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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인권 변혁의 중심은 NGO에게 있다[만난사람]사단법인 유엔인권정책센터 상임대표 신혜수
대담 이승현 기자 | 정리·사진 채지민 객원기자  |  walktou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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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7.19  11: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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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경력에다가 큰 목소리부터 앞세우는 이들을 직접 만나보면, 오히려 공허하다는 느낌을 얻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적인 내용이 하나도 없다는 결론만 남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호 ‘만난 사람’은 정말로 ‘큰 어른’을 만나 뵙고 왔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국제적인 인물이라서가 아니다. 인권운동의 대표적 인물 중 하나이기 때문도 아니다. 대화 내내 작고 낮은 음성이었지만, 자신을 스스로 얘기할 때는 ‘겸손’이었고 운동의 당위성을 언급할 때는 ‘단호함’이었으며, 한마디 한마디 정확하게 이어지는 논리전개는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실제 삶의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렸는지가 ‘반증’되었기 때문이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민간보고서 작성을 위해, 수많은 단체들의 역량을 한데 모으고자 24시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와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 부의장을 역임했고, 현재 유엔사회권위원회 위원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사단법인 유엔인권정책센터(Korea Center for United Nations Human Rights Policy : 약칭 KOCUN, 이하 ‘코쿤’)를 이끌고 있는 신혜수 상임대표가 이번 만남의 주인공이다.

   
 

 

Q _ 오래 전부터 꼭 찾아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남의 시간을 흔쾌히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이 땅의 여성인권운동, 특히 장애여성인권운동을 위해 큰 발자취를 남겨주신 점 또한 깊이 감사드리고 싶다
아니다. 제가 오히려 많이 배웠다. 성폭력특별법제정추진위원회의 위원장을 할 때, 같이 참가한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와 여러 단체들을 통해 우리나라 장애여성에 대한 심각한 인권유린의 현실을 절실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그 심각성이 그 정도인지는 미처 몰랐다. 덕분에 큰 배움을 얻게 되었다는 걸 이 자리를 통해 밝히며 말씀드리고 싶다.

Q _ 이번 만남에서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민간보고서와 관련된 진행상황의 전반적인 말씀을 듣고 싶다. 먼저 장애인권리협약 민간보고서가 지금 여섯 분야의 워킹그룹으로 나눠져서, 각 분과별로 회의를 진행하는 걸로 알고 있다
일단 7월 말까지 아주 기본적인 ‘초안의 초안’을 작성한 뒤, 9월 정도에 정식 초안을 완성할 예정으로 준비하고 있다. 그것을 번역해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 제출하는 걸 내년 1월로 잡고 있다. 원래는 2015년에 심의할 거라고 했는데 그 일정이 당겨질 수도 있다는 정보를 접하게 돼서, 일단 내년 4월로 예정된 사전실무그룹회의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 원래 일정대로 2015년에 진행된다면, 준비과정에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길 것 같다.
 
Q _ 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라는 게, 장애인의 인권과 관련되어 국제적으로 효력을 발휘하는 유일한 협약인가
꼭 그렇지는 않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핵심 유엔인권협약이 아홉 개가 있다. 장애인권리위원회를 빼면 나머지가 여덟 개 위원회인데, 거의 모든 위원회에서 장애인의 인권을 다 다룰 수가 있다. 제가 지금 위원으로 있는 데가 사회권위원회인데, 사회권위원회에서도 장애인 이슈를 많이 다루고 있다. 사회권이라고 하면 노동권·교육권·사회보장권·문화권 등이 다 포함된다. 사회권 보장을 위해 적정한 생활수준의 권리를 규정한 조항도 있는데, 사회적 권리에 있어서 장애인들도 그것을 다 누리고 있는가를 면밀히 살피게 된다. 예를 들어 장애인의 취업률과 장애인 교육, 장애인의 최저생활보장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등을 사회권위원회에서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자유권위원회에서는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있어서 평등권을 중심으로 장애인 문제를 다루게 된다.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는 여성장애인의 문제를 다루고, 아동권리위원회에서는 장애아동에 관한 사항을,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서는 다양한 인종의 장애인 현실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거다.

   
 
Q _ 그렇다면 거의 모든 위원회에서 장애인 인권 문제를 살펴볼 수 있다는 말씀인가

그렇다. 장애인 문제 중에 특히 여성장애인 문제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 한다면, 자유권위원회·사회권위원회·여성차별철폐위원회·장애인권리위원회 등 모두 다 기본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가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위원을 8년 담당했었다. 그때도 여성장애인 이슈를 자주 제기했던 바 있다. 하지만 해당 국가가 여성장애인에 대한 정보를 주지 않으면, 그 국가의 현실에 관한 상황을 알 수 없게 된다. 예를 들어 제가 아프리카의 A라는 나라를 심의한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그 나라 여성장애인의 실제상황을 모르고 있지 않은가.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여성장애인 현실에 대한 정보도 포함해서 보고서를 내라고 권고까지 했지만, 해당 국가가 그 정보를 포함 안 했을 때는 그 내용을 알 길이 없게 된다. 그런 경우에는 ‘당신의 나라에서 여성장애인의 상황은 어떠냐?’ 하는 피상적인 질문만 던질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그 나라 안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엔지오(NGO, Non-Government Organization : 비정부기구·비정부단체)가 있어서 ‘A국(國)에서는 여성장애인에 대해서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다. 형편없이 폭력의 피해를 받고 있고 취업률은 더 낮으며, 여성장애인들은 교육조차 못 받아서 문맹률이 얼마이다.’ 하는 구체적인 정보를 공식적으로 제기한다면, 위원회 위원들이 해당 국가의 대표단에게 보다 더 확실한 질문과 지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닌가. 그렇기에 우리나라의 장애계도 국제적인 시스템을 더 많이 알아야 한다. 보다 더 다양하게 활용하며, 적극 주장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도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 드리고 싶다.

Q _ 여기서 원론적인 대목으로 잠시 돌아가야겠다. 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라는 게 정보접근권이 거의 보장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 재가장애인들과 시설장애인들에게는 아예 다른 나라 얘기처럼 들릴 수가 있을 것 같다. 또한 민간보고서를 작성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인권운동을 하는 이들에게도 정확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과 민간보고서가 장애인 인권에 미칠 현실적 영향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정리를 해주시면 좋겠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가입을 했다. 그 협약의 조항 내용 그대로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고, 그 책임을 지겠다는 걸 전 세계 앞에서 확실히 약속했다는 의미가 된다. 장애인들이 기본적으로 모든 부문에서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국가의 책임을 명기한 것이기에, 그 협약에 가입한 국가는 그 내용을 명확히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한국은 이 협약을 제정하는 데도 열심히 참여를 했다. 그렇기에 협약에서 요구한 대로 기본적인 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제출했다. 현재 그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고, 그 심의 결과로 내려지는 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Q _ 대한민국 정부가 장애인 인권과 그 권리에 대한 의무이행을, 국제사회를 향해 확실히 약속했다는 것인가
그렇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의 장애인 당사자들은 국제적으로 인정된 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모든 내용을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제사회 앞에 밝힌 대한민국 정부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그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게 된다면 당사자 스스로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고, 이 사회로부터 어떤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를 가장 기본적인 사항부터 깨달을 수 있게 된다는 거다. 일례로 시설이든 그룹홈이든 어디든 간에 좋은 대우를 받으며 지내는 이들도 있겠지만, 굉장한 학대나 유기방임을 당하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유엔장애인권리협약과 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낸 권고를 보면, 이제는 대규모 시설이 아니라 가정집 같은 분위기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게 기본적으로 지향해야 할 우리의 방향임을 밝히고 있다.

더 간단한 예로 외출했을 때 장애인용 화장실이 없다거나, 있다 해도 남녀 각각 따로 구비되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럴 경우에 ‘아, 이건 내가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인데, 지금 한국은 이걸 제대로 안 하고 있구나.’ 하는 걸 알게 되어 당국에 요구할 수 있다. 재가장애인의 경우 특히 정보접근권을 예로 들 수 있겠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수화통역과 자막처리, 음성파일 지원은 기본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그건 기본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제공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협약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기본 권리를 얻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사정과 상황을 주위에 널리 알리고, 장애인들이 서로 함께 힘을 합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다 적극적으로 장애인단체에 가입하고 개인과 단체 양쪽의 노력을 통해, 조직적인 힘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는 환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Q _ 당연한 권리를 국가 내부의 문제로만 바라보다 보니, 그동안 생각의 폭이 무척 좁았다는 생각이 든다. 유엔의 권리협약과 국제사회와의 약속이라는 큰 틀로 관점을 돌리니까, 모든 권리를 보다 더 적극적으로 찾아야겠다는 의욕 또한 갖게 되는 것 같다. 민간보고서 안에 대한민국 장애인의 현실이 정말 잘 반영되며 작성되기를 기대하는데, 지금 준비 중인 민간보고서 안에는 주로 어떤 내용들이 들어가게 되는가
한마디로 말해서, 정부보고서가 잘못 얘기한 걸 지적하고 바로 잡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위원회에서 참고하는 기본보고서는 정부보고서이다. 정부보고서에다가 각 조약기구에서 내린 최종 권고문들이 한데 모이게 된다. 그것들을 먼저 살핀 다음에 민간보고서인 엔지오보고서가 활용된다. 엔지오보고서는 정부보고서가 한국 장애인의 현실을 굉장히 왜곡했다든지, 또한 중요한 걸 빠뜨리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술했다든지 하는 부분에 대해 아주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그래서 엔지오보고서는 모든 조약기구에서 모두 다 중요하게 취급한다. 

Q _ 어떤 면에서는 국가보고서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
국가보고서는 기본이다. 국가보고서‘보다’라고 하면 어폐가 있지만, 국가보고서에서 간과하거나 잘못한 부분들을 엔지오보고서가 정확히 짚어준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도 거의 똑같은 현상을 보이는 게 있다. 보여줄 만한 것들만 잘 포장해서 보여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같은 이런 법이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관련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고,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관련 심의를 위해 무슨 위원회를 두고 있다’ 등등의 내용을 다 나열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렇다면 그 법을 제정해서 얼마나 장애인들의 삶이 나아졌나.’ 하는, 그 효과에 대해서는 거의 얘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과 정책과 프로그램과 캠페인 같은 건 죽 열거하며 보고서에 쓰는데, 그게 실질적으로 장애인들이 생활에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시민적·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있어서 얼마나 향상이 있는가 하는 내용은 들어 있지 않다. 그 빠뜨린 부분들을 엔지오보고서가 지적하는 것이다. 정부보고서에는 장애인등급제 같은 제도는 절대 언급되지 않는다. 그런 제도가 장애인의 존엄성과 인간적인 품위를 얼마나 훼손시키는지의 실상을 밝히는 게 바로 엔지오보고서이다. 그래서 해당 위원회 위원들은 국가보고서와 다른 기구에서 낸 권고문과 엔지오보고서를 비교 검토한 뒤, 대한민국 정부 대표단에게 이런 지적을 하는 게 가능해진다. ‘당신들의 국가보고서에선 이러이러하다는 내용이었는데, 우리가 입수한 다른 소스(정보)에 의하면 이렇지 않고 저렇다는 게 확인됐다. 이게 어떻게 된 거냐?’ 이걸 해명하라든지 비판을 하든지, 아니면 더 개선된 어떤 정책을 시행하라는 견해가 나오게 된다. 그런 식으로 보다 더 적절하고 날카롭고 꼭 필요한 문제제기를 통해, 가장 합리적인 최종 견해가 채택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엔지오보고서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심지어 몇몇 나라의 정부 대표들은 왜 그렇게 각 조약기구에서 엔지오보고서를 더 중요시하게 취급하느냐고 공공연하게 불평을 드러내기도 한다.

 

   
 
Q _ 그렇다면 지적된 문제점들을 우리나라가 반드시 개선하고 시행해야 할 만큼, 위원회의 권고가 강제적인 효력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거기에 대해서 논란이 좀 있다. 위원회가 내는 최종 권고문이 과연 법적 강제성이 있느냐 없느냐는 항상 뜨거운 감자였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법적인 강제성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한국 정부가 가입한 협약에 의해서 설립된 위원회가 내는 거니까, 그것도 당연히 의무로써 시행해야 한다는 게 주된 해석이다. 강제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 유엔 시스템에서 강제할 권한을 가진 것은 사실 안보리밖에 없다. 전쟁이 났을 때 군대를 파견할 실질적인 힘이 안보리에게만 있기 때문이다. 유엔총회 결의안이라든지 인권이사회 결의안 같은 건 다 국제적인 압력을 넣기 위한 장치이지, 당사국이 그걸 안 지켰을 때 인위적으로 강제하게 할 방법은 없다. 아무리 각종 결의안을 내며 규탄을 해도, 꿈쩍하지 않는 북한의 예가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 국가가 그것을 이행하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엔지오이다. 사회적인 여론을 조성해서 정부에게 압력을 가하고, 정부가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드는 게 바로 엔지오의 힘이다. 여론의 힘으로 국가를 압박하는 역할이 엔지오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엔지오가 활발한 나라는 유엔 권고문 이행이 훨씬 더 잘 된다. 우리나라의 엔지오 역량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렇기에 최종 견해가 나오면, 그걸 가지고 정부에게 이행을 촉구하는 모니터링도 지속적으로 실시하며 연대활동을 계속할 예정으로 있다.  
 
Q _ 말씀을 듣다 보니, 민간보고서의 중요성과 그 이후의 성과가 미리부터 보이는 것 같아 기대가 정말 커진다. 하지만 민간보고서에 수록될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과정까지가 쉽지 않을 거라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장애계의 수많은 단체 중에도 자신들의 이권만 생각하는 단체가 있고, 자신의 분야만 생각하는 이익집단 같은 단체도 있으며, 정말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 등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코쿤(KOCUN), 그러니까 (사)유엔인권정책센터의 역할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 모든 면은 일정 부분 경쟁과 견제와 갈등이 다 존재한다. 제가 여기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단체별 편차가 조금씩 생긴다 해도 우리 안에서 자체적으로 잘 조율해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오히려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제가 그동안 여성운동과 인권운동을 계속 해오면서 느꼈던 것이지만, 시민운동을 하면서도 서로의 영역을 잘 모른다는 점이 늘 단점으로 아쉬웠다. 사실 인권이라고 하는 건 통합적으로 서로를 잘 알아야 하는 대상이다. 그래서 장애인 인권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여성인권과 아동인권도 알아야 하고, 여성운동을 하는 사람 또한 장애인 인권과 다문화가정의 인권도 살펴봐야 한다. 그렇기에 이런 연대보고서를 쓰는 과정을 통해서, 그 외연이 보다 넓혀지면 좋겠다고 기대를 한다. 나의 권리가 중요하지만, 남의 권리도 중요하게 잘 이해해야만 서로서로 조화롭게 사는 나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Q _ 대표님은 정말 그 누구보다 넓은 세상을 두루 경험하면서, 다양한 삶의 현장을 직접 관찰하셨을 것 같다. 많은 나라들의 시민운동도 바라보셨을 텐데, 우리나라의 장애인 인권운동의 수준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어느 정도인지가 늘 궁금했다
그건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아주 높은 수준이다. 제가 가지고 있는 의견으로 설명 드리겠다. 우리나라의 시민운동 전반, 여성운동과 장애인운동 모두는 한국의 특수한 경험 때문에 굉장히 앞서 있다고 저는 판단한다. 우리에게는 성공한 경험들이 많다. 예를 들면 식민지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열심히 독립운동을 했고, 비록 분단 상황은 계속되고 있지만 전쟁을 겪은 뒤 그 폐허의 참상에서 다시 국가를 재건했다. 가난을 물리치고 지금의 발전을 이뤄낸 거다. 그 다음 독재를 쓰러뜨리고 민주주의를 쟁취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그 많은 것들이 한 나라 안에서 계속적인 긍정의 경험으로 쌓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게 우리의 힘이다.

이웃나라 일본만 보더라도, 우리보다 더 빨리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정착이 이뤄졌지만, 그래서 정말 많은 시민단체가 만들어졌지만 그들은 뭉치지를 못한다. 전국에 그 많은 단체가 있는데도 하나로 합쳐지지 못하고, 힘이 결집되지 않으니까 정부 정책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르다. 우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해, 비록 의견이 다른 단체라 해도 하나로 뭉쳐 집회를 하고 농성을 하며 결과물을 쟁취했다. 하나의 목표를 정해서 한데 모여 이루어내는 힘이 우리의 강점이다. 한국은 조직적 역량이 발전을 했고, 그런 과정이 축적되면서 긍정적인 경험을 연이어 이뤄냈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함께 노력해서 성취하는 내적 역량이 바로 오늘날 우리 엔지오의 토양을 만들었다고 저는 평가를 한다. 그래서 저는 한국을 굉장히 희망적으로 본다.

Q _ 아주 좋은 말씀을 들은 것 같다. 끝으로 격려의 한마디를 부탁드리고 싶다. 이 땅의 시민운동을 하는 수많은 이들이 갈수록 열악해지는 운동 환경에 힘겨워하고 있다. 공약을 뒤집는 건 예사이고, 아예 소통 자체를 거부하는 기득권층의 행태에 분노하고 있지만 대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들이 좌표를 다시 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씀해 달라
무엇보다 먼저 정부가 듣도록 여러 가지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국회에서 인지하게 만들고, 대정부 질문과 국정감사에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법 입법 행정 모든 면에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그런데 저는 그 핵심이 엔지오라고 생각한다. 정부와 공무원들은 스스로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내려고 하지 않는다. 그건 기본적인 속성이다. 반면 보편성과 지향성에 있어서 가장 열정이 높은 건 엔지오이다. 엔지오가 살아있는 나라는 발전하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발전이 더디거나 후퇴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권과 복지를 위한 모든 활동의 중심에 엔지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바로 그 주인공임을 절대 잊지 않으시기를 기대한다.  
 

대담 이승현 기자 | 정리·사진 채지민 객원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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