽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작성자김성재 이사장 와 3인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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