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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청춘을 위하여[한국장애학회]장애학적 관점에서 세상보기
글과 사진. 전지혜/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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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2.16  19: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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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적 관점?

장애학이란 사람과 사회의 관계를 당사자적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고 재해석하는 학문이다. 특히 장애학은 주류사회가 만들어 온 비장애인 중심적인 사회를 비판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운동성과 방향성을 가진 학문이다.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를 장애인의 시선에서 어떻게 무엇을 바꿀 것인지 논의하는 것이 장애학의 시작인 것이다. 장애학도인 내게 무엇을 바꿀 것인가를 묻는다면, 사회 전반의 장애를 둘러싼 모든 유무형의 조건과 상황들을 바꿔야 한다고 답할 수 있다. 제도, 인식, 문화, 환경, 언어, 가치관 등등 우리네 삶의 전반을 아우르는 유형과 무형의 모든 조건이 변화의 대상인 것이다. 쉽게 말해서 ‘장애를 가진 사람’이 사회에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가진 사회’를 바꿨으면 한다.

특히 대표적으로 다양한 지원체계가 마련됐지만 장애인과 다르게 처우 받고 활동과 참여의 영역에서 배제된 이들은 소위 발달장애라는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지적 또는 자폐성 장애인으로 우리 사회에서 신체적 장애인에 비해 사회통합의 정도나 속도도 더디고, 여전히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발달장애인들의 사회참여를 위해서 사회변화 전략을 더욱 치밀하고 생활 밀착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발달장애인의 사회적 권리가 비장애인과 대등한 수준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발달장애인 청춘의 삶의 현실

발달장애인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 비장애인 청춘의 삶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아니, 선택권 자체가 거의 없는 듯하다. 특수학교를 졸업하거나 일반고 특수반을 졸업한 후에 대개 특수학교와 연계된 전공과에서 바리스타 등의 직업 교육을 받거나 보호작업장에서 일하거나, 평생교육원이나 복지관 내 교육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주간보호센터 등 보호기관으로 가서 지내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일반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발달장애인이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전체적인 데이터조차 확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인천시장애인복지관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시의 경우 2014년에 특수학교(184명)와 일반고(164명)를 졸업한 발달장애인은 총 312명이었다. 특수학교 졸업생 184명 중 61명은 평생교육 시설 등을 이용하고 있었고, 23명은 취업했으며, 64명은 교육 단절자였다. 그리고 일반고의 특수반을 졸업한 발달장애인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파악조차 안됐다. 즉 상당수의 발달장애인은 특수교육의 시간을 지낸 후 성인이 되면 갈 곳도, 활동하거나 참여할 영역도 매우 제한적이거나 그냥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발달장애인 지원이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난해부터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실시되고 있지만, 얼마나 발달장애인의 삶의 활동과 참여영역을 비장애인과 대등하게 보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성인 발달장애인에게 청춘으로서의 삶의 선택이 주어지지 않은 채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 권리보장 및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보호적 세팅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발달장애인 평생교육 센터나 복지관 내의 발달 재활 사업 등이 발달장애인 부모나 가족의 부양부담을 덜어주고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사회적 참여를 늘리는데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비장애인 또래들이 살아가는 환경과 같은 참여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적 조치로서의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를 늘리는 사회적 지원체계를

마련한다면, 이는 장애인에 대한 통합이 아닌 또 다른 분리와 보호만을 만들어내는 일일 것이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주간활동지원이 인정되고, 평생교육센터 등 다각도의 사회적 돌봄 프로젝트가 발달장애인의 주체적 삶에 대한 선택권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는 장애인 당사자의 관점에서는 다소 아쉽다. 발달장애인도 일상적 삶에 대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는 없을까? 왜 우리 사회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돌봄만을 이야기하고 부모나 양육자 중심의 사회 복지적 대안을 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까?

누구의 삶인가? 하는 질문에 답하려고 한다면 생각보다 쉽게 발달장애인 청춘의 삶을 위한 사회적 지원으로 어떤 것이 필요하고 준비돼야 하는지 답할 수 있다. 또래 청춘들이 경험하는 삶의 단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연령대의 비장애인에게 주어지는 다양한 삶의 경험들이 그 속에 함께 주어져야 할 것이다.

 

발달장애인 청춘을 위한 대학을 제안한다

20대 비장애인 다수가 선택하는 삶에는 대학이라는 ‘삶의 전환적 장’이 있다.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이행되는 청춘의 도입기로서 사회로 나가기 전에 다양한 준비를 시도하는 단계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발달장애인에게 주어지지 않는 청춘의 활동영역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통해 서열화를 하고 학업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들만 모아서 전문적인 고등교육을 하는 고등교육기관이기 때문이다. 굳이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논하지 않더라도, 수학능력이 부족한 사람에 대해서는 입학을 불허하는 곳이 대학이다.

그러나 이제 시절이 바뀌고 상아탑의 아성은 무너지고 있다. 대학이 고등교육기관인 동시에 범시민교육을 하는 새로운 장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평생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통과한 이들을 위한 정규 학위과정 이외에 다양한 성인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대학의 사회적 기여라고 볼 수도 있고, 줄어드는 학령인구에 대비하는 대학의 자구책일 수도 있다. 이런 평생교육의 장이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문을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그동안 복지관이나 보호작업장, 특수학교의 연장선인 전공과에서 하던 교육을 대학이라는 간으로 옮기는 것만으로도 장애인의 활동과 참여의 영역은 넓어질 수 있다. 분리된 곳에서 별도로 사회에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받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교육받고 비장애인 청춘의 활동영역을 체험한다는 것은 한발 더 통합적 지역사회를 만들어가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 내 작은 변화의 시작 ‘인천대 사회복지학과의 실험’

필자가 몸담고 있는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서 작은 시도를 시작했다. 캡스톤디자인이라는 새로운 과목이 생겼는데, 이는 사회복지학과 4학년 수업으로서 실습과목보다도 현장 밀착적인 내용으로 진행해야 한다. 수업 설계를 고민하다가 발달장애인의 대학 교육권 보장을 위해 작은 체험적 수준에서라도 시도를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복지관에서 하는 ‘발달장애인대학’ 프로그램을 실제 대학에서 준사회복지사로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들과 함께 진행해보기로 한 것이다.

인근에 있는 인천시장애인복지관 내 한울대학 프로그램에 참가 중인 발달장애인 30여 명이 월요일 오후에 인천대학교에 오게 됐다. 수업의 수강생 10명은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대학’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선배의 입장에서 후배들을 챙기는 형식으로 발달장애인들과 관계를 형성했다. 학생증도 제작해 발급하고, 교내에서 선배들과 밥먹기, 도서관 이용하기, 학교 뒤편 바닷가에서 미션 수행하기, 휠체어 럭비단과 경기 체험하기, 대학 수업 청강해보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운영했다. 첫 시작은 ‘우리를 왜 애 취급하느냐’는 반응을 듣기도 했고, 발달장애인 후배들과 사회복지학과 선배들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지만, 회기를 거듭해가면서 서로 진짜 선후배가 돼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휠체어 럭비 시합을 할 때에는 척수장애인 럭비선수들까지 함께 어우러지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

현재 종강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내년에는 어떤 시도를 해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발달장애인과 함께 하는 대학 만들기를 통해서 대학교 내 교직원분들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고, 교내 식당이나 문구점에서 일하는 사람들, 교정을 오가는 학생들이 우리 사회에 발달장애인 성인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대학이라는 작은 사회지만, 그 안에서 우리 전체 사회 역시도 보다 통합적으로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학기의 작은 시도를 통해서 많은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발달장애인과 함께하는 대학을 만드는 일은 장애학적 관점에서의 세상을 바꾸는 일인 동시에, 발달장애인에 대한 시민권, 사회권, 교육권의 보장으로써 앞으로도 어떤 방식으로든지 계속돼야 할 것이다.

   
 

지역사회 내 권익옹호이자 발달장애인의 교육권 보장

이미 해외의 다수의 대학에서는 발달장애인이 함께 대학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별도의 복지관이나 평생교육 세팅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대학 내에 다양한 편제로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또는 따로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거나, 비학위과정으로 발달장애인 평생교육과정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구대나 나사렛대 등 장애영역에 강점을 보이는 대학들이 이러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는 이러한 시도에 보다 많은 대학들이 관심을 갖고 사회적 책무로써 그 역할을 이행해야 할 때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는 세상이란 특정 보호적 장치와 기관이나 제도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비장애인을 삶의 활동영역에 장애인도 더불어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이는 발달장애인에게는 20대 성인 경함하는 일상적 삶에 대한 기회보장인 동시에 교육권을 보장하는 것이며, 더불어 함께 사는 지역사회로의 사회발전에 한걸음 다가서는 일이라 하겠다. 장애학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하나씩 바꾸어 나가는 일에 대학과 지역사회가 앞장설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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