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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제732조 개정, 장애인 보험가입 가능해질까?
글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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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승인 2014.02.28  11: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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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상법 732조가 개정되었다. 이제는 지적장애인 및 정신장애인의 보험가입이 가능해질까? 장애인에 대한 보험차별은 개선될 수 있을까? 상법 732조는 그 동안 지적장애인, 정신장애인의 보험 가입을 가로막는 독소조항으로 지목되어 왔다. 오죽하면 이 조항 때문에 정부가 UN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할 때 생명보험 차별금지 조항은 비준하지 못했다. 도대체 상법 732조가 뭐길래?

■ 상법 732조의 입법취지와 배경

상법 제732조(15세미만자 등에 대한 계약의 금지) 15세 미만자,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

여기서 ‘심신상실자’란 자기의 행위결과에 대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할 능력, 즉 ‘의사능력’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 ‘심신박약자’란 그 능력이 미약한 사람이다. 의사능력을 상실한 정도는 아니나 불완전한 판단능력을 가지는 경우이다. 상법 732조에 따라 의사능력이 부족한 지적장애인이나 정신장애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면 무효가 된다. 의사능력이 부족하다면 장애의 정도를 불문한다. 지적장애가 있지만 직장생활을 하거나 보험의 의미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라도 그의 사망보상이 포함된 생명보험계약은 무효인 것이다. 그러니 보험회사는 의사능력이 부족하다고 의심되면 무조건 보험가입을 거절해왔다.

상법 731조에 따르면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그 타인의 ‘서면동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남편이 아내에 대한 보험에 가입하거나, 부모가 자식에 대한 보험에 가입할 때, 사망보장이 있다면 반드시 아내나 자식의 서면동의가 있어야 한다. 동의를 요구하는 이유는 ‘도박보험의 위험성’과 ‘피보험자 살해의 위험성’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사망하면 보험금을 타게 되므로 도박처럼 사행성이 있다는 것과 심지어 다른 사람을 죽여 보험금을 타내려는 위험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15세 미만자,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는 위와 같은 동의를 할 능력이 없으므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상법 732조가 마련된 것이라 한다.

그런데 상법 732조는 ‘타인을 위한 보험’뿐 아니라 본인이 스스로를 대상으로 보험가입을 할 때도 적용된다. 따라서 지적장애인이 자신에 대한 보험을 가입하는 것도 정신장애의 경중을 가라지 않고 무효로 판단되었다.

■ 개정상법, 무엇이 바뀌었나

개정된 상법 732조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단서가 추가되었다.

다만, 심신박약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제735조의3에 따른 단체보험의 피보험자가 될 때에 의사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심신박약자가 ① 직접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② 단체보험의 피보험자가 될 경우에 의사능력이 있다면 무효가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적장애인이 직접 자신을 대상으로 보험에 가입하거나, 지적장애인 특수학교에서 여행을 갈 때 학교가 단체보험을 가입한다면 지적장애인이 의사능력이 있음을 전제로 보험은 무효가 아니라는 것이다.

법이 개정되기 전에 여러 안이 제출되었다. 박원석 의원 대표발의안은 상법 732조를 아예 삭제하는 것이었고, 김정록 의원 대표발의안은 “심신박약자 중 의사능력이 있는 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제731조에 따른 서면 동의를 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를 추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개정안은 정부안을 따랐다. 

■ 개정상법의 문제점 1 - 타인을 위한 보험계약 금지

우선 삭제안이나 김정록 의원안은 “의사능력이 있는 심신박약자가 동의를 한다면 제3자를 위한 보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개정안과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아내가 지적장애를 가졌지만 판단능력이 있는 남편이 아내의 서면 동의를 얻어 생명보험에 가입할 경우 개정안에 따르면 무효지만, 삭제안 및 김정록 의원안에 따르면 효력이 있다. 법이 개정되었지만 타인을 위한 보험에서 여전히 지적장애인은 배제된다. 지적장애인의 동의는 보호를 핑계로 무시되어도 좋은가?

우리나라와는 달리 영미에서는 이른바 ‘동의주의’가 아닌 ‘이익주의’를 취하고 있다. 즉 보험계약자가 피보험자의 생존에 일정한 이해관계(피보험이익)를 가지면 보험은 유효다. 예를 들어 부부는 서로 생존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으니 상대방을 대상으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보험수익자의 자격을 피보험자의 상속인이나 일정 범위의 친족으로 제한하는 ‘친족주의’의 입법례도 있다. 이 경우 자식이 지적장애를 가진 부모를 대상으로, 아내가 지적장애를 가진 남편을 대상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허용된다. 일본은 우리와 같은 동의주의를 취하고 있지만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를 대상으로 한 보험계약을 무효로 하는 조항이 아예 없다. 왜 지적장애를 가진 남편이 스스로 동의하여 아내를 보험계약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하는가? 그의 동의는 의사능력이 있음에도 지적장애가 없는 사람의 동의와는 달리 취급되어야 하는가?

■ 개정상법의 문제점 2 - 의사능력 입증책임의 전가

732조를 삭제하더라도 의사능력이 없는 장애인이 보험에 가입하거나, 그의 동의를 받아 다른 사람이 생명보험에 가입하면 무효이다(사망보상이 포함된 보험을 전제). 왜냐하면 의사능력이 없는 사람이 한 법률행위는 본래 무효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보험계약 또는 동의의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한 행위는 무효로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적장애인이 직접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의사능력이 있으면 유효로 보는 개정안도 같은 결론이므로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삭제안에 따르면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장애인이 의사능력이 없었다는 것을 보험회사가 입증하여야 하는 반면, 개정안에서는 장애인이 오히려 의사능력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여야 한다. 의사능력이라는 어렵고 추상적 용어가 여전히 걸림돌이 되었을 때, 입증책임을 어느 쪽에 두는 것이 장애인에 대한 보험차별을 없애는데 도움이 될지는 명확하다. 결국 보험회사가 장애인의 개별적 상황과 장애 정도를 조사해서 보험가입을 최대한 배려하고 허용하기보다는 개정안은 추상적인 의사능력을 핑계로 보험가입을 거절할 근거로 작동될 가능성이 높다. 

■ 새로운 숙제를 남긴 개정상법

우리나라 생명보험 업계에서는 생존보험이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지 않는 상해보험 등 상품이 현저히 적다. 결국 정신적 장애인은 그 장애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사실상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개정 상법은 기존보다는 물론 진일보한 것이나,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마지막으로 용어의 문제도 지적하고 싶다. 과거 정신박약아(정박아)라는 용어가 있었다. 약간 어눌하고 느린 친구를 정박아라고 놀리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심신박약자라는 용어를 최근 법률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용어 자체가 정확하지도 않고 비하적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비록 지적, 정신적 장애가 있더라도 평등하고 동등하게 취급할 수 없을까? 보호를 이유로 그들을 여전히 차별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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