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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는 시각장애인들의 유일한 언어다
이태곤 기자  |  a3527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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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승인 2014.07.09  14: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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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본인들이 시각장애인이 아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시각장애인들이 겪는 이런 심각한 불편을 간과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판결 논리대로라면 점자는 필요 없다. 시각장애인들은 늘 다른 사람에게 매어있는 수동적인 존재가 되어 주위 사람이 앵무새처럼 읽어주는 정보만 귀를 쫑긋 세우고 습득하면 된다.

본질적인 문제는 시각장애인들의 언어인 점자를 인정하느냐 않느냐의 여부다.

2년을 끈, 선거 때 정부가 시각장애인에게 점자 선거공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게 위헌이라며 제기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합헌의견 5인, 위헌의견 4인 판결로 기각하면서 헌법재판소는 이런 말을 했다.

‘선거 때 방송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시각장애인들이 굳이 점자형 선거공보가 아니더라도 의무적으로 시행되는 여러 방송을 통하여 선거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고, 또 인터넷과 음성을 이용한 인터넷 선거 정보 검색이 가능하게 되는 등 현실에 비추어 보면, 점자 선거공보는 다양한 선거 정보제공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하고, 여기(점자형 선거공보물)에 게재된 정보가 시각장애인들의 선거권 행사 여부를 좌우할 만큼 필수적인 요소라고 보기는 어렵다.’

말하자면 선거 때 시각장애인들은 점자가 아니더라도 방송과 인터넷으로 선거 정보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점자형 선거공보물을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헌법재판소 판결이다.

이런 헌법재판소 판결이 명백하게 잘못됐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건, 헌법재판소가 점자를 시각장애인들의 언어로 인정하지 않고, 여러 가지 정보 취득 수단 중 하나, 단지 하나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들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점자를 배운다. 음성해설이 시도되고 있지만 현재 시각장애인들이 본인 스스로 온전히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수단은 점자가 유일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만약 시각장애인들이 점자 대신 방송과 인터넷으로만 정보를 접해야 한다면 우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정보를 저장하는 기억력에도 한계가 있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몹시 불편한 것이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본인들이 시각장애인이 아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시각장애인들이 겪는 이런 심각한 불편을 간과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판결 논리대로라면 점자는 필요 없다. 시각장애인들은 늘 다른 사람에게 매어있는 수동적인 존재가 되어 주위 사람이 앵무새처럼 읽어주는 정보만 귀를 쫑긋 세우고 습득하면 된다.

결국 시각장애인에게 국가가 점자 선거공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게 위헌인지 합헌인지에 대한 논쟁은, 비약하면 헌법재판소가 시각장애인을 자기 결정권을 가진 주체적인 존재로 보느냐, 아니면 비주체적인 존재로 바라보느냐가 쟁점이었다고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시각장애인을 자기 결정권을 가진 주체적인 존재로 봤다면, 당연히 점자를 시각장애인들의 유일한 언어로 인정하고, 시각장애인에게 점자 선거공보물를 제공하지 않은 건, 모든 국민은 평등하고 행복추구권을 가진다는 헌법 정신에 위반된다는 판결을 내렸을 것이다.

반대로 헌법재판소가 시각장애인들을 다른 사람의 도움이 있어야만 살 수 있는 비주체적인 존재로 바라보고 있다면, 굳이 점자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틀어주는 방송과 인터넷으로 대충 정보에 접근해도 사는 데 큰 불편이 없을 것이다, 라고 판결했을 것이다.

불행히도 헌법재판소는 후자의 시각으로 방망이를 세 번 두드렸다.

그래도 희망이 없지 않은 건 비록 소수 의견으로 묻히긴 했지만 4인 헌법재판관들의 다음과 같은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방송과 인터넷 선거 정보는 선거 후보자의 체납실적 전과기록 등 인적사항에 대하여 후보자가 임의로 제공하지 아니할 수 있으므로, 후보자 등에 대하여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치적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점자형 선거공보는 다른 선거홍보물에 접근하기 어려운 시각장애 선거인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후보자 등에 대한 정치적 정보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일한 매체 내지 핵심적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시각장애인에게 공직선거법이 점자형 공보물 제공을 의무화 하지 않는 것은 시각장애 선거인의 후보자 등에 대한 정보취득의 기회가 박탈될 수 있게 하거나 제한되게 하여 선거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이 시각장애 선거인에게 불리한 결과, 즉 실질적인 불평등을 초래하여 시각장애인들을 선거권 행사 영역에서 차별하고 있다.’

비교해 보면 결론은 하나다. 앞의 합헌 판결은 점자를 시각장애인들의 언어로 인정하지 않은 판결이고, 뒤의 위헌 판결은 점자를 시각장애인들의 언어로 인정한 판결이다. 그 차이뿐이다.

새삼스럽게 시각장애인들의 언어인 점자를 인정하라고 소리쳐야 할 판이다.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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