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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장애인의 영화 관람권과 배리어프리 영화[기고] 시·청각장애인의 영화 관람권 보장하라
김철환 (장애인정보문화누리 활동가)  |  natalirk@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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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승인 2014.09.22  16: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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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영화관람권 공동대책위원회 시위현장

영화 <명량> 관객이 개봉 18일(7월 30일 기준) 만에 1천5백만 명을 넘어섰다. 이 숫자는 영화 ‘아바타’(2009)의 관객 수를 넘는 것으로 ‘명량’은 우리나라의 영화 흥행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지난 8월 9일부터는 외국인을 위한 영어자막도 일부 영화관에서 상영하였다. 그렇다면 영화의 장면 또는 영화의 대사를 듣는 데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들의 ‘명량’의 관람은 어떤가.

하지만 애석하게도 영화 개봉 초기에 시각, 청각장애인이 관람할 수 있는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았다. 영화가 흥행하자 개봉 21일이 지난 8월 19일부터 일부 극장, 일부 시간대에 한글자막과 화면해설이 있는 영화가 ‘배리어프리(Barrier Free)’라는 이름으로 상영되고 있다. 그런데 한글자막과 화면해설의 제작비는 제작사나 배급사가 아닌 정부가 부담했다는 것이다.

다시 영화 ‘명량’을 살펴보자. 제작비가 180억 원 가량 들었다 한다. 그리고 개봉 영화관(스크린)도 전국 2천584개(영화진흥위원회 2014) 가운데 1천586개(8월 3일 기준)를 사용해 60% 이상(스크린 점유율은 30% 정도가 된다)을 차지하였다. 이것만 봐도 제작과 배급에 많은 돈을 투자한 영화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이런 영화를 장애인들이 개봉 21일이 지난 후에, 그것도 일부 극장, 일부 시간대에만 관람할 기회를 얻었다. 단순하게 영어자막 상영과 비교를 해도 장애인의 관람권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시각, 청각장애인들이 영화를 자유롭게 관람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상영 영화 또는 영화관 홈페이지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보고자 하는 영화의 정보나 영화관 정보를 올바로 알 수 있고, 예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둘째, 영화관 시설을 이용하는 데 필요한 정보나 의사소통 제공이 되어야 한다. 셋째, 상영하는 영화의 장면이나 내용을 알 수 있도록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2013년에 전국망을 가진 2개의 영화관 홈페이지를 조사한 적이 있다. 이 조사를 보면 영화 홈페이지의 일부 내용만 시각과 청각장애인 접근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영화관 모두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정보의 40% 정도만이 접근 가능했다. 문제는 시각장애인의 경우 두 영화관 모두 직접 예매를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또한, 시각장애인이 자신이 머무르고 있는 페이지가 무엇인지도 파악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영화 관람에 필수적인 예매나 정보를 얻는 데 필요한 페이지 위치 파악이 안 돼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영화관 내 시설 이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자료(2012)를 보면, 영화관 중 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응답한 곳은 조사 대상 173개 18.5%에 불과했다. 청각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화상전화기를 비치한 영화관도 단 2개에 불과하여 1%에 불과했다. 그 외에도 판매대 등 부대시설 이용에 있어서 정보나 의사소통 제공을 하거나 수화통역을 제공한 영화관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영화에 자막이나 화면해설을 제공한 경우도 극히 적었다.

1999년 영화 ‘쉬리’를 기점으로 상승곡선을 그리던 한국영화가 한동안 침체기를 맞은 바 있다. 하지만 2011년 이후 한국영화가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한국영화를 관람한 관객(2012)은 19,489만 명으로 전년도 15,972만 명보다 21.9% 증가했다. 한국영화의 개봉편수도 전년도보다 150편에서 2012년도에는 175편으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극장의 매출액도 전년도 대비 17.1%나 높아졌다. 하지만 2012년 한해 정부 지원으로 장애인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 영화는 15편 내외로 개봉된 한국영화 175편 대비 8%에 불과하다. 2013년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장애인의 영화관람 환경이 왜 열악한 것일까. 그러한 원인으로 영화인들의 장애인 관람객에 대한 외면을 들 수 있다. ‘명량’의 경우 180억 원을 사용했으면서 5백만 원 내외(제작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의 장애인 관람 서비스 제작비용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여기에는 장애인을 일반 관객으로 보지 않고 특별상영 형태로 관람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는 시혜적인 시각이 작용하고 있다. 영화인들이 장애인 관객을 시혜와 동정의 시각으로 보게 하는 데에는 법과 제도의 미비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시각과 청각장애인들의 영화 관람제공을 위한 근거 법률로 ‘장애인복지법’,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편의증진법)’,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국가정보화기본법’,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을 들 수 있다.

장애인복지법에는 지방자치단체는 영화관을 포함한 장애인의 문화생활을 늘리기 위하여 ‘관련 시설 및 설비, 그 밖의 환경을 정비하고 문화생활과 체육활동 등을 지원하도록 노력’(동법 제28조)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이러한 노력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편의증진법도 장애인이 영화관 등 문화시설을 이용할 때 ‘안내서비스나 수화통역 등의 편의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동법 제16조의 2) 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관들이 이러한 요청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며, 정부 또한 관리 감독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국가정보화기본법의 내용들도 마찬가지이다.

영비법의 경우는 지난해 법 개정으로 ‘수화·자막·화면해설 등을 연간 상영일수의 30% 상영하는 전용상영관을 지원할 수 있도록’(동법 제38조) 하고 있다. 하지만 전용관의 규정이나 예산 지원의 근거가 미흡하여 실효성을 잃은 실정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또한 장애인의 영화관람 차별을 제거하기 위해 관련 근거를 두고 있지만 동법 제21조의 경우 강제성이 없는 임의규정이고, 제24조의 경우 2015년 4월부터 법 적용을 하되 3백석 이상(단일면적)의 상영관에만 한정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3백석 이상의 상영관이 6% 내외고, 대도시보다는 지역에 몰려 있음을 볼 때 법률의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자막과 화면해설을 제공하는 영화가 몇 년 전부터 ‘배리어프리 영화’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상영되고 있다. 그리고 정치권이나 영화인들은 배리어프리 영화가 현재 장애인의 영화 관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처럼 생각하고 있다. 박신원(2011)에 의하면, 배리어프리 용어를 등장시킨 무장애환경은 1974년 국제연합(UN)의 장애인 생활환경 전문가 회의에서 장애인 건축가인 로널드 메이슨(Ronald Mace)이 주장한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의 개념이 소개되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배리어프리는 ‘Barrier(장벽, 장애물)’와 ‘Free(자유로운, 개방된, 속박 없는)’의 합성어로 ‘장벽(장애물) 없는’이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는데, 현대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개념으로 생활환경, 제도, 정책 및 정보 분야 등 다양한 방면의 장애물을 제거하고자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배리어프리 영화는 시각과 청각장애인들의 영화 관람의 벽을 허무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말 현재의 장애인 관람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화들이 진정한 배리어프리 영화라고 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현재의 배리어프리 영화는 장애인이 장벽 없이 영화를 보는 데 목적을 두기보다는 영화관람 서비스 부각에 목적을 두고 있으며, 이러다 보니 이벤트가 늘 따라다닌다.

또한, 현재의 배리어프리 영화는 장애인들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전 과정을 아우르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내용접근에만 맞추어져 있다. 더욱이 장애인의 영화 선택권이 무시된 채 제공되는 영화만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배리어프리 영화를 빌미로 영화 제작사나 배급사, 상영관들이 져야 할 책임이 사라져버린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정치권이나 일반 국민이 배리어프리라는 이름으로 장애인을 동정적인 대상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배리어프리 영화는 장애인의 권리가 중심이 아니라 동정심을 유발할 수 있는 이벤트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현재의 배리어프리 영화의 형식을 폐지하자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이나 정부, 장애계는 현재의 배리어프리 영화는 종착지가 아닌 장애인의 영화 관람권을 위한 과정이지 목적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장애인의 영화 관람 문제는 배리어프리 영화를 올바로 보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기 때문에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장애인의 영화 관람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먼저 장애인의 영화 관람이 권리로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시혜적인 형태가 아니라 영화사업자들이 장애인의 영화관람 서비스 제공이 의무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영화 관련 임의조항을 의무조항으로 바꾸고, 3백석 이상의 상영관으로 제한한 규정을 없애야 한다. 더 나아가 영화의 제작 단계에서부터 장애인 관람서비스 예산이 포함될 수 있도록 영화인들의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당연히 관련 법률의 내용을 어겼을 때 벌칙규정도 만들어져야 한다. 이럴 때만이 장애인들이 원하는 극장에서 원하는 영화를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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