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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의 동료상담, 공감과 지지가 가장 중요합니다.동료상담가 권현미 씨, 박재범 씨
글과 사진. 채지민 객원기자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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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호] 승인 2016.09.01  1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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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그랬어? 나도 그랬는데

“처음엔 동료상담이 뭔지도 몰랐죠. 그런데 동료상담을 해보지 않겠냐면서, 복지관의 한 선생님께서 권유를 하시는 거예요. ‘한 사람이 같은 상황에 있는 다른 사람을 만나서 상담하는 것’이라 했어요. 제가 글자를 잘 못 적기 때문에 어려울 것 같다고 말씀드렸는데, 선생님은 괜찮다면서 해보는 게 좋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동료상담이라는 걸 시작하게 됐어요.”

지적장애 2급인 권현미 씨는 새롭게 다가선 인생의 길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다들 외롭고 힘들고 어려운 점이 많기 때문에, 같은 공감을 확인하게 된다는 것 자체에 매력을 느꼈단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런 전문적인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거, 그건 분명한 활력이었고 더 많은 느낌을 얻고 싶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상담의 대상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처음부터 환한 표정이었던 현미 씨의 얼굴이 순간 심각해졌다.

“이제까지 당했던 얘기, 그 사람이 지금껏 당하고 있는 이야기를 주로 들어요. 그런데 저도 지금까지 그렇게 당한 게 많거든요. 중학교 때, 고등학교 때 있었던 이야기, 그런 걸 같이 한 마음이 되면서 얘기 나눠요. 그냥 털어내듯 얘기하게 되는 거죠.”

그렇다면 현미 씨 마음에 가장 가슴 아프게 남아 있는 동료상담 사연이 있을 것 같아 묻게 됐다. 손사래가 뒤따랐다.

“아, 제가 그거 얘기를 하면 또 울 것 같아서…. 그 전에 동료상담 교육을 받으러 갔을 때도 내내 울었거든요. 같은 입장에서 얘기를 나누다 보니, ‘너도 그랬어? 나도 그랬어.’와 같은 내용이 너무 많았어요. 그건 눈물이 날 것 같아 말씀 못 드리겠어요.”

털털하고 낙천적인 성격 같은 현미 씨 곁에는, 모든 걸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듯한 박재범 씨가 앉아 있었다. 같은 상담가로 활동하는 동료인데도, 두 인물의 성격과 스타일이 너무나 대조적으로 보였다. 그렇게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느껴진다고 하니까, 그제야 두 사람의 얼굴이 동시에 환해졌다.

“그래서 자주 싸우는가 봐요. 애칭도 만들었어요. 저는 고양이, 재범이는 허스키. 허스키는 시벨리안인가? 그 종류의 강아지인데요. 저흰 고양이와 개처럼 자주 다투거든요. 물론 친할 때는 참 많이 친하고요. 제가 나이가 세 살 많은데, 지금은 사귀는 관계로 지내고 있어요. 연애까지는 아니지만…, 하하하, 우린 서로한테 좋은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활동하면서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재범 씨는 실제로 조심스러웠다. 모든 대화가 단답형의 짧은 한마디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단어’와 ‘용어’만으로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곁에 앉은 현미씨가 “그게 뭐더라?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하면 ‘OO’라고 확인하면서, 그 용어를 딱 한마디로 매번 전달해줬다. 그런 재범 씨에게 동료상담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고민을 풀어주는 거예요. 저는 지적장애 3급인데, 상담을 나가는 게 좋아요. 만날 상대가 회사에 피해를 안 끼칠 점심시간에 주로 만나는데요. 여기 센터로 그 당사자가 방문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럼 동료상담가가 되기 이전의 생활은 어땠을까? 가볍게 분위기를 바꿀 겸 던진 질문이었는데, 대답은 기대치 않던 내용으로 흘러나왔다.

“항상 놀림을 당했던 것밖에 기억이 안 나요. 초등학교 때는 애들이 제 이름에 다른 단어를 붙여서 놀림으로 불렀고, 고등학교 때는 애들이 폰으로 이상한 영상을 보여주면서 놀렸어요. 늘 그렇게 괴롭힘을 당했거든요.”

동료상담을 위해 ‘한 당사자’를 만나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연결을 맺게 된단다. 한 달에 한 차례 이상 다시 만나서 생활하는 모습과 환경을 살피게 되는데 식사는 제대로 하는지, 먹는다던 약은 잘 복용하고 있는지도 확인하게 된다고 한다. 상담을 원하는 당사자가 동료상담가의 ‘남성, 여성’을 따지는 경우도 있어서, 서로 교차하며 상담을 나가는 경우도 종종 있단다.

“보람되고 좋은 일도 여럿 있지만, 이젠 정말 제대로 동료상담을 배우고 싶어요. 이론적으로도 깊게 알고 싶은데, 제가 글자를 잘 못 적는다는 게 가장 아쉬워요. 녹음을 하는 방법도 써봤는데 부족한 게 많거든요. 지역에서 하는 교육도 몇 번 받아봤는데, 어려운 용어와 표현이 많아서 힘들었어요. 물론 교육의 효과는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상담할 때 도움이 되거든요.”

현미 씨는 독특한 경험도 한 적이 있었단다. 상담을 하러 나갔다가, 상담을 받던 당사자의 삶을 아주 눈여겨 바라보게 됐다는 것이다. ‘자립한 여성’이었는데, 그때까진 진지하게 생각한 적 없던 ‘독립’의 생활을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한다. 자신의 나이와 금전적인 상황, 자신의 현재 위치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됐다는 의미 같았다.

“대구의 장애인 콜택시는 ‘나들이콜’이라고 부르는데요. 법으로 규정된 차량의 수보다 더 많이 운행한대요. 그런데도 차를 타기가 너무 힘들어요. 다른 도시는 이용대상을 중증장애인으로 한정하는데, 대구는 국가유공자와 65세 이상의 노약자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게 해놔서 그렇대요. 장애인의 이동편의를 위해 제도를 좀 바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돼요.”

 

   
 

최고의 열매는 공감과 지지입니다

현미 씨는 지금 아주 중요한 책임을 맡고 있다고한다. 올해 거행되는 전국발달장애인당사자대회 준비위원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준비를 위해 매번 각 도시를 찾아가서 지역별 회의를 주재하느라고, 동료상담의 임무는 잠시 내려놓고 있는 중이란다. 행사 준비를 하는 여러 상황의 얘깃거리와 소소한 일상의 대화가 길게 이어지고 있을 때, 센터를 맡고 있는 황상윤 소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를 동료상담가로 활동하게 이끈 동력을 묻고 싶었는데, 때마침 그 자리가 마련된 셈이 됐다.

“동료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감정의 해방’이죠. 그런데 대부분의 동료상담은 신체장애를 가진 분들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장애의 유형을 굳이 구분 짓는 건 아닙니다만, 발달장애인들이 동료상담의 ‘동료’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가 찍히고 있죠. 예를 든다면 각각의 장애 유형별로 장애인단체들이 있습니다. 수많은 당사자들이 단체의 활동가로 직접 움직이고 있는데, 유독 발달장애인단체는 전문가들이나 부모님들 중심으로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죠. 발달장애인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들의 단체를 만든 게 없다는 겁니다.”

발달장애인들이 동료상담의 ‘동료’로 인식되는지 여부를 언급한 대목은 참 가슴 아픈 지적이다. 장애 유형과 상관없이 훌륭한 활동을 하는 동료상담가들이 훨씬 많겠지만, 최소한의 소통 시도조차 하지 못할 상황에 놓여 있는 게 발달장애의 실제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황 소장은 눈높이를 바꿨단다. ‘같은 장애가 있는 당사자가 바로 최고의 전문가’라는 인식의 전환으로, 발달장애인 동료상담가를 양성하게 됐고 그 씨앗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서로가 같은 입장에서 스스로 겪어온 이야기들을 하게 될 때, 이 동료상담의 진정한 가치와 효과가 발휘되는 겁니다. 뛰어난 기술적인 방법론을 익히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죠. 하지만 동료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결국 공감하고 지지하는 부분이 아닐까 판단하게 됩니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가 아주 크게 남아 있습니다. 발달장애인들이 동료상담가로 양성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전무하다는 건데, 발달장애에 특화된 교안이나 강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 센터도 다방면으로 준비를 거듭하고 있는 중입니다. 현미 씨와 재범 씨가 커다란 밀알이 되고 있는 것이죠. 저희 센터도 두 분의 활동을 큰 기대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시작은 일정한 시행착오가 동반하겠지만, 일정한 궤도에 올라서면 확실한 열매를 맺게 되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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