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
산으로 들어가든지 당신도 삭제되든지
글. 김도희 변호사  |  cowalk1004@daum.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4.19  15:20:51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사진출처=the L)

얼마 전 '조현병'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온종일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초등학생을 유괴해 살해한 사건에서 유인 및 살해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가 조현병 치료를 받고 있었다는 경찰의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조현병에 대한 우려부터 정신질환이 있다고 감형을 해서는 안 된다, '정신병자'를 격리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주를 이뤘다.

 
현 시점에서 이 사건은 조현병으로 인한 우발적인 살인보다 계획적인 살인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피의자가 범행 전 초등학교 하교 시간을 알아보고, 의도적으로 피해자를 집으로 유인한 사실이 확인됐으며, 시신을 훼손한 뒤 흔적을 없애는 치밀함까지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 사람들은 정신질환으로 인한 것이 아닌 계획적 살인이었다, 미성년자라고 감형을 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해 5월 강남역 살인사건을 기억하는가. 피고인은 평소 여성에 대한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흉기를 가지고 기다리다가 남성들은 제치고 처음 발견한 여성을 살해하였다. 여성혐오범죄라는 지탄을 받았으나 이러한 여론은 일시에 사그라졌다. 피고인이 조현병으로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다는 경찰의 발표 직후였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여성혐오범죄가 아닌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범죄'로 규정하였고, 또 다시 조현병에 대한 불안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가해자의 정신병력 발표 후 사람들의 반응이다. 약속이나 한 듯 병에 대한 방어기제가 공격적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조현병이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다.

"전국민 4명 중 1명은 살면서 정신건강의 문제를 경험했다…당신이라고 예외일까"

조현병은 부정적 이미지가 많은 병이다. 그러나 전 인류 중 1%의 유병율을 보이고 있다. 100명 중에 1명이 조현병이란 건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국내만해도 50만명 이상이 알게 모르게 조현병을 앓거나 앓았던 것이다. 이것을 일반 정신질환의 영역까지 넓혀보자.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전체 국민 4명 중 1명은 살면서 한 번 이상 우울, 불안 등 정신건강의 문제 경험했다고 한다.
 
여러분은 제외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고 싶다거나 그랬다가 괜히 병원기록이 남아서 불이익을 당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는가.

우리는 정신병이 만연한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전부 위험한 사람들일까? 지난해 경찰청의 범죄통계를 보면, 2014년 한 해 동안 일어난 범죄 171만2435건 중 정신이상·정신박약·기타 정신장애가 있는 이들이 저지른 범죄는 6256건(0.36%)이었다.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는 2만5065건 일어났는데 정신이상·정신박약·기타 정신장애인의 범죄는 654건(2.6%)이었다.
 
"정신장애인이 저지른 범죄는 전체의 0.36%…전국민의 25%를 잠재적 범죄자로 볼 수치인가"
 
조금만 이성을 붙들어보자. 이것이 정녕 50만 조현병 환자를, 나아가 국민의 25%를 잠재적 범죄자로 볼만한 수치인가? 내가 아무런 원인제공을 하지 않았는데 범죄의 타겟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위험성은 교통사고의 위험성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가. 작년에 헌법재판소가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가족에 의한 강제입원에 관해 지적한 문제는 열손가락으로 꼽기도 어렵다. 최근까지 병상수가 늘어난 국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 뿐이다. 언론에서 잘 다루지 않아 모를 뿐 병원 내 인권침해로 입원자가 사망하는 사건은 '묻지마 범죄' 수보다 결코 적지 않다. 그래서 세계적으로도 탈원화 추세이지만 국내에는 대부분 민간병원이 폐쇄병동을 운영하고 있고, 하물며 꽤 많은 병원은 아직도 수용시설이나 다름없는 환경이다.
 
입원자체가 지양되어야 하지만, 설사 입원이 필요하다고 한들 누가 그런 병원에 입원하고 싶겠는가. 그렇다고 우리 사회가 통원치료를 받으며 지역에서 살만한 사회인가. 정신병원 다닌다고 하면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니, 병이 알려질까 두렵고 치료받는 것을 꺼리게 된다. 증상이나 약부작용 때문에 혼자서는 생활하기가 어려운데 도와줄 사람도 서비스도 없다. 
 
그래서 지역에서 정신질환을 안고 사는 사람들은 자꾸만 고립되고, 음지로 음지로 숨어 들어간다. 점점 증상관리가 어려워지는 이들을 우리는 '시한폭탄'이라 부르며 어딘가 가둘 궁리만 한다. 이들도 살게 해야 한다는 우리의 이성은, 이상하고 위험한 사람이라는 편견과 불안, 두려움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정신병원 다닌다면 색안경부터…당신도 누군가에게는 위험요소일 수 있다"

조금 더 구조적으로 접근해보자. 현재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부담은 모두 가족에게 지워진다. 함께 생활하기 힘들고 고통스러운 가족은 고육지책으로 병원에 보낸다. 병원은 병상수를 채워야 병원을 유지할 수 있다. 입원자 1명당 국가에서 의료비가 지급되니(입원자의 대부분은 의료급여 수급자다) 입원을 선호하고, 병원운영에 안정적인 장기입원을 권유한다.
 
국가는 병원에 돈을 준다. 입원자에 대한 의료급여나 건강보험급여를 주고, 정신보건센터를 위탁운영하는 큰 병원에도 준다. 병원에 돈을 주니 지역사회 인프라는 마련되기 어렵다. 다른 장애인은 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도 정신장애인만은 열외이다. 그래서 8만 명의 정신질환자는 병원에 산다. 치료와 치안라는 명목으로 사회로부터 분리해 통제하고 있다.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차를 타고 다닌다는 것은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의 위험을 감수한다는 합의가 전제된 것이다. 다종다양한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어느 정도 위험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당신도 누군가에게는 위험요소로 여겨질 수 있다. 정신병만 없으면 안전해 지리라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위험요소가 없는 사회를 원한다면 둘 중 하나다.
 
산으로 들어가든지 당신도 삭제되든지.
 
 
자료출처 = the L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를 추천하시면 "오늘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0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많이 본 기사
1
이젠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2
‘장애인’이 아니라 이웃으로 똑같은 인생을 살아갑니다
3
[D&I] 청각장애인 범죄자에 대한 형량 반값 할인 과연 타당한가?
4
[D&I] 참정권은 개인의 능력에 좌우되지 않는다
5
[D&I] 영국의 장애차별금지법과 통합 평등법의 의미
6
부산시 ‘장애인 스포츠선수 고용증진 협약’ 체결
7
발달장애인의 개인별지원 위해 전문기관과 특수학교 협력
8
지적장애아동 폭행한 장애인시설 사무국장 벌금 500만원 선고
9
그것이 나의 인생 같다면, 바로 그걸 선택하세요
10
장애인 소재 프로 '월 방송시간 5% 이상' 의무화 추진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rss home back top
함께걸음 우)07236 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서울아00388 | 등록연월일 2007년6월26일 | 발행인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성재 | 편집인 겸 편집국장 이태곤 | 청소년보호책임자 이태곤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정보공유라이선스 2.0:영리금지ㆍ개작금지'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