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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은 ‘나’를 위한 생존권의 실천이다
글과 사진. 채지민 객원기자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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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21  10:3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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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환경연대

누군가에겐 일정 부분 불편하게 들릴지도 모를 내용부터 언급하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사회개혁을 추구하고 진보의 가치를 앞세우는 게 이 땅의 시민사회단체들임은 분명하다. 그런데도 그 내부에서 제기되는 지적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남성 중심의 틀이 깨지지 않는다는 변화와 개선의 요구가 여전히 울려 퍼진다는 것이다. 시민운동 내부 차원에서도 해결이 안 되는 문제라면, 이 사회 전체의 현실을 유추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에코페미니즘’이라는 기치를 앞세우며, 1999년에 출범한 여성환경연대를 이번호에 만났다. ‘여성 우선’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 ‘인간 평등’이다. 더불어 ‘남성중심’의 거대한 틀에 얽매 있던 의식전환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자세한 설명 또한 들을 수 있었다. 여성환경연대 이안소영 사무처장과 나눴던 진솔한 의견을 이 지면에 옮긴다.

 

구호가 아닌 가장 간단한 실천부터

‘여성환경연대는 1999년에 출범한 국내 유일의 여성환경운동단체로, 여성의 관점으로 생태적대안을 찾고, 평등이 지속가능한 녹색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녹색사회를 지향하며, 작고 소박한 일상으로부터 녹색의 대안을 실천하는 사람들과 함께한다. 자연과 인간, 여성과 남성, 현재의 세대와 미래세대가 건강하고 평등하도록, 세상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와 자연의 속도에 맞는 느리고 단순한 삶, 그 세상을 여성환경연대는 지향하며 모두의 참여가 함께하기를 기대한다.’

위에 언급한 글은 여성환경연대 홈페이지에서 첫 번째로 마주치게 되는 문장을 가져와서, 기사 형식으로 재정리한 글이다. 왜 이 문장을 옮겼을까? 실제 대화를 나눠 보니 창립 초기의 취지를 지금껏 간직하고 있다는, 변함없이 시작점의 결의를 이어오고 있다는 그들의 확고한 지향성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15년째 여성환경연대와 함께한다는 이안소영 사무처장, 그는 출범 초기와 최근에 주안점을 두는 활동의 차이를 이렇게 구분했다.

“연대가 출범하면서 제일 중요하게 여겼던 건, 한국에서 여성문제와 생태적 관점의 환경문제를 같이 고민하는 그룹이 없었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이슈와 생태적 관점의 이슈를 동시에 제기할 수 있을까를 살펴보게 됐죠. 일반 시민들보다는 환경단체에서 일하는 여성 활동가들, 또한 여성단체에서 일하면서도 생태문제의 해결에 관심이 크던 활동가들이 예상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연구자들과 그들이 한데 모여, 두개의 관점을 동시에 갖고서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정책 분석을 진행했죠. 여성과 환경이라는 두 가지 이슈가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초석이 자연스럽게 놓이게 된 거예요.”

이론 중심의 논리와 운동은 대중에게 다가가기 어렵다. 아무리 옳고 훌륭한 기획과 제안이라해도, 실질적인 실천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구호로만 끝나게 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여성환경연대는 2005년 무렵부터는 일반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또한 지역공동체에서 누구나 동참할 수 있는 대중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펼쳤단다. 여성환경연대라고 해서 여성들만의 활동이 될 필요는 없다. 지역의 남성들, 여성의 남편과 아이들이 쉽게 공유하며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게 가능하도록,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캠페인 중심으로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캠페인에 동참하는 일부만 아는 ‘그들만의 운동’이 아닌, 누구나 ‘나도 해볼까?’ 하는 마음을 갖게 할 일상의 가장 쉬운 부분부터 제시했어요. 예를 든다면 ‘위더컵’ 캠페인 같은 거죠. ‘with a cup’, 환경오염의 주범인 일회용 컵 사용을 자제하고, 자기 컵을 휴대하며 사용하자는 슬로라이프(slow life) 캠페인은 이미 익숙하실 거예요. ‘캔들나이트’ 캠페인도 이젠 대중화가 된 운동이죠. 한 달에 한 번은 플러그를 뽑고 촛불을 켜자는 취지인데, 저희가 서울 남산N타워에서도 했고 보신각 인근에서도 실시한 바 있어요. 서울시가 시 차원에서도 시행하게 됐죠. 단순히 전기를 아끼자는 게 아니라, 한국사회의 생태적 느림운동을 확산시키고 대안생활 문화운동으로 정착시키고자 시작하게 됐어요. 동네 건물 옥상, 학교와 아파트 단지의 자투리땅을 이용해 텃밭을 만들자는 운동은 이미 널리 퍼졌죠. 인위적인 강요가 아닌, ‘나도 해봐야지’ 하는 가장 작은 실천이 더 큰 효과를 낳게 된다는 걸 저희는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1. 여성환경연대가 가장 강조하는 주안점,
바로 가임여성의 필수품인 생리대를 일회용
아닌 면생리대로 바꾸자는 퍼포먼스를
크리스마스 트리 형태로 전시하고 있다.
직접 사용가능한 면생리대들이다.
2. 여성환경연대가 발행하는 계간지
‘여성이 새로 짜는 상’의 모습
3. 여성환경연대의 주된 활동인 ‘캔들나이트’
홍보용 엽서를 촬영한 이미지

무관심의 심각한 피해는 자신에게 돌아온다

여성환경연대가 가장 전면에 내세우는 건 ‘에코페미니즘’이다. ‘여성환경연대 = 에코페미니즘’이라 해도 되는데, 에코페미니즘의 이해는 곧 여성환경연대의 존재이유를 공감하고 공유하는 지름길이 된다. 1999년 창립선언부터 제주선언문(2000), 서울여성환경선언문(2001,2003)을 관통하는 여성환경연대의 철학적 기반인데, ‘자연과 인간 그리고 여성과 남성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의미한다. 자연과 인간, 여성과 남성의 조화로운 공존이야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에코페미니즘이 주창되는 이유는 그 ‘당연함’이 지켜지지 않는 세상임을 드러낸다.

“현재의 세상은 억압적인 위계적 이분법으로 유지되고 있어요. ‘목적-인간-남성-생산’이라는 우월성과, ‘수단-자연-여성-감성-재생산’이라는 종속성으로 확연하게 나눠놓는 것이죠.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한다면, 우리가 부딪치는 가장 큰 문제는 GDP로 상징되는 성장과 개발 우선의 패러다임 때문에 발생하는 생태적인 위기예요. 삶의 위기, 건강의 위기가 항상 간과되는 것이죠. 성장지상주의가 낳는 부작용을 치유하기 위해선 여성으로 상징되는 수많은 가치들이 절실히 필요한데, 그 생태적인 모든 면을 굉장히 낮은 가치라고 판단하며 여성들에게 낮은 지위와 역할만 강요하는 게 남성 중심의 사회예요. 이 틀이 바뀌어야만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지향할 수 있어요. 에코페미니즘은 자연해방과 여성해방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론이죠. 여성성과 남성성으로 상징하는 이분법을 타파하고 극복하지 않고선, 자연과 공존하는 조화로운 세상은 만들 수가 없게 되니까요.”

너무나 당연한 건데도 그 ‘당연함’이 거부되는 세상, 당연함을 거부하고 무시하며 낮은 가치로 폄하하는 모든 것에는 남성 중심의 성장우월주의가 있다. 당장의 성장과 성취와 성공만이 우선시되기 때문에, 반(反)자연적이고 반(反)생태적인 폐해는 의도적으로 은폐되며 가려진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자신에게 되돌아오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미래세대의 삶을 파괴하는 끔찍한 결과를 낳게 된다. 책임지지도 않으면서, 돌이킬 방법도 없는 악순환만 후대에게 남겨놓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환경연대가 최근에 가장 중요시하며 펼치는 사업들은 인간과 생명의 온전한 ‘제자리 찾기’에 집중된다. 이안소영 사무처장은 이를 세 가지 화두로 설명했다. 첫째로 4년째 시행하고 있는 에코페미니즘학교의 활성화를 들었다. 개개인의 삶이나 일에서 에코페미니즘을 실천하는 방법을 토론하고, 분야를 나눠서 모성과 노동경제와 대안 등을 함께 찾고 배우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미세플라스틱 캠페인이다. 여성환경연대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그 심각성이 일반 대중에게 확산되고 있는 미세플라스틱의 문제, 이건 단순하게 치부해선안 될 당장의 시급함을 담고 있다. 지상에서 인간이 소비하고 버리는 모든 폐기물 중에서도 플라스틱은 개울과 강물을 거쳐 바다로 모여든다. 부서지고 쪼개지며 더욱 더 작은 조각이 되면서, 이미 바다 생태계를 심각하게 교란하고 있는 중이다. 더 큰 문제는 병들어가는 그 바다 생명체들을 인간이 식량으로 삼는다는 사실이다.

“9천여 개의 조사 대상들을 일일이 분석하고, 2천여 명의 서명을 받아서 국가기관에 제출했어요. 당장 강력한 규제의 법이 만들어져야 해요. 인간의 잘못 때문에 인간이 그 피해를 돌려받는 악순환은 시급히 끊어야 하니까요. 세 번째 중점사업은 일회용 생리대 문제예요. 가임여성 거의 대부분이 사용하는 일상의 제품인데, 일회용이다 보니까 심각성은 간과하며 편리성만 떠올리게 되죠. 생리대의 기능을 갖추게 하려면, 수많은 화학물질이 들어가게 돼요. 사용하는 여성의 몸에 직접 작용하는 문제만큼이나, 생산하는 노동자들이 생산과정에서 노출되는 위험성도 매우 크죠. 그래서 저희 연대는 면생리대의 활성화와 대중화를 위한 워크숍과 교육에 집중하고 있어요. 훨씬 더 안전한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안전을 우선하는 게 당면과제가 되니까요.”

 

   
 

조금만 바꾸면 또 다른 행복이 찾아든다

여성환경연대가 강조하는 주요사업들을 살펴보면, 특별하게 거창하거나 ‘나하고 상관이 없는’ 내용을 찾기 힘들다. 모두 다 생활 속에서 당장 실천해야 될 과제가 되고, 지금 즉시 시작해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일상의 조언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1330 환기생기’ 캠페인은 우리의 일상생활이 얼마나 많은 유해물질에 둘러싸여 있으며, 실내의 공기가 함께 오염되고 있는지를 일깨워준다. ‘하루에 3번, 30분 환기’가 ‘1330 환기생기’의 실천내용이다. 힘들 게 하나도 없다. 지금 당장 창문을 열면 된다. 아토피와 대사증후군, 유방암의 위험 또한 유해물질에 노출된 생활환경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에코 화장품’ 캠페인은 모든 여성들에게 널리 사용되는 일반 화장품이 얼마나 많은 화학성분들로 가득한지를 뒤집어 생각하게끔 알려준다.

<함께걸음> 독자 여러분께 가장 추천하고 싶은건 ‘느리게 걷기’ 캠페인이다. ‘느리게 걷기’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의 골목길을 산책하며, 일상의 쉼표를 만들자는 여성환경연대의 슬로라이프 캠페인이다. slow life는 말 그대로 ‘느리게 살기’가 된다. 느리게 살고 싶다는 갈망과 필요성은 절실하지만, 일상에서 실현하기는 쉽지 않은 어려움이기도 하다. ‘빨리빨리’에 젖어든 우리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가를, 또한 그 틀에서 쉽게 벗어날 방법이 없음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연대는 슬로라이프의 첫걸음으로 ‘느리게 걷기, 목적 없이 산책하기’를 제안한다. 전국 곳곳의 명소가 된 올레길과 둘레길을 걷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사는 지역의 골목길을 산책하며 숨을 가다듬고 일상의 쉼표를 만들자고 손을 내민다. 가장 쉽게 행복해질 수 있다. 어제의 길과 오늘의 길이 다르고, 맑은 날과 흐린 날이 다르며, 누구와 걷는가에 따라 또 다르고, 계절마다 새로운 ‘다름’을 느끼는 가장 단순한 실천, 그게 바로 ‘느리게 걷기’가 아닐까 싶다.

“에코페미니즘은 생태학(ecology)과 여성주의(feminism)의 합성어로, 여성해방과 자연해방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론이자 운동이에요. ‘내 삶을 조금만 바꾸면, 또 다른 행복을 가질 수 있음’을 직접 실천하고 체험하며 실감하는 움직임인 거죠. 저희는 지난 2015년에 ‘연대의 비전(vision) 다시 만들기’ 작업을 통해, ‘실천하는 에코페미니스트들의 플랫폼’이라는 실천 방향을 결정했어요. 거창하고 어려운 건 하나도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자연과 인간, 여성과 남성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함께하면 되니까요. ‘내 삶’을 바꾸는 건 가장 작은 움직임과 실천에서 시작해요. 자연해방과 여성해방은 곧 ‘인간해방’이 됩니다. <함께걸음> 독자 여러분의 일상에도 하나씩의 변화가 이뤄지기를, 여성환경연대는 진심으로 기원하며 응원하겠습니다. 성취는 바로 여러분의 몫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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