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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교육부의 지침에 장애학생은 없다

온라인 수업 진행에 따른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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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상반기의 최대 이슈 중 하나는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다. 이젠 필수품이 된 마스크와 손 소독제, 그리고 대면보다는 비대면의 활성화와 사회적 거리두기, 온라인으로 하는 수업이나 회의 등 이전에는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상황들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여기에 온라인 수업이 진행됨에 따라, 올해 1학기 전체를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로 방침을 정하는 학교가 다수 나타났다. 전에 없던 초유의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 혼란스러울 것이다. 특히 장애학생의 경우에는 그 혼란이 몇 배로 증가한다. 이에 온라인 수업의 진행으로 장애학생이 처한 교육현장의 모습을 이번 <함께걸음> 지면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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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육개발원 디지털교육연구센터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수업 첫 화면 갈무리

 

수어통역이 너무 작아요

매주 토요일마다 실시간으로 대학원 수업을 듣고 있는 A씨는 청각장애가 있다. 수어통역을 받으면서 수업에 임하고 있을 텐데, 얼마나 수업을 잘 따라가고 있을까.

“우린 수업을 리모트미팅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컴퓨터 화면 한 쪽에 교수님을 포함해서 같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과 수어통역사의 얼굴이 다 뜨거든요.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의 수가 많으면 그만큼 사람들의 얼굴이 나오는 화면의 크기도 작아질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뉴스 화면에 나오는 수어통역사의 크기보다 더 작아요. 매주 토요일마다 하루종일 수업을 듣는데, 수어통역이 나오는 크기가 너무 작으니까 계속 보고 있기도 힘들고 수업에 집중하기도 어려워요. 수어통역하는 크기가 조금 더 크면 좋을 텐데…. 그리고 수어통역사 두 분이서 장시간의 수업을 나눠서 통역해 주시기 때문에, 그분들도 많이 힘드실 것 같아요.”

여기서 말하는 ‘리모트미팅(Remotemeeting)’은, 특별한 가입이나 앱의 설치없이 회의방(또는 수업방)을 개설한 사람(주로 교사나 교수)이 알려주는 코드번호를 입력하여 웹브라우저에서 화상회의나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입장한 방 안에서 ‘카메라’를 켜면 그 방에 참여한 구성원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게 되고, 보여주길 원하지 않으면 카메라를 끄면 된다. 또 ‘마이크’를 켜면 본인이 말하는 것이 구성원들에게 들리고, ‘문서 공유’를 통해 발표할 내용 등을 구성원들이 함께 볼 수 있는 기능도 있다.

또 리모트미팅은 구성원들이 말하는 것을 자막으로 보여주는 기능도 있지만, 마이크를 켜놓은 사람이 많으면 그만큼 하울링이 생긴다. 그래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자막의 정확성이 높은 편은 아니다. 또한 A씨의 경우처럼 구성원이 많이 참여할수록 카메라를 통한 구성원의 얼굴 크기가 작아지기 때문에, 수어통역사의 통역하는 모습을 계속 보면서 수업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수어가 아닌 문자로 수업내용을 통역받는 경우는 어떨까. 문자통역으로 수업을 받는 B씨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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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모트미팅으로 진행 중인 온라인 수업의 화면 갈무리. 수어통역사의 화면 크기가 너무 작다. (초상권 보호를 위해 모자이크 처리함)


“저도 리모트미팅으로 수업을 듣고 있는데, 크게 두 가지 어려움이 있어요. 먼저 저는 문자통역 받는 화면을 계속 봐야 하잖아요. 그래서 수업 중간에 교수님이 보여줄 내용이 있거나, 발표하시는 분이 발표자료를 보여주기 위해 문서 공유를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럴 경우 문서 공유된 화면과 문자통역 받고 있는 화면을 동시에 보기가 어렵게 돼요. 두 화면 중 하나의 화면을 보는 동안 다른 화면은 보지 못하게 되는 거죠. 두 번째는 수업 시간에 질문을 하고 싶은데, 질문할 타이밍 맞추기가 어려워요.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모두 마이크를 켜두면 하울링이 심하거든요. 그래서 수업 중에는 교수님만 마이크를 켜고, 학생들는 마이크를 다 끄고 있어요. 그랬다가 나중에 교수님이 질문 시간을 주실 때, 질문을 하고 싶으면 마이크를 켜고 질문하면 돼요. 리모트미팅 화면 오른쪽 상단의 마이크 버튼을 누르면 마이크가 켜지는 아주 간단한 동작을 하면 돼요. 그런데 제가 질문을 하려면 먼저 속기사에세 질문하겠다는 신호를 보내서 문자통역을 잠시 중단하게 하고, 문자통역 받고 있는 화면을 리모트미팅 화면으로 바꿔야 돼요. 그리고 마우스 커서를 마이크 아이콘으로 가져가서 마이크를 켜고 막 질문을 하려고 하면, 이미 다른 학생이 질문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타이밍 맞추기가 어렵다는 거죠. 아! 한 가지 더 있어요. 교수님을 제외하면 말하는 사람이 말할 때 본인이 누구인지 말하지 않는 이상, 수업 중에 지금 누가 말하고 있는지 제대로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수업의 분위기라고나 할까요? 이런 걸 제대로 느끼기 어려우니까 조금 답답하기도 해요.”

그렇다면 컴퓨터 등 영상 기기의 ‘화면’을 보기 힘든 시각장애학생의 경우에는 어떻게 수업에 참여하고 있을까? 시각장애학생은 화면을 보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대신 화면에서 나오는 음성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웹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있는 전맹인 시각장애학생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저희는 수업을 줌(zum)으로 듣고 있어요. 한번은 줌에 개설된 수업방에 입장해서 수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저만 강제로 그 방에서 나와진 적이 있어요. 무슨 문제인지 저는 화면이 보이지 않으니까 알 수가 없었죠. 그래서 함께 수업을 듣는 조교 선생님한테 연락해서 상황을 설명드렸어요. 그런데 조교 선생님이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는지를 ‘사진’ 몇 장을 문자로 보내주시면서 이렇게 해보라 하더라고요. 저는 눈이 안 보이니까 무슨 내용의 사진인지 알 리가 없죠. 당황스러웠어요. 물론 이런 경우(온라인 수업)가 처음이니까 조교 선생님도 정신없이 바쁘고 그렇겠죠. 하지만 작년까지 학교를 다니면서 저에 대한 학습지원을 해보셨을 텐데, 그냥 사진을 보내는 것처럼 장애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경우가 몇 번 있었어요. 여긴 수업을 듣는 장애학생이 저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요즘 온라인 수업에서 종종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장애학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리모트미팅이나 줌과 같은 시스템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접근성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은 문제가 더 크다. 수업에 참여하는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더라도, 발표를 하기 위해 ‘문서 공유’를 하게 되면 시각장애학생은 그 문서를 보지 못한다. ‘화면 해설’ 기능이 없는 한 수업에 제대로 참여할 수가 없게 된다.

위의 사례들은 주로 대학(원)생의 경우에 해당한다. 즉 문자·수어 통역처럼 장애학생에 대한 편의지원이 최소한으로라도 이루어지고 있고, 장애학생 입장에서도 시스템의 부족한 부분으로 인해 발생하는 어려움을 직접 이야기하며 개선해 나가고 있다. 반면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의 온라인 수업에는 이러한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다. 또한 장애학생들이 스스로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 학교에서 요구하는 것들이 학부모의 과제가 되어 버리는 문제점도 발생하게 된다.

특수교사 ㄱ “온라인으로 진행하면서 학습의 단계 중 ‘평가’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평가는 성적에 반영되는 수행평가가 아니고, 수업을 듣고 충분히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죠. 비장애학생들은 댓글이나 통화 등으로 수업에 대한 참여도 및 이해도를 확인할 수 있지만, 제가 지도하는 장애학생들은 수업을 열심히 듣는 것과 별개로 이러한 방식으로 평가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실상의 모든 평가를 등교 전까지 미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온라인 콘텐츠와 자료 제작 경험이 부족한 교사들은 5분짜리 동영상을 만드는 데에도 2~3시간 이상 소요되기도 합니다. 온라인으로 하는 수업이 처음 맞은 상황이라서 오프라인으로 수업할 때보다 노력과 시간, 비용이 더 많이 들게 됩니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그리고 교묘한 교육부

교육부는 코로나19 사태에서 학생들의 ‘안전 보장’과 ‘학습권 보장’을 위해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실시하고, EBS는 임시채널을 증설하여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모든 학년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여 학업 결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학생들’에 당연히 포함돼 있는 ‘특수교육대상 학생’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고, 정작 그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움직임은 교육부가 아닌 특수교사와 당사자들의 노력에만 의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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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사 ㄴ “사실 교육부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장애학생에 대한 지침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아쉽기만 해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던 시점, 교육부에서 ‘대면 교육을 최소화한 순회교육 강구’라는 지침을 내린 적 있거든요. 이는 교사와 학생, 그리고 가족 구성원의 안전은 명백히 고려하지 않은 지침이고, 당시 중앙대책본부가 발표한 ‘강력한 거리두기’라는 방역 지침을 교사로 하여금 어기게 하는 상황으로 몰고 갔어요. 뿐만 아니라 지역교육청과 단위학교에게 ‘자율성 부여’라는 이름을 붙인 교육부는 모든 책임에서 교묘하게 벗어났어요.”

특수교사 ㄱ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 로 완화될 때, 교육부는 순차적으로 등교한다고 발표했어요. 이 발표는 교원단체와의 간담회, 교원 설문조사, 학부모 설문조사 등 교육 구성원의 의견을 수립하고 반영했기에 충분히 존중하지만, 그에 대한 세부적인 지침이 나올 때마다 특수교육현장에서는 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아서 고민이 되었어요. 장애학생 중 이미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을 경우, 면역력이 약해 전염병에 감염될 위험이 커요. 그럼 자연스럽게 함께 수업하는 교사와 학생들, 그리고 가족 구성원에 대한 전파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겠죠. 또 보통 일반학교 특수학급은 통합학급과 특수학급을 오가는 형태로 학습이 이루어지잖아요. 그럼 장애학생은 각 학급으로 스스로 또는 도움을 받아서 ‘이동’이 필수인데, 교육부에서는 전반적으로 이동수업을 제한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어요. 이동이 제한되면 장애학생들의 학습권이 보장될 수 없어요. 그리고 학습 및 신체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은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교사와의 신체 접촉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교사와 학생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지침만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 겁니다.”

급하고 긴박한 상황이라는 명목 아래, 교육부는 특수학급·특수학교에 대한 제대로 된 매뉴얼이나 콘텐츠가 미비한 가운데 대책발표부터 했다. 즉 언어적·신체적·사회적 지원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하는 장애학생들의 교수환경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발표부터 된 것이다. 그럼 장애학생들이 학습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이 차별적인 상황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특수 문제는 특수 문제로 해결해야 한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게 된 현 상황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컴퓨터와 같은 영상기기에 교육이라는 ‘행위’를 어떻게 담아내는가의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꼭 ‘장애’나 ‘특수교육대상자’를 전제로 하지 않더라도, 이 문제는 특수교사뿐만 아닌 일반 초·중·고등학교 모든 교사가 지닌 고민이자 문제이다.

특수교사 ㄴ “결국 우리 모두의 문제지만, 큰 틀에서는 교육부에서 지침을 냈더라도 결국 장애학생에 대한 부분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아 이런 상황이 오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특수교사 분들이 하고 있는 생각을 많이 나누고 서로 들어주면 좋겠어요. 장애가 있는 우리 아이들의 문제가 결국은 소외되어 있는 다른 아이들의 문제가 될 수도 있고, 특수교사의 어느 문제가 또 어느 경우에는 교육현장에서 소외되어 있는 다른 어떤 교육의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우리처럼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의 생각들 속에 분명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수학급이나 특수학교에는 ‘특수’ 문제로만 특화된 부분이 있다. 시각장애학생에게는 점자로 된 학습지 제공이나 영상에서 화면해설이 필요하다는 것을 굳이 예로 들지 않더라도, ‘장애’가 있으면 그에 따른 ‘정당한 편의제공을 받을 권리’와 그것을 통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이 ‘당연한 사실’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교육부에서는 지금부터라도 장애학생의 ‘특수 문제’에 대한 교육 매뉴얼과 콘텐츠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을 촉구한다.
 

작성자박관찬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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