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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내고 인정하며 이해하는 것
최상의 의술은 ‘함께’입니다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표 김락우
채지민 객원기자  |  cowalk100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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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승인 2015.11.13  09: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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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장면 중 하나가 이것이다. 너무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때, 대화 상대자에게 자연스럽게 전하는 말로 “주치의 상담을 받기로 했어요.” “의사와 면담을 예약했거든요.” 같은 대사가 자주 등장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치의와 의사는 무얼 의미할까? 바로 정신과 치료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우리처럼 ‘정신과’ 하면 무조건 정신질환과 사이코패스 같은 용어부터 떠올리는 게 아닌, 감기나 몸살 때문에 가까운 동네 의원에 가듯 가볍게 방문해서 자신의 처방을 받는 행위가 일상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임여성이 산부인과를 가듯, 속이 더부룩한 성인이 내과를 방문하듯, 치아가 안 좋을 땐 치과를 가고 눈이 침침할 땐 안과를 가는 것처럼, 정신의학과는 심리적으로 무언가 부담감이 쌓여갈 때 언제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하나의 진료과목’일 뿐이다.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은 정신과 진료기록 하나만 남아도 모든 게 절벽이 된다. 단적인 예로 공무원은 정신과 진료기록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직의 사유가 된다.

왜 이럴까? 거대한 이익(돈)의 카르텔이 존재한다는 점까지 여기서 ‘까발리기’에는 지면이 부족하기에, 장애당사자의 권익을 위해 앞장서서 활동하는 한 인물의 언어를 통해 그 내면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평범한 가전제품매장의 영업사원이었던 김락우 씨(정신장애 3급)에겐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걸까?

 

들려오는 목소리

“그걸 ‘갑자기’라고 표현해도 되고, ‘서서히’라고 말해도 될 것 같은데요. 저의 경우는 이삼 일만에 전혀 다른 상황 속으로 제 인생 자체가 뒤바뀌어 버린 셈이죠.”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락우 씨는 2000년 12월에 벌어졌던 일들을 날짜와 시간대까지 꼼꼼하게 언급하며 회상했다. 어떻게 그만큼 자세하게 기억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에게 다가온 건 전혀 떠올려 본 적도 없었던 ‘목소리’라는 것이었다. 환청이 난데없이 찾아들었다는 의미가 된다.

“분명히 창 밖에서 세 사람이 주고받는 목소리가 들렸어요. 일상적인 외부의 소음이 아니라, 중요한 건 제 이름을 직접 거명하며 누군가가 제 얘기를 하고 있었다는 거죠. 그런데 창문을 열면 옆 건물과는 거의 붙어 있어서, 사람이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공간이었거든요.”

너무 이상해서 매장 사장님께 문의했더니, 사장이 창 밖을 확인하며 “아무도 없는데?”라는 한마디로 지나쳤단다. ‘목소리’는 그 이후로 다양한 인물의 다양한 음성으로 계속 들리기 시작했는데,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건 모두가 ‘나 김락우’를 가리키며 한마디씩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한 시비나 ‘뒷담화’ 같았던 그 내용들이 점점 무서운 의미로 바뀌면서, 삶과 죽음을 직접 거론하는 수준으로 치닫기 시작했다고 한다.

“전혀 새로운 음성들이 연이어가며 공포뿐인 협박을 계속하는데, 그 목소리들을 지배하고 주도하는 목소리가 등장하는 거예요. 악의 화신이랄까. 그가 이 말을 했을 때 그의 정체를 알게 됐어요. ‘예전에 너 우리 교회 다녔잖아.’ 제가 고등학교 때 다니던 교회가 이단으로 밝혀진 일이 있었는데, 그 교회의 최고 직분을 가졌던 이가 이 환청을 지배하는 거예요. 그는 저 멀리 지방으로 내려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바로 제 곁에서 저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바라보는 듯이 저의 상황을 극단으로 몰고 가는 것이었어요.”

김락우 씨가 1시간 넘게 설명을 한 2000년 12월 한 달의 환청 시달림은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는 극단으로 가득했다. 그 모든 걸 세세하게 기록하면, 이 시간부터 불면증에 시달릴 독자들밖에 없을 일이 분명했다. 그 환청에 덧붙여 환시까지 나타나게 됐고, 두 달여의 괴롭힘 끝에 내려진 결론은 병원행(行)에 이어진 입원이었다고 한다.

“그 목소리가 말했어요. ‘너는 산 사람의 세계와 죽은 사람의 세계가 겹쳐 있다’고요. 하천 옆에 앉아 있던 하얀 옷을 입은 사람이 그 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게 보이고, 제가 입원한 병실 벽에서는 수묵화의 난을 치듯이 그림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거예요. 실시간으로 눈앞에서 그림이 그려지는데, 그때는 그게 환시라는 생각조차 못했어요.”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그에게 여러 검사를 거친 뒤, 이어폰을 꽂고 카세트에서 나오는 소리들을 그대로 따라해 보라고 했단다. ‘깊은 산 속에 맑은 샘물이 흐르고 있었는데…’ 하는 식의 구연동화 같은 내용이어서 따라하고 있었는데, 그 이어폰 안에서까지 환청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락우, 너한테 이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지.’”

 

‘한번 OO은 영원한 OO’처럼

모든 검사를 마친 뒤, 병원 측에서 입원해 있던 환자 몇 명을 불러서 한데 앉게 했단다. 그리고 의료진이 말을 했다고 한다. “여러분은 여기에 왜 모였는지 모르시죠. 여러분은 이 병원에 입원한 분들 중에서 정신분열증이 있는 분들만 여기에 모인 거예요.” 김락우 씨한테 예정에도 없던 최초의 진단이 내려진 게 그 순간이란다.

“현실과 현실이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게 좋다고 의료진이나 일반 사회에서는 얘기를 하죠. 사실이 아닌 것을 그렇게 생각하는 건 본인한테도 안 좋다고 얘기만 하는데, 또한 비현실적인 생각을 하지 말라는데, 없는 거를 혼자 만들어서 상상으로 경험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게 정말 아무것도 없는 걸 만들어내는 걸까요? 정신병적인 증상을 일생에 한 번 이상 겪는 사람이 2013년 조사로는 우리나라에 518만 명이 있다고 해요. 정신분열증은 그 가운데 십 분의 일 정도로 파악하는데, 과연 우리 국민 중 오십만 명이 아무것도 아닌 헛것의 상상만 만들고 있다는 건가요?”

김락우 씨는 그나마 상태가 아주 좋은 편에 속한다고 한다. 2000년 12월에 발병하고 2001년 2월에 진단이 내려진 이후로 지금까지 네 차례 입원을 했고 그 기간이 각각 2달과 6달, 3달씩 두 번 해서 총 14개월을 입원생활로 보냈는데, 2013년 통계로 보면 정신병동 입원의 평균기간이 무려 260일로 나와 있단다. 1년에 9개월을 사회와 격리되어 지내는 정신질환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가 된다.

“현실이 아니래요. 없는 일이랍니다. 본인들이 착각을 하는 거랍니다. 그런데 수십만 명이 유사한 경험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인데, 일단 입원시켜서 약물로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게 전부예요. 정신질환 이쪽에서는 평생 치료를 받아도 ‘회복’이라는 용어 자체를 쓰지 않아요. 완치의 개념이 전혀 없다는 거죠. 왜 우리나라는 이런 시스템만 고집하는 걸까요? 다른 선진국들처럼 짧고 확실하게 대처하는 게 아니라, 일단 입원기간을 무조건 길게 가져가고 한 번 환자가 되고 나면 그 환자의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로 평생을 살아야 해요. 계속 고객화가 되게끔 뒤에서 만드는 시스템밖에 없다는 거예요.”

일단 입원시켜서 거기서 발생하는 수익, 그리고 약물을 팔아서 거기서도 발생하는 수익 때문에, 대한민국의 정신질환치료는 회복이 없고 완치도 없는 악순환으로 계속 굴러갈 뿐이라는 게 김락우 씨의 강력한 주장이다.

“일 년의 절반을 입원하고 퇴원한다면, 그 반년의 공백 때문에 제대로 된 사회적응을 할 수가 없게 돼요. 정신질환자나 정신장애인들에게 일자리의 문이 열리나요? 설령 자리가 있다 해도, 일조차 하기 어려운 몸의 컨디션밖에 남는 게 없거든요.”

나쁜 표현이지만, 가장 단순하게 말한다면 ‘바보’를 만드는 것이다. 멍한 상태, 약에 취한 상태, 인지능력은 바닥으로 떨어뜨려놓고 정신장애의 증상이 완화된 듯한 상태로 만들어 일단 퇴원시키는 게 전부인데, 문제는 그 다음이란다. 과도한 약물의 후유증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치료가 아니라 일시적인 극약처방으로 환자를 가장 단순한 심신의 상태로 만들어놓는 게 반복되는 인생이 된다는 것이다.

“제가 발병한 게 서른여섯 살 때였는데, 저는 학교를 졸업하고 현역으로 군복무도 했고, 사회인으로 직장생활도 남들과 똑같이 했어요. 그런데 예전에 정신보건센터에서 교육을 받다 보니까, 남자는 이십 대 초반에, 여자는 이십 대 중반에 발병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고 했었죠. 그 연령대가 급격하게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는 게 정말 큰 문제입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이 증상으로 치료를 받는, 치료를 받아야 할 청소년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어요. 당연히 공부는 할 수 없게 됩니다. 치료의 과정은 학업의 공백을 낳고, 또래들의 세상과 큰 격차가 생기게끔 만들면서, 이걸 다시 채우고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죠. 그 상태로 정신질환자의 낙인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야 하게 되는 겁니다.”

 

최고의 해결책은 이미 답이 나와 있다

사회적인 편견이 무엇보다 큰 벽을 만들고 있다 한다. 무슨 사건 같은 것만 벌어지면 가장 쉽게 등장하는 표현이 ‘예전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거나 정신적 질환이 의심된다’는 식으로 몰고 가는 행태들 아닌가. 김락우 씨는 강조한다.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인격적이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이미 있는 사람인 거지, 그건 정신질환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

   

 

“강력범죄를 무조건 정신질환이나 사이코패스라는 식으로 몰고 가는데, 실제로는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범죄율은 훨씬 낮아요. 0.2%에서 0.3%라는 발표도 있었죠. 생각해 보세요. 정신분열증이 오십만 인구라 하고 전국의 병상이 팔만오천 개 정도 되는데, 그럼 입원하지 않은 사십만의 정신분열증의 환자들은 매일 수십 명씩 한강에 투신하는 등의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야 이 사회의 편견이 합리화되는 거잖아요. 현실과 전혀 다른 편견으로 정신질환을 옭매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실체입니다.”

진짜 큰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2013년 5월에 정신보건법 개정안이 나왔는데,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을 관리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한다. 사전에 미리 심리검사 등을 통해 정신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겠다는데, 이것처럼 위험한 발상은 없다는 것이다.

“조기발견을 하겠다는 건 다른 말로 하면, 발견할 수 있는 대상을 찾아가서 문제가 드러나면 국가가 먼저 치료하겠다는 겁니다. 첫 번째로 학교가 되고 이어서 군대와 경찰 같은 조직이 되겠죠. 심리 상담을 해서 내성적인 사람도 다 약물치료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아졌어요. 개구쟁이 같은 아이들이 과잉행동장애(ADHD)라는 판정부터 받게 된다고 상상해 보세요. 국가가 정신질환을 만들어내는 참담한 결과만 낳게 될 정말 무서운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겁니다.”

가장 효과적이고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약물투여가 아니란다. 서로의 사회성을 인정하고 함께하는 세상을 만드는 게 그 무엇보다 급선무라는 것이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전체 미국인들 중 5분의 1이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한 사례를 본다면 문제를 가리고 감추는 게 아닌,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가는 게 최우선임은 분명한 일이다.

“당사자 스스로가 밖으로 계속 나와야 해요. 그리고 이 사회가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어쩌다 한 번 마주치는 것과 종종 마주치는 것, 자연스럽게 늘 마주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편견을 없애는 길이 될까요. 함께 살아가는 세상인 겁니다. 조금씩 다름을 인정만 하면 가장 빠른 해결점이 보이게 되죠. 약물이 아니라, 이해와 사랑이 결과적으로는 최고의 의술임을 잊어선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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