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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결정권’과 ‘최선의 이익’ 사이
조문순(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센터장)  |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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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승인 2014.02.17  11: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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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익옹호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장애인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활동한다. 그러나 간혹 장애인의 열악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이러한 환경을 자발적으로 선택하겠다는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앞에서 갈등하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김 씨라는 사람이 다리 밑에서 산다. 집이 있지만 쓰레기를 모으는 습관이 있어 집안과 집밖은 쓰레기로 덮여 있다. 이로 인해 주민들과의 갈등이 많았고, 이를 견디다 못해 다리 밑으로 거주지를 옮기게 된 것이다. 정신장애 3급인 그는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약을 타다 먹기도 한다. 식사는 주변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도시락으로 끼니를 이어가고 있다. 집에 들어갈 것을 권유해도 주민과의 갈등과 마찰이 싫어서 이렇게 사는 게 좋다고 한다. 씻는 것은 공공화장실에서 해결하여 비교적 관리를 잘하는 듯 했고, 수급비통장에서 관리비 등이 인출되고, 나머지는 현금인출을 해서 필요한 술, 담배 등을 구입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이 지역 희망복지지원단 담당자와 의료인은 경찰과 119의 동행 하에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비자의 입원인 경우 자치단체장의 권한으로 강제입원이 가능하다. 판단근거는 긴급성이다. 이 담당자가 생각하는 김 씨에 대한 긴급성이란 한겨울에 동사 등의 안전사고 위험이 높고, 열악한 식사와 약을 복용하지 않아 건강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사코 김 씨는 병원입원을 거부하고 있고, 다른 대안으로서 거주시설로 이전하는 것도 꺼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씨는 이전에 시설에 거주한 적이 있으나, 집단생활을 견디지 못했다. 심지어 김 씨는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고 산속에 들어가 혼자 살고 싶다고까지 이야기 하곤 했다. 자치단체관계자는 이런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연구소에 문의를 해왔다.

인권센터는 김 씨를 만나서 추위에 대비하여 보온매트, 텐트 등을 준비하여 만나서 거주지 이전을 설득하였지만, 성의는 고맙지만 본인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자치단체관계자가 생각하는 최선의 이익은 병원에 입원시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하고, 김씨가 모아놓은 폐품을 빨리 치워 혐오적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인권센터는 본인이 거부하는 강제입원은 절대 안 되고, 다른 거주방안을 마련하여 김 씨가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제시하였다. 이때 자기결정권은 어떻게 작동되어야 할까. 자기결정권을 누리기 위해서는 전제되어야 할 요소가 ‘충분한 정보제공’이다. 즉 김 씨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을 때 받을 수 있는 치료의 내용, 같이 살고 있었던 강아지의 거처문제, 치료기간, 그리고 다른 거주시설을 선택할 경우의 장단점, 별도의 거주지를 제공한다면 거주지에 대한 정보, 또 모아져 있는 폐품의 처리 과정 등에 대한 정보가 자세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또 현재 거리에 모아둔 폐품과 그 위에서 거주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화재 등의 위험을 자세히 알려야 한다. 당사자의 선택을 존중하는 자기결정권은 UN장애인권리협약 및 국내의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에관한법률」에 명시되어 있으며, 반면 종사자 등이 최우선 가치로 두기 쉬운 최선의 이익은 아동권리협약 3조에 명시되어 있는 권리 항목이다. 한편 자기결정권은 당사자가 주장하는 권리이고, 최선의 이익은 타인에 의해 규정되고 추정되는 것에 근거하여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의사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전제하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서 장애인이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론적으로 현재 김 씨는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겨울철을 지날 수 있도록 1개월만 병원에 입원하는 것에 동의하였고, 강아지는 병원에서 키워져 가까이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 자치단체가 새로운 거주지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김 씨는 자치단체와 인권센터의 잦은 방문과 정보제공들로 인해 안심하고 병원입원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인권센터는 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키로 했고, 김 씨가 애착을 가지고 있는 물품들이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는 사진을 보여주기로 하였으며, 안정된 거주공간 마련에 대한 약속이행을 지켜보기로 했다.

함께걸음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는 연구소의 권익옹호는 인권침해해결을 위해 ‘사건의 해결’과 구제 및 피해자 지원의 초기단계에 집중하였다. 이제 권익옹호는 중기단계로 접어들어 피해자들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피해당사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대로 해결되었는지, 피해자의 자기옹호 역량을 증진시키는지, 그런 환경을 마련하였는지에 더 중점을 두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여 확인하고, 결정능력을 증대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그리고 감히 권익옹호의 발전과정에서 그 중기단계의 시작점이 월간 함께걸음의 300호 시점이라고 말하여도 과언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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