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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과 함께 새해 계획을 세우자[이미정의 발달장애와 함께하는 세상]
이미정(한신대 민주사회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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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2.27  11: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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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에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두 싱숭생숭해진다. 무엇인가 이룬 것 없이 벌써 한해가 지나갔다는 생각에 반성과 후회로 마음이 복잡한 반면, 잦은 술자리와 모임 등으로 마음이 들뜨게 된다. 또 2014년 달력을 바라보며 갑오년 새해에는 꼭 계획을 세워 하나둘 실천해 나가겠다고 다짐하며 연말연시를 보낸다. 이처럼 지나간 한해에 대한 반성과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각오와 기대로 마음이 분주해지는 연말연시. 우리는 이러한 모습과 사람들의 마음 변화를 의례 당연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또 개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하나의 단계로 생각한다.

이러한 연말연시 발달장애인들의 모습은 어떠할까.
성탄절을 비롯해 각종 이벤트가 많은 12월이기에 발달장애인의 마음도 즐겁고 신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외부 사람들이 잘 찾아오지 않는 시설이나 복지관에는 후원의 손길이 늘어나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아져 반갑고 신나며, 각 지역에서는 자선행사나 공연들이 늘어나면서 발달장애인들이 갈 수 있는 곳들이 늘어나 즐겁기도 하다. 또, 온 세상이 반짝이는 불빛으로 발달장애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그러나 이러한 연말 모습과는 달리 발달장애인의 연시 모습은 무료하고 지루하기 그지없다. 비장애인들은 연시에 새로운 계획을 세우거나 그동안 찾아뵙지 못했던 분들을 찾아뵈며 덕담을 나누기도 하지만 친구나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은 발달장애인에게 연시는 갈 곳도 없고 따분할 뿐이다.

실제 성인발달장애인들에게 연말연시에 어땠는지 물으면 거의 모든 이들의 대답이 동일하다. ‘성탄절은 선물도 받고 공연도 보고 재미있었는데 1월 1일에는 재미없었어요. 하루 종일 집에서 TV만 봤어요. 근데 TV도 재미없었어요.’라고…. 무료함을 달래고자 TV를 켜보지만 정작 TV 프로그램도 외화나 영화가 중심으로 발달장애인에게는 이해하기 어렵고 힘든 내용들뿐이라는 것이다.

비장애인이라면 누구나 ‘새해’이기 때문에 세워보는 새해계획이나 목표에 대해 발달장애인에게 물어보면 다들 눈이 동그랗게 변한다. ‘그게 뭐에요.’, ‘그걸 왜 해야 하는데요?’,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는 데요.’, ‘그건 어떻게 하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새해계획이라는 것을 세워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새해계획을 세워보지 못했으니 당연히 한해를 보내면서 스스로를 반성하고 후회하는 것조차 경험하지 못했을 것이다. 

반면, ‘연말연시’, ‘새해’, ‘해가 바뀐다’라는 개념을 모른 것인가 싶어 물어보면 ‘2013년이 끝나고 2014년이 되는 거예요’,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거예요’, ‘학년이 올라가는 거예요’라고 대답한다. 이처럼 단어의 뜻을 알고 있는 발달장애인들 조차도 이러한 단어들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 지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즉, 발달장애인에게 있어서 ‘연말연시’, ‘새해’, ‘해가 바뀐다’는 ‘새롭게 무엇인가를 시작한다’는 의미가 아닌 일상의 휴일에 지나지 않는 의미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따라서 연말이 되면 사람들이 왜 술자리가 많아지고 우울해하는지, 새해가 되면 사람들이 왜 발걸음이 빨라지는지 발달장애인에게는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발달장애인들의 단어 이해수준을 놓고 ‘장애인이기 때문에 의미파악을 못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 우리사회가 발달장애인에게 ‘새해’의 의미가 무엇인지, ‘연말연시’에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려준 적도 없고 이해시켜준 적도 없기 때문이다. 또, 남들 다하는 한해의 반성과 새해에 대한 각오를 발달장애인들에게 해보도록 경험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4년 갑오년에는 발달장애인 부모나 관련 종사자들이 발달장애인에게 먼저 새해의 의미를 알려주고 발달장애인과 함께 새해계획을 세워 서로 실천해나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면 보다 알찬 한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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