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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안의 장애 차별, 연세대학교 내 학생 자치활동대학 장애동아리 릴레이
연재 글. 정아영/연세대학교 게르니카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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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2.24  09:2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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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들이 도전해보고 싶은 것, 해보고 싶은 것으로 생활을 채워가려고 노력한다. 대학생들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접근하는 태도도 비슷하다. 전공 공부, 취직 준비, 연애, 여행 말고도 수많은 대학생들이 ‘자치활동’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 대학 내 자치활동이란대학생이 동아리, 자신이 속한 학내 공동체의 활동을 기획, 참여, 혹은 실행하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과학생회, 총학생회, 동아리 활동 등이 있는데, 활동의 종류와 구성원이 다채롭다. 그만큼 마치 대학 외 한국 사회의 일면처럼 다양한 차별 상황들이 벌어진다. 발달장애에 대한 상황은 그 중에서도 더욱 심각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느 공동체의 1970년대에 고착화된 장애인식은, 발달장애 대학생의 주도적인 자치활동에 제약을 가하고 있다. 3년 째 머물고 있는 연세대학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새벽녘의 하소연

1월 12일 새벽녘, 한 연세대학교 학생이 ‘내가 있는 단체 채팅 방 안에서 내 의견이 무시당하는 것 같다’는 개인 페이스북 메세지를 받았다. (아웃팅의 위험을 배제하기 위해 당사자들의 의사를 물어 실명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학생은 한 과학생회 임원이 다른 학생(비장애학생)이 얘기하는 활동은 동아리 안건으로 받아들이면서 본인이 제기하는 말에는 대꾸도 안 하고 말을 해야 할 때는 계속 본인에게만 존댓말을 쓴다고 호소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이 상황은 그 학생이 행정상으로 자폐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치 않게 알았을 때 시작된 일이었다.

당시 학생회 뒤풀이에 있는 식당 길이 어려워서 길을 잘 못 찾는 상황이었고, 학생은 임원에게 250m 정도 통화로 길을 알려주거나 마중 나와 달라고 부탁했다. 임원은 다른 동아리원들 인원을 확인해야 한다며 부탁을 거절했다. 장애 당사자 학생은 10분 간격으로 세 번 전화했다. 그러나 그 임원을 포함한 다른 임원들 모두 연락을 받지 않아 결국 5분 거리를 추운 겨울바람 속에서 1시간 가까이 헤매야 했다. 그 이후 과학생회 임원들은 사과는커녕 그 일에 대해 언급도 하지 않고 학생의 개인연락과 단체 채팅방에서의 말을 무시하고 있다고 했다. 마지막 통화에 들은 폭언은 “이 바쁜 와중에 그런 걸 챙길 틈이 어디 있냐. 왜 학생회 지원할 때 그런 것(장애가 있다는 것)을 얘길 안 했냐. 어차피 설명해줘도 못 알아들을 거 왜 끈질기게 전화하냐”였다. 그 과 학생회원에게 장애는 비장애학생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기 위해 배제된 ‘그런 것’에 지나지 않았다. 명백히 발달장애를 비하하는 말이었다. 너무 화가 났고 마음이 아팠다.

필자는 장애인권 동아리의 일원으로, 폭언을 한 사람에게 어떻게 사과를 받을지 고민했다. 놀랍게도 신촌의 ‘배리어프리(Barrier-free) 지도’를 공유해달라는 요청으로 5일 뒤 문제의 과학생회 임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새로 과에 들어오는 신입생이 지체장애가 있어서 계단이 있는 곳에 못 올라가니, (지체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같이 갈 수 있는 장소를 알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지체장애학생의 상황을 고려하는 태도 자체는 물론 훌륭한 행동이었지만, 그 임원의 이중성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지체장애는 충분히 고려하는데, 발달장애는 당사자가 구성원인데도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심지어 비하 발언과 행동을 서슴지 않는 이중성이 느껴졌다. 순간 너무 어이가 없어서 3시간에 걸친 토론 아닌 토론을 했다. 발달장애는 비장애인과 대화를 할 수 있는 ‘보통 사람’이며, 비장애나 지체장애인과 동등하게 대우해줘야 한다고, 이 사람도 한 명의 학우이며, 설명하는 내용 다 알아 듣는다는 것을 납득시키는 데 한참 걸렸다.

그 사람이 휠체어를 타는 지체장애인을 ‘특별 취급’ 하는 이유는 특별하지 않았다. ‘단순 접촉 효과’와 적극적인 행동 때문이었다. ‘단순 접촉 효과’란 한 사람이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대상을 반복해서 보는 것만으로도, 호감이 느껴지는 현상이다. 그 사람은 휠체어 사용자의 일상생활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았다. 일련의 대화에서 “휠체어 타는 사람들이 불편한 건 많이 봐왔다. 중고등학교 등하굣길에 휠체어 타시는 분들도 많이 봤었고, 새터(새내기 배움터의 준말. 연세대학교 내 각 단과대에서 주최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을 말한다)에 가서 같이 놀고 돌아다니다가, 턱 있고 비좁은 길은 가기 힘들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자치활동에서 일어나는 접촉효과가 그의 장애 이해를 조금이나마 도왔다. 새터에서 단순접촉으로 느낀 장애 이해가 없었더라면, 그는 지체장애가 있는 학우에게도 거침없는 폭언을 했을 것이다. 다분히 작위적인 상황이긴 했지만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인권 교육이 그에게 좋은 경험이 됐다. 발달장애는 제외하고.

얼핏 보면 동등해 보이는 ‘장애’라는 카테고리 안에서도 차이와 차별이 존재한다. 대학 내의 발달장애 학우들은 시각, 청각, 지체 등 신체장애 학우들에 비해서 다소 큰 차별을 겪는다.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가 타 장애에 비해 인식이 ‘낡은’ 이유는 무엇일까? 절반 이상의 발달장애인을 시설과 집이라는 감옥에 가둬 둔 관습 때문일지도 모른다. 고등교육을 수학하는 장애인은 전체 한국 장애인에 비하면 매우 소수이다. 하지만 대학을 ‘다니는’ 장애학생 중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의 비율은 신체장애인의 비율에 비해 극소수이다. 대다수의 비장애 대학생은 살면서 발달장애 학우를 만날 일이 전혀 없을 것이다.

그 과학생회 임원은 살면서 미디어가 송출하는 발달장애인 말고는, 실제로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을 것이다. 아직 미디어는 장애를 동정의 시선으로 보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그 결과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고, 대화할 때 땅바닥만 쳐다보고, 알아듣지 못할 말을 중얼거리며, 하루 종일 상동행동만 보이는 발달장애인의 모습만이 가득하다. 발달장애인의 사회성을 ‘보완하는’ ‘특이한’ 지적능력을 기특해 하는 미디어들이 주기적으로 방송된다. “우리 누구누구는 말은 잘 못하지만 암산 능력이 뛰어나요” 지상파 방송 <세상에 이런 일이>에 등장한 인터뷰이다. 어떤 대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들어온 정보가 하나의 고정관념이 된다. 발달장애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는 미디어로부터 학습했을 가능성이 크다.

 

장애 당사자 목소리 없는 장애 매뉴얼 만들기

   
 

연세대학교 장애인권 동아리 게르니카에서는 작년에 배리어프리 엠티 매뉴얼을 만들어 올해 중앙 새내기 맞이단과 페이스북 페이지에 내용을공유했다. 대표적인 자치활동인 엠티에 참여하는 데 다양한 유형의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들이 동등하게 참여했으면 좋겠는 바람이었다.

공통사항,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의 유형 별로 행사를 준비해야 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점들을 담았다. 엠티 주최 측에게는 장애에 대한 지식과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장애학생에게는 일일이 자신의 장애를 설명해야 할 부담감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매뉴얼을 만드는 과정에서, 동아리 내외의 장애 당사자를 인터뷰하고 직접 내용을 검수 받았다. 저시력 장애 매뉴얼 내용은 실제 저시력 장애학우에게 내용의 적절함을 물어봤다.

그러나 매뉴얼을 만들 당시에,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알기 쉽게 설명해주세요’ 이상의 발달장애 유형 내용이 어느 곳에도 없는 것이었다. 한국 내 장애인법과 장애 관련 단체 지침은 물론, 인권 감수성 풍부하기로 유명 내로라하는 미국 대학에서 만든 만들어진 안전 지침 매뉴얼도 심도 깊은 내용은 별로 없었다. 동아리 내의 장애 당사자에게 물어보는 것에 한계를 느꼈다.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지 인터뷰는 가능한데, 완성된 엠티 매뉴얼의 표현이 올바른지-당사자가 말하고 싶은 것을 잘 옮겨 썼는지- 확인할 길이 제한적이었다.

‘가까운 길도 친절히 알려줬으면 좋겠다’라는 인터뷰를 ‘장소 위치를 공지할 때는 200m 단위로 차근차근 친절하게 알려준다’로 바꿨다. 그런데 가깝다는 기준을 200m로 정한 건 발달장애 당사자가 아니라, 주변에서 그를 겪은 신체장애학생 또는 비장애학생이었다. 당사자 목소리가 반영이 될지 안 될지가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엠티 매뉴얼 최종본을 발달장애가 있는 학우가 이해할 수 있는 버전으로 따로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도 해봤다. 그럼 다시 꼬리를 물고 질문이 생긴다. ‘그럼, 어느 정도까지 쉽게 만들어야 하지? 우리 동아리에 있는 분의 장애 정도하고 그 밖에 학내에 있는 발달장애 학우의 장애 양상이 다를 텐데.’

고민의 답이 없었다. 결국 게르니카 외부에 공유한 최종본에는 발달장애 내용이 빠졌다. 행사 주최 측에서 동아리에 문의가 들어오면 그 때 그때마다 답변을 해주고 있으나, 이마저도 맞게 답하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꾸준히, 발달장애와 관련된 고민은 필요하다. 문의가 들어오는 만큼 수요자가 있다는 것이니까. 발달장애에 대한 인식 변화만큼 관련 법제 제정이 필요하다. 물론 이마저도 당사자가 없는 상황에서 법제화가 빨리 이뤄질지 의문이다.

우선은 발달장애 당사자와 함께 생활했던 경험을 살려, 뼈대라도 만들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메시지를 보낸 비장애학생과 얘기하다 나온 결론이었다.

 

경계 허물기

장애 사회 안에서의 발달장애 배제는 의도적이지 않든 의도적이든 간에, 대학 내 자치활동에서도 드러났다. 미디어에 나오는 발달장애의 무능력한 이미지를 대신하고, 적어도 지체장애만큼 친숙하고 ‘자연스러운’ 장애가 되려면 인식 개선과 제도적인 노력이 동시에 필요함을 실감하고 있다. 각 학교 구성원과 사회 구성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뿐 아니라 장애 안의 경계를 허물 수 있는 대학과 사회를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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