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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우대의 참 가격왜 나는 싸게 출퇴근을 할 수 있는 걸까?
신순규(뉴욕 월가 애널리스트)  |  gypsy729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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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7.13  11: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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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정규적으로 듣는 라디오쇼 중에는 Freako-nomics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많은 것들의 숨겨져 있는 면을 조사하고 다룹니다. 얼마전에는 이 쇼의 피디가 뉴욕시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돈을 얼마 주면, 그 자리를 나에게 양보해주겠습니까?”

   
 

원래 지하철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권리는 먼저 앉은 사람에게 주어집니다. 그래서 과연 뉴욕시 지하철 승객들은 이 권리의 가격을 얼마로 계산하는지를 조사하기 위해서 피디가 그런 이상한 질문을 하고 다닌 것이었습니다. 이 질문을 받은 한 할머니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자리에 꼭 앉아야 할 사람에게는 무료로 양보하겠다고요.

그 할머니의 답을 들으면서 저는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21년 동안 뉴욕시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저는 여러 경험을 했거든요. 시각장애인인 저에게 자리를 양보해주는 사람도 있고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저에게 자리를 양보해주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시각장애인이 서 있는데 왜 일어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느냐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고 제가 자리 양보를 사양한다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고 등등...

따지고 보면 시각장애인에게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서 자리를 양보해줄 필요는 없습니다. 눈이 안 보이는 것이지, 다리가 약하다든지, 팔이나 손에 장애가 있어서 달리는 차에 서 있지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많이 피곤하다든지 다리나 팔이 아프다든지할 때는, 자리를 양보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뉴욕시 지하철에는 자리를 양보해주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을 뿐더러 빈 자리가 있는데도 시각장애인에게 말해주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사실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받는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지하철이나 기차 등의 표값을 장애인들에게 할인해준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시각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1년에 약 2400불정도의 돈을 아낄 수 있습니다. 제가 통근기차와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데요, 평균 1년에 직장에 가는 날짜 수와 매일 할인받는 가격을 계산하면 이 액수가 나옵니다. 작은 돈이 아니지요.

장애인에게 할인해주는 것이 왜 잘못된 것이냐고 의문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이런 정책은 있어야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저같은 사람에게는 이런 할인이 적용되면 안 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충분히 할인받지 않고도 출퇴근비용을 부담할만한 수입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지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생활비 보조를 해주는 것, 직장을 잃은 사람들에게 얼마 동안 수당을 주는 것, 나이 드신 분들에게 연금을 드리는 것 등등의 사회보장정책은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중에는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어야하는 것이 있고 경제적인 능력에 따라 혜택의 적용이나 액수를 결정해야하는 것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큰 부자에게 나이가 얼마 이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라의 돈을 생활비에 보태쓰라고 주는 정부는 없지 않을까요?

장애인들에게 주어지는 할인 혜택이나 생활비 보조는 생각해보면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장애 때문에 수입이 적다는 이유, 또 장애 때문에 드는 추가비용이 있다는 이유 말이지요. 예를 들어 저는 미국에서 장애인들에게 주는 생활비 보조는 받지 못합니다. 그리고 세금을 낼 때 시각장애인들에게 특별히 주어지는 혜택도 받지 못합니다. 이유는 간단하지요. 수입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유일하게 교통수단 할인에 있어서는 저도 해당이 됩니다. 수입을 묻지 않으니까요.

이런 정책 결정에는 숨어 있는 메시지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메시지가 장애인들의 평등한 사회생활을 더 어렵게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입을 물어볼 필요도 없을 정도로 장애인들의 수입이 평균보다 떨어지고 이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메시지. 장애인이 얼마나 교통수단을 많이 쓸까하는 의문. 그래서 개개인의 수입을 조사하는 데에 쓰이는 비용이 낭비라고 짐작하는 이들의 정책결정.

심리학에는 “self-fulfilling prophecy”라는 컨셉이 있는데요, 선생님이 큰 기대를 하는 학생들이 공부를 잘 하고, 반대로 선생님이 별 기대를 하지 않는 학생들이 공부를 못 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장애인들은 직업을 얻기가 어렵고 때문에 수입이 낮을 거라는 생각이 일반적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수입과 관계없는 장애인 할인 프로그램이라고 봅니다. 이런 사회의 단순한 억측은 선생님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학생들처럼 장애인들의 앞 날을 흐리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장애인들 중에도 좋은 직업이 있어서 할인의 혜택을 받으면 안 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가정은 정말 그런 사람들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는 사회의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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