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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변미양의 오사카에서 온 편지]
변미양  |  dung7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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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승인 2014.03.14  10: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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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고 있는 동계올림픽, 많은 종목 중에서도 한일 간에 가장 치열한 관심을 끌고 있는 종목은 피겨스케이팅이 아닐까 싶은데요. 일본에서는 남녀 모두 메달이 기대가 된다고 해서 연일 보도 열기가 뜨겁습니다. 주옥같은 멜로디에 맞춰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듯한 점프와 스피드, 스포츠 경기라기보다 한편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해 흉내는 엄두도 못 내지만 넋을 놓고 보게 되는데요. 지금 일본에서는 대표적인 남자 피겨스케이트 선수가 올림픽 경기 때 채택한 음악 때문에 큰 소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이라는 일본의 청각장애인 작곡가의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었는데, 알고 보니 작곡자가 날조된 작품이라는 거예요.

아직 규명되어야 할 사실이 남아 있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그 내용을 간추려 보면 얼마나 기가 막힌 지, 남 흉보는 이야기 같아서 별로 하고 싶지는 않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 사람이 청각장애인을 위장했다는 의혹입니다. 그 전까지 알려졌던 이 사람의 경력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50세로 부모님이 원폭피해자인 히로시마 출신으로, 30세 무렵부터 청각을 완전히 잃어 중증청각장애인이 되었으며, 이후 원폭의 비극을 담은 교향곡 [히로시마] 등 훌륭한 곡을 많이 발표했다고 해서 일본의 베토벤으로 그 이름을 알리게 됐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음악가에게는 가장 큰 장애라고 할 수 있는 청각장애를 이겨내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낸 작곡가라는 찬사를 받으며 매스컴에 소개된 적이 많았고, 음악활동 역시 활발히 이어져 왔다고 하네요. 특히 이번 일본을 대표하는 남자피겨스케이트 대표 선수가 채택한 곡은 사지마비의 장애를 가진 바이올리니스트 제자를 위해서 작곡했다고 하여 그 작품성을 높이 샀대요. 그런데 그게 다 거짓말이라는 겁니다. 얼마 전 고스트라이터로 음악을 만들어 준 대학 음악 강사가 18년 전부터 그 사람 대신 20곡 정도의 음악을 작곡해 주었고, 보수로 700만 엔 정도를 받았다는 사실을 폭로하는 기사회견을 열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작곡가를 위조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이 사람이 청각장애인이라는 사실 자체가 의심된다는 발표를 하여 더 큰 문제가 됐습니다.

언론에서는 이 사람(사무라고치佐村河内)이 청각장애인을 위장했다는 것을 큰 문제로 다루며 지금까지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청각장애인이라는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를 밟는지, 청각장애인에게는 어떤 제도적인 지원이 있는지 등을 취재하여 보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사람이 청각장애인이라는 거짓말을 통해서 얼마나 부정한 이익을 얻었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이 사람에게 청각장애인 수첩을 발급해준 요코하마시 시장은 장애의 진위를 확인해서 장애인수첩을 반납 받겠다는 둥, 후생성(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사람이 그 동안 부정하게 장애인연금을 받았다는 것이 확인되면 그것을 되돌려 받겠다는 둥, 청각장애인 심사를 재검토하겠다는 둥 서둘러 회견을 열어 이 소동을 진압하느라고 여념이 없습니다.

참 어처구니가 없죠. 이러한 사실이 이런저런 방송을 통해 심심찮게 다루어지는 가운데, 이 사람이 청각장애인을 위장하여 엄청난 득을 봤을지도 모른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마치 청각장애인이 무슨 특권을 누리는 입장인 듯 대단한 대우를 받고 있지는 않은가, 부정한 방법으로 등급을 받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경박한 눈총이 느껴지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픕니다.

물론 이 사람은 비판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비양심적인 이기심으로 가득 찬 거짓말로 사회를 속이고 그의 작품을 아낀 선의의 사람들을 배신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뜻하지 않게 청각장애를 갖게 된 수많은 청각장애인을 비롯한 장애 당사자들을 우롱했다는 사실입니다. 장애의 힘겨움을 사회에 알려 장애에 대한 비장애인의 인식을 넓혀나가고, 장애인에게 특별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장애가 있건 없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장애의 벽을 조금이라도 낮춰 주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사회적 장치와 제도를 만들어 나가자고 노력해 왔는데 그 선의를 악용하고 실망시켰다는 겁니다. 이런 소동을 통해 벌어지는 오해로 인해 (아마 일부라고는 생각합니다만) 장애인들과 지원자의 노력에 흠이 잡히지는 않을까, 그리고 아직 부족하지만 어렵게 쌓아온 장애인지원제도를 색안경을 끼고 보지는 않을까 싶어 내심 걱정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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