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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의 마음과 착한 가격의 만남, 우리는 함께 사는 이웃입니다함께 웃는 가게
글과 사진. 채지민 객원기자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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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24  17: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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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같은 경험이 있을 것 같다. 해마다 봄옷을 꺼내며 겨울옷을 정리할 때, 반팔의 여름옷 대신 긴팔의 가을옷을 내걸 때마다 안 입으면서도 항상 가지고 있는 옷들이 생각보다 여럿 눈에 띈다. ‘언젠가는 입겠지?’, ‘버리긴 아깝잖아’가 모두의 공통된 심정이 아닐까? 옷만 그런 게 아니다. 생활 주변의 모든 게 다 마찬가지다. 안 쓰고 쌓아둔 그릇들, 창고에 넣어둔 가방 몇 개, 자잘한 개인 소품들까지 시선을 넓히면, 집 안의 절반은 안 쓰는 물건들이 분명하다. 깔끔한 정리를 위한 아주 간단한 해결책이 여기에 소개된다. 협동조합 ‘함께 웃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 보면 단번에 이해가 된다.

 

모든 게 소중한 보물입니다

   
 

먼저 용어부터 정리한다. ‘재활용’과 ‘재사용’은 의미가 다르다. 재활용은 일정한 가공을 거친다. 그래서 원래와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다. 거리에 내걸린 플래카드가 가을의 낙엽을 담는 마대로 재탄생하는 걸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된다. 재사용은 있는 그대로의 용도로 다시 사용하는 걸 말한다. 옷은 옷이고 신발은 신발이다. 그릇은 그릇으로, 컵은 컵으로 계속 쓰면 된다. 단지 사용자가 바뀌고 새 주인을 만나는 게 다를 뿐이다. 협동조합 함께 웃는 가게는 멀쩡하고 깨끗한 물건들이 아주 저렴한 가격에 새 주인을 만나는 공간이다. 자원절약과 공동체의 교류가 함께하는 열린 공간인 것이다.

“저희는 상근자가 없어요. 협동조합 조합원들이 순번을 정해서 돌아가며 가게를 담당하죠. 큰 수익을 위해 영업하는 일반매장이 아니라, 이 가게를 통해서 지역사회하고 만날 수 있다는 거, 그런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점만으로도 저희는 모든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서울시 마을기업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협동조합으로 전환된 함께 웃는 가게의 대표는 (사)함께가는 강북장애인부모회의 회장 출신이기도 한 최미경 씨가 맡고 있다. 그런데 회장님이든, 이사장님이든, 대표든 뭐든, 그 호칭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함께하는 공동체의 정신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봄부터 부모회에서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당시 고3이었던 발달장애당사자 자녀들의 진로를 고민하던 중에 의견이 모아지게 된 거죠. 사실 학교를 졸업하면 애들이 갈 데가 없잖아요. 보호작업장이 있긴 하지만 혼자 출퇴근이 가능한지 여부 같은 전제조건들이 많고, 그나마 대기하며 마냥 기다려야 할 때가 대부분이고 원할 때 일을 할 수도 없잖아요. 정원이 차면, 기간이 지나면 나와야 하는 것 또한 현실이고요. 그래서 우리 지역 안에서 우리 아이들의 사회성을 키워낼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지역 안에 이미 활성화되고 있던 재사용가게를 관심 있게 바라보게 됐어요. 아름다운가게 같은 예는 이미 충분히 입증된 사례가 되잖아요.”

서울 강북구는 재사용문화가 특히 발달해 있다. 매장도 20여 곳에 이른다고 한다. 민들레가게, 아름다운가게, 녹색가게, 살림, 마을꿈터, 행복플러스 등 익숙한 이름의 매장들이 강북구 곳곳의 생활권에 활성화되고 있는데, 이런 매장들이 강북구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강북자원순환네트워크’를 결성해서 함께 활동하고 있단다. 경쟁업체가 아니라 협력관계로 같이 나아가는 것이다. 단, 각 매장마다 지향점은 조금씩 다르다는 게 특징이다. 녹색소비 문화정착, 일자리 창출, 마을 중심의 공동체 형성, 지역사회공헌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함께 웃는 가게는 발달장애청년들의 자립과 자활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

그럼 함께 웃는 가게 안에는 어떤 물건, 어떤 제품들이 있을까? 한마디로 ‘없는 거 빼고 다 있다.’가 정답이 아닐까 싶다. 내부를 둘러보다 보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만드는 물건들이 가득하다. 분명 누군가가 사용하던 물건들이지만, 깨끗한 상태에서 새 주인을 기다리기 때문에 전 주인이 담아뒀던 정과 애착 같은 게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물건들이 다 있다. 다만 부피가 큰 건 제외가 된다고 한다. 소파 같은 가구가 들어올 자리는 없다. 식음료도 취급하지 않는다. 모든 물건은 지역 주민들의 기증을 통해 들어온다. 의류, 모자, 신발, 가방, 도서, 음반, 시디(CD), 비누나 샴푸 같은 욕실용품, 화장품, 문구팬시, 인형, 액세서리, 주방용품, 소형가전 등 모든 생활용품의 기증이 가능하고 미사용품의 기증도 환영한다. 그렇기에 일단 매장 안에 들어오면 빈손으로 나가기가 힘들다. 좋은 물건들이 너무 많고, 무엇보다도 가격이 ‘너무 착하기’ 때문이다.

 

여긴 함께 만나는 사랑방입니다

   
 

1만 원 내외일 거라고 예상하며 가격표를 보면, ‘1,000원’ ‘800원’ 같은 가격표가 붙어 있다. ‘어떻게 이 좋은 품질의 옷을 3천원에 판매할 수 있을까?’ 같은 궁금증이 생길 정도의 가격대는 다른 물건 한두 개를 더 사고 싶은 욕구까지 떠올리게 만든다. 이런 저렴한 가격대는 어떻게 책정되는 걸까?

“대부분의 재사용가게들은 보통 다 같은 기준을 정하고 있어요. 미사용 신품은 정가의 30%, 사용했던 물건은 10%, 물론 상태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를 주기도 하죠. 심하게 낡았거나 파손된 물품은 당연히 판매하지 않습니다.”

지역의 반응도 우호적이라고 한다. 일단 부담이 없고 동네의 사랑방 역할도 담당하기 때문에, 누구나 손쉽게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취재를 위해 최미경 대표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몇 통의 전화가 계속 걸려 왔다. 무엇을 기증하고 싶은데 어떻게 전달하면 되겠냐는 문의가 이어진 것이다. 매장에 함께 있던 조합원 한 분이 차량으로 기증품을 받아온 게 매장 공간 한쪽에 커다란 비닐봉투째로 쌓이는 모습, 그건 기증하고 재사용하며 함께 살아가는 생생한 현장을 목격하는 증거 같았다.

“좋은 물건을 저희한테 보내주시면 저희는 물론 좋죠. 그런데 꼭 함께 웃는 가게가 아니더라도, 여러분 생활 주변에 재사용매장들이 있을 거예요. 이젠 하나의 생활문화로 자리를 잡았으니까, 거주지 인근을 살펴보시면 어렵지 않게 찾으실 수 있을 거예요. 작은 거라도 기증을 하고 또 매장에서 구입하는 생활에 익숙해지면, 함께 사는 의미와 따뜻한 마음들을 여러분 모두 만나시게 될 겁니다.”

그날의 매장 근무를 맡은 당사자 청년 김혜원 씨(22)와 이건우 씨(23)도 이젠 매장 근무가 익숙해졌다고 한다. 함께 웃는 가게에서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에도 열심히 참가하며, 지역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과정을 충실히 밟아가고 있단다. 특히 김혜원 씨는 손재주가 뛰어나서, 직접 만든 머리핀과 팔찌 등을 매장에서 판매도 한다고 한다. 물론 그것도 기증이 된다.

“일반 매장의 기준으로 본다면, 저희 가게의 매출은 금전적으로는 극히 낮은 편이죠. 하지만 저희는 외부의 평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우리의 청년들이 지역에서 활동한다는 자체로도 저희 조합원들은 만족하거든요. 큰 수입이 아닌 작은 월급이라도 꾸준히 받으면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계속 살아갈 공간과 터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니까요. 혹시 지나갈 일이 있으시면 저희 함께 웃는 가게를 방문해 주세요. 우리 청년들이 반갑게 인사드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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