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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의 정치·경제학[장애학 연구회]
강민희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교수  |  aery727@cowal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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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승인 2014.05.26  13:3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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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사회적 차별과 배제, 그리고 이로 인한 사회적 지위를 설명하는 이론과 틀은 매우 다양하지만 이러한 설명들 중 특히 장애의 정치경제학적 시각은 장애차별을 설명하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이러한 시각을 통해 장애와 관련하여 일상적인 삶에 와 닿는 다른 중요한 영향들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며, 또한 우리가 경험하는 장애의 모든 것들이 정치·경제와 분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치·경제의 결과물로서의 장애

우선, 장애는 정치·경제의 결과물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장애라는 개념의 형성자체가 정치·경제적으로 의도된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장애가 어떻게 정의되어 왔는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장애의 정의와 범위는 시대와 사회, 그리고 문화에 따라 상당히 유동적으로 변화되어 왔으며, 사회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달라졌다. 현대 이전의 사회에서는 장애로 인식되지 않은 몸의 증상이나 상태가 현대사회에서는 장애로 인식되기도 하고, 어떤 국가에서는 장애로 인정되는 질병 등이 다른 국가에서는 장애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또한 한 국가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질 때 정부는 장애에 대한 정의와 그 범위를 인위적으로 축소화하고 지원의 수준과 질을 낮추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이면에는 분명 장애가 자본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존재한다. 전 세계적으로 장애인은 경제활동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공통된 사실이 이를 잘 뒷받침해준다. 이는 장애가 노동관계에 근원을 두고 사회적으로 생성된 범주이며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구조적 결과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장애의 계급화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구조적, 정치적 결과물로서의 장애는 계급화되는 특징이 있다. 경제활동에의 참여가 매우 어려워짐으로써 장애는 곧 빈곤을 수반하게 되고, 이는 장애인들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낮은 사회적 계급을 형성하게 됨을 의미한다. 빈곤계급이라는 낮은 사회적 지위는 장애라는 범주와 결합하여 ‘가난한 장애인’이라는 또 다른 하나의 집단적 특성을 만들면서 그들로 하여금 빈곤계급의 하위층을 형성하게 한다. 여기에 비장애인들과 다르게 장애인은 이미 사회활동에의 참여가 매우 어렵다고 인식되어 있어서 빈곤이라는 굴레를 벗어나기 힘든 집단이라는 편견이 덧씌워지게 된다. 이로 인해 다른 집단과 다르게 장애인 집단은 빈곤계급으로부터의 탈출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어지고, 이는 장애인 집단이 빈곤계급 중에서도 더욱 하위층에 머물러있을 수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로 작용한다. 또 다른 측면으로, 빈곤계급의 사람들은 의료적 치료를 받을 경제력이 없거나 빈곤으로 인한 질병과 장애를 가질 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빈곤은 장애라는 사회적 범주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어느 것이 원인이 되든지, 빈곤과 장애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장애인 집단을 사회의 하위계급에 위치지어지게 한다. 한 쪽에서는 장애가 빈곤을 더욱 악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동시에 또 다른 한쪽에서는 빈곤이 장애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결과로서 장애인은 가난한 집단이 될 수밖에 없고, 그 집단 가운데에서도 ‘더욱 가난한 장애인’이라는 매우 낮은 지위에 머무르게 된다.

장애의 산업화

장애를 정치·경제적 사회관계의 산물로 보는 관점에서는 장애를 가진 육체가 의료화 되거나 상품화되는 과정 역시 이해가 가능하다. 장애가 있는 사람의 몸은 대부분의 경우 의학적 치료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거나 의학적 치료를 통해 좀 더 ‘정상적인’ 상태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이유로, 장애를 갖게 되면 의학적 치료를 우선순위로 이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장애가 있는 몸은 의학적 치료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존재가 된다. 물론 의학의 발달고 없어지거나 치료되는 질병의 종류가 늘어난 것도 사실이지만, 질병이나 상해가 끊이지 않고 생겨나거나 갈수록 진화하고 있어 사실상 장애는 의료사업에서 지속적이고 무한한 이익을 창출해내는 대상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실정을 놓고 보면, 장애가 주로 의료적 관점에서 인식되고 장애를 매개로 한 산업이 케어산업과 건강보조산업 등 그 유형을 다양화시키며 확장해 가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1) 몸의 의료화

장애의 정치·경제적, 사회·심리적 측면 등 다른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의료적 측면의 원인과 결과, 그리고 치료법만을 강조하는 의료화의 핵심아이디어는 바로 장애를 가진 육체가 ‘치료가능한 결함’이라고 생각하는데 있다. 즉, 치료를 통해 ‘몸의 결함’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 의학전문가들은 자신이 가진 지식과 치료경험, 그리고 치료법 처방으로 장애가 있는 몸을 자신의 판단에 따라 움직이려 한다. 의학과 의술은 무엇이 장애이고 어떤 사람이 장애인인가를 정의하고 이에 대한 치료가 무엇인지를 판정하는데 결정적인 권한을 가지게 되어, 장애인에 대한 의료 전문가의 통제는 사회적으로도 매우 윤리적이라고 받아들이게 한다. 이러한 과정으로 통해 장애는 전적으로 의료의 한 부분으로 인식되게 되고, 의사들은 장애인들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유일한 집단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장애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들의 삶과 관련되는 모든 과정을 의사들이 결정하고 지시하면 장애인들은 이들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진행된 것이다.

(2) 장애의 상품화

의료화된 몸은 관련된 모든 것이 상품화와 직결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의료적 판정과 의료적 처방에 의존하는 장애인의 몸은 의료의 경계선 내에서 그 치유방법도 찾아야 한다. 산업사회는 장애인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재활, 교통, 보육, 고용, 주거, 서비스라는 특별한 장치를 만들어 왔는데, 관련 산업들은 이러한 것들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 즉 보조교통수단, 특수학교, 생활서비스 등과 관련되어 장애인들을 주류 사회와 격리시킴으로써 엄청난 돈을 벌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장애인들이 이러한 자본의 힘에서 벗어날 수 없음 또한 사실이다. 장애가 상품화되는 구체적인 예로 특히 케어산업을 들 수 있다. 케어산업의 세입은 엄청난 규모로 증가하고 있는데, 각 국가와 문화들 간 차이는 있겠지만, 이는 시장의 경제력과 관련 업체의이익이 재활과 건강유지를 위한 공공정책의 영향력 아래 커져가고 있음에 기인한다. 물론 이와 관련된 사업들은 분명히 많은 부분에서 장애인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심리적인 만족감을 주고 있지만, 분명 장애인들에게 또 다른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각 국의 휠체어 산업을 생각해보면, 회사의 단기수익을 극대화할 필요에 의해 단일회사의 독점을 통해 가벼운 휠체어의 개발 자체를 방해하거나 보험회사나 병원 등과의 협력관계를 이용해 구매를 강요하는 방식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경우가 매우 많다. 또한 요양사업을 살펴보면, 공동체 등의 생활을 통해 지역사회로 통합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늘이기보다는 개인의 재활을 도울 수 있는 정부 재정을 삭감하고 요양시설을 늘이면서 관련된 사업체에 거대한 이익을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현상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처럼, 장애는 자본주의라는 사회시스템에 의해 사회적 배제와 차별이라는 현상과 결합되면서 장애를 가진 이들이 빈곤해지고 전문가의 권위에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을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장애는 자본주의 경제체제 내에서 다양한 정치적인 이유로 억압의 메커니즘이 되었다. 이제 장애는 과거와 달리 더 이상 운명적인 것, 불운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 다름과 포용의 정치학이 억압과 배제의 정치학을 대신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경제시스템이 아니라 이를 대신하는 윤리경제학이 사회의 지배력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부정적으로 장애를 품어온 우리 사회가 앞으로 해야 할 숙제이기도 할 것이다.

※ 본 기고는 ‘조한진, 강민희, 정은, 조원일, 곽정란, 전지혜, 정희경 (2013). 한국에서 장애학 하기. 서울: 학지사.’에서 발췌하여 수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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