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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암 연못의 집 사건, 8년 중형
김강원(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팀장)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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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승인 2015.04.02  15: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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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30일, 장애인 거주시설에서의 인권침해 사건으로 방송을 통해 알려졌던 ‘홍천 실로암 연못의 집’사건의 1심 판결이 선고됐다. 법원은 징역 8년의 실형을 선고했는데 이는 그동안 많은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침해 사건의 가해자가 솜방망이 처벌을 받거나 집행유예로 풀려났던 데 비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 인권센터는 최초 이 사건을 방송사 제작진으로부터 제보받고 시설조사와 분리조치, 형사고발을 실시했고 현재까지도 피해자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 사건의 대응과정과 법원의 판결 내용을 소개해 장애인 시설의 인권침해 사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고민해 보기로 한다.

 

사건 개요

‘두 얼굴의 사나이-가락시장의 거지목사’라는 제목으로 2013년 9월 방송을 통해 알려졌던 ‘홍천 실로암 연못의 집 사건’은 장애인 시설 인권침해 사건의 전형을 보여준다. 사실 이 시설은 미담으로 먼저 세상에 알려졌다. 시설장 본인도 장애가 있으면서 오갈데 없는 장애인을 모아 돌봐준다, 그것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가락시장에서 구걸을 해 그 돈으로 장애인을 돌봐준다는 이야기로, TV와 라디오 등 매체를 통해서 수차례 소개되며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모양이다.

그런데 2013년 9월 드러난 그의 실체는 모두에게 충격과 배신감을 안겨 줬다. 그는 매월 수백만 원씩을 일간지 광고에 사용했는데, 광고에는 ‘춥고 배가 고파요, 산골의 장애인 시설에서 장애인이 죽어가고 있어요’라는 매우 자극적인 문구와 함께 병상에 누워 있는 장애인의 사진, 그리고 후원계좌가 게재돼 있었다. 그렇게 모인 후원금이 법원에서 인정된 것만 10억원이 넘었다. 그런데 그는 후원금을 그 ‘죽어가는 장애인’을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유흥비, 해외관광, 사치품 구입 등으로 탕진했고, 사업 실패로 인한 개인의 빚을 갚는데 사용했다. 때문에 그의 시설에서는 많은 장애인들이 갇힌 채로 방치 됐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장애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인권센터의 개입 및 활동

●시설조사 및 분리조치

방송사의 동행 요청을 받고 인권센터에서는 1차로 조사원을 급파하여 홍천군 관계자와 함께 시설의 인권실태를 조사했는데, 시설 내부의 위생상태나 거주인들의 건강상태가 매우 심각하여 즉각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인권센터는 홍천군을 설득해 시설폐쇄와 거주인 분리조치를 단행하기로 하고, 2차로 변호사가 포함된 조사원을 파견하여 분리조치를 실시했다. 현장에는 미리 협조를 구한 의료진과 구급차, 경찰, 공무원들이 배치됐다.

실로암 연못의 집 거주인 중 다수는 즉각 병원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치료가 필요한 거주인은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았고, 다른 사람들은 홍천군 관내의 다른 시설로 입소하거나 가족에게 돌아가기도 했다. 그리고 3차에 걸쳐 조사원들을 각 시설로 분산 파견하여 거주인들의 피해상황과 인권실태를 조사했다. 조사의 내용은 보고서로 작성됐고 그 중 심각한 내용은 가능한 경우 확인서를 받거나 녹음, 녹화를 실시했는데 이는 나중에 형사고발의 중요한 자료로 활용됐다.

 

●형사고발

연구소는 시설장을 ‘유기치사, 유기, 사기, 횡령, 감금,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등에 관한 법률 위반, 장애인 복지법 위반’등으로 형사고발했다. 그리고 관리감독 주체인 홍천군 역시 국고보조금 횡령과 관련된 부분을 파악하여 시설장을 고발했다.

연구소 인권센터는 지속적으로 경찰조사와 검찰조사 과정에 참여하여 진술, 증거제출 등의 활동을 했다. 개인별 피해상황을 파악하여 전달하는데 집중했고, 시설조사의 과정에서 촬영한 사진, 피해자들의 건강에 관련된 자료를 경찰에 제출했다. 그리고 흔히 다뤄지지 않는 죄목인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에 대한 내용과, 장애인 시설 인권침해 사건의 특징과 심각성, 장애인 시설 운영 현실 등 법원이 미리 알기 어려운 점에 대해서 의견을 제출했다. 그리고 조사에 참여한 조사원이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하여 증언하기도 했고, 현재 피해자들이 현재 거주하고 있는 시설의 개선된 생활상과 당시 실로암 연못의 집을 사진과 비교하여 법원에 제출했다.

 

●피해자 지원

장애인 시설 인권침해 사건에서 정작 피해 당사자인 장애인의 삶은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경우 민간단체, 장애인 단체의 활약으로 드러나기 어려운 시설 내의 인권 문제가 부각돼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경우가 있지만, 피해 장애인을 지원할 만한 별다른 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현실(이는 성·가정 폭력 피해자에게 일부나마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는 것과 비교된다)에서 수십 명에 달하는 시설 거주인들을 일일이 지자체 사례관리자들이 찾아다니며 개별적인 지원을 제공하거나 자립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거의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이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연구소 인권센터는 심각한 인권침해의 피해자인 장애인들이 정작 주변인에 그치고 만 채 현실적인 삶의 개선이 없어서는 안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한 범죄의 피해자로서 형사절차상 피해사실의 진술이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하는데 있어서도 조력이 필요한데 이러한 조력 시스템이 거의 마련돼 있지 않은 현실에서 당사자에 대한 법률적 조력의 필요성도 컸다.

이에 연구소 인권센터에서는 직원들(처음부터 조사에 참여 했던 조사원)이 직접 피해 장애인의 특정후견인이 되어 사건으로 입은 피해의 회복을 위한 지원과 법적 절차에 대한 지원을 실시하기로 했다. 후견제도가 당사자를 위한 지원이라는 측면 외에도 자기결정권 제한 가능성이라는 위험성이 지적돼 온 점을 알기에 부담스러운 선택이었지만, ‘실로암 연못의 집에서 입은 피해의 회복’, ‘민형사 소송에 필요한 지원’등으로 후견 업무의 범위를 한정한 특정후견의 방법으로는 사실상 당사자의 자기결정권 침해의 소지는 없다고 판단됐다. 오히려 매월 1회 씩 피해자를 방문하여 상담하고, 나아지는 이분들의 삶을 지켜보는 과정은 매우 보람있는 일이었다. 피해자의 마음이 열리면서부터 피해 사실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진술을 들을 수 있었고, 의무기록이나 금융기록 등 형사재판에 필요한 자료들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 지면서 검찰과의 협력도 활발해졌다.

   
▲ '실로암의 집'에 수용돼 있던 장애인들

법원의 판단 및 의의

법원이 이 사건에서 인정한 죄목은 업무상 횡령, 유기치사, 사기, 감금, 유기, 기부금품의모집및사용에관한법률위반, 장애인복지법위반, 장애인차별금지및권리구제등에관한 법률위반 이었다. 이 중 유기치사와 업무상 횡령, 사기, 기부금품법 등은 방송을 통해 확보된 증거와 내부고발자 등 증인의 증언이 주효했고, 감금과 유기, 장애인복지법 위반 및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은 인권센터의 역할이 컸다.

감금의 경우는 일부 장애인 시설에서 거주인의 안전을 명목으로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피고인측 변호인도 거주인 보호의 목적이라며 정당한 행위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센터 측은 장애인권리협약상 ‘자유에 대한 일체의 제한은 법률에 의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아무런 근거 없이 이뤄지는 감금행위가 정당화 될 수 없고, 무단이탈자로 지목된 거주인이 ‘안에만 있기 답답해서 바람을 쐬려고 밖에 나갔는데 시설장이 무단으로 나갔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보냈다’는 진술과 같은 내용의 정신병원의 관찰 기록을 확보하여 제출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을 비롯하여 수용시설에서의 감금행위가 감금으로 인정된 예가 거의 없다는 점을 볼 때, 그리고 지금도 많은 시설이 울타리를 두르고 문을 잠근채 운영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감금죄 인정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또 유기의 경우, 곰팡이 핀 내부 시설과 침구류의 모습,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 사진, 치아 관리가 되지 않아 훼손된 치아 사진, 발치시술을 받은 내역, 운동부족으로 이상지질혈증 진단을 받은 다수의 의무기록 등을 확보하여 제출하였는데, 역시 시설 내 방임이 유기죄로 인정된 예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고, 현장의 사진이나 자료확보가 형사사건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위의 많은 혐의들이 유죄로 인정된 이상 장애인복지법 위반(장애인을 이용한 영리행위), 장애인차별금지법위반 등은 ‘넉넉히’ 인정되었다.

아직 1심 판결이 선고되었을 뿐 항소심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사건과 판결의 내용에 대해서 평가하는 것은 이를 수도 있다. 또한 높은 형량이 선고된 것을 성과로 내세우기에 이 사건은 모두에게 너무 큰 아픔이기도 하다. 법정에서 “이런 일이 생기기 전 까지만 해도 우리는 그냥 평범한 가족이었다”라고 오열했던 故 서유석씨 가족의 눈물이 생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의 판결이 가진 의미는 크다. 이례적으로 높은 형량도 그러하거니와 시설에서 전반적으로 행해지던 감금행위에 대한 유죄 인정, 유기죄, 장차법과 장애인복지법 위반 인정 등 법원에서 적극적으로 장애인 중심으로 판단한 점도 그렇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사건 판결은 폐쇄적이고 은폐되기 쉬운 시설 내부의 인권침해를 밝혀내고, 이를 효과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준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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