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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중심계획(PCP), 우리나라에도 확산될 수 있을까
글. 정혜란 기자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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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10  10:3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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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획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3년간 실시하는 ‘개별유연화서포트서비스(이하 서포트서비스)’ 시범사업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고 있다.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13개 기관 21명의 3차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마지막 서포트서비스 지원도 이제 막 절반을 지났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이 13개 기관의 서포트서비스 진행 과정, 지원 효과, 미비점 등을 점검하는 중간 모니터링을 실시했으며, 오는 6월 8일에는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한 간담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기관 대부분 ‘서포트서비스’에 긍정적

서포트서비스 중간모니터링 과정에 참여한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서울센터) 모니터링 담당자에 따르면, 서포트서비스를 진행한 대부분의 기관에서 이 시범사업이 발달장애인의 자립에 효과적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참여한 발달장애인 당사자들 역시 처음 기관의 예상보다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기관 담당자와 당사자 대부분은 올해 10월 이 시범사업이 완전히 종료된다는 사실에 많은 아쉬움을 내비췄다. 몇몇 기관에서는 서울센터에서 실시하는 이 시범사업이 종료된 이후에도 자체적으로 예산을 마련해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사람중심계획 기반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대부분의 기관에서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개별유연화서포트서비스. 그렇다면 사업 진행과정에서 나타난 미비점은 없었을까. 자체적으로 사람중심계획 도구를 활용한 지원을 이어가려는 의사를 보인 기관들 중에서도 서울시립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이하 남부복지관)과 광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광주센터) 두 곳의 서포트서비스 시범사업 담당자를 만나, 사람중심계획이 우리나라에 보편화되기까지 보완해야 할 사항을 짚어봤다.

 

낯설어도 너무 낮선 ‘사람중심계획’

‘사람중심계획’ 기반 지원 확산의 첫 번째 장애물로 두 기관 담당자는 모두 이것이 아직 우리사회에 낯선 개념이라는 점을 꼽았다. 한국 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의 자립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지는 고작 몇년 전부터였다. 그동안 발달장애인의 기능적 측면을 고려한 기관 중심의 지원이 이어져온 탓에 ‘사람중심계획’은 기관 실무자에게도 익숙하지 않다. 때문에 시범사업 과정에서도 여러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었다.

남부복지관 이세나 사회복지사는 “기존 서비스는 정형화된 매뉴얼이 있어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과 에너지만으로 당사자를 지원했지만, 서포트서비스의 경우 그렇지 않다. 한 예로 서포트서비스 지원과정에서 당사자의 욕구가 갑작스럽게 변해 계획 수정이 필요했던 경우, 구체적인 매뉴얼이 없어 실무자로서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광주센터의 배현 팀장 역시 “지금까지 자립센터의 지원은 신체장애 위주로 이루어져 왔다. 이제는 자립지원의 초점이 지체장애에서 발달장애로 넘어가는 과도기 단계이기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며 발달장애 특성에 맞춰 개개인에게 적절한 지원을 찾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는 당사자 가까이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서포터에게도 해당된다.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전문 서포터 인력이 마련되지 않아, 주로 당사자와 교류가 있었던 활동보조인, 가족 등이 서울센터에서 실시한 몇 차례의 교육을 받고 서포터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기존에 활동보조인이었던 경우, 단순한 도움을 주는 활동보조의 기존 가치와 자립을 돕는 서포트의 가치가 충돌하면서 어려움을 겪는다. 이세나 사회복지사는 “서포터 인력을 위한 1회성 교육만으로는 사람중심계획이 갖는 가치를 완전히 이해하기에는 부족하다”며 무엇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서포터뿐만 아니라 기관 담당자가 사람중심계획이 갖는 가치를 내재화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배현 팀장은 “기존 활동보조인이 서포터 교육을 받고 서포터로 활동을 하다 보니, 본인도 모르는 사이 활동보조와 서포터의 개념을 혼동하는 일이 있다”면서 “현재 발달장애인의 활동보조인 교육 자체에 한계가 많다.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활동보조인이라면 무엇보다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더 나아가 활동보조인에게도 서포터 관점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람중심계획이 확산된다면

현재 시범사업으로 진행 중인 사람중심계획 지원이 국내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더욱 확대된다면 예상되는 문제들도 있었다. 이세나 사회복지사는 “사람중심계획은 당사자의 자원 활용도, 장애 정도, 성향, 주변 환경, 서포터의 역량 등 여러 요소에 따라 지원의 정도와 방법의 차이가 큰 편”이라면서 “사람중심계획 기반 지원이 장기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앞서 언급된 갑작스러운 계획 수정 등의 돌발상황에서 과연 담당자는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보였다. 배현 팀장 역시 “현재 진행 중인 시범사업의 틀 안에서는 중도 계획 수정이 가능했지만, 시·도의 지자체 및 공공기관에서 대대적으로 이런 사업을 진행한다면, 시시각각 변화하는 개인의 욕구를 얼만큼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면서 “만약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사람중심계획의 취지와는 다르게 또 다시 기관 전문가 중심의 지원으로 전락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PATH, I CAN 도구를 이용한 계획수립 과정은 기존 복지관의 이용 초기 상담보다 기관 담당자 및 당사자 모두의 시간, 에너지 등이 더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현재 복지관 내 많은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사람중심계획을 수립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세나 사회복지사의 설명이다.

사람중심계획은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욕구를 발견하고 자립을 지원하는 목적 이외에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지역사회로의 통합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서포트서비스 계획 실천 과정에서 당사자가 비장애인 중심의 지역사회의 자원을 이용하던 중 소외감을 느끼고 다시 장애인이 주로 이용하는 자원으로 다시 돌아온 일이 있었다. 이세나 사회복지사는 이 일에 대해 “호주나 영국 등 복지수준이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국가에서 들여온 제도이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면서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더라도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의 벽이 허물어지지 않는다면 당사자가 상처받고 좁은 세계로 숨으려 하는 일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사람중심계획 도구 구축해야

현재 세계 각국에서는 20개 이상의 사람중심계획 도구를 활용해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센터가 이번 시범사업에서 활용한 PATH, I CAN 도구는 호주에서 개발된 것으로, 이 도구를 이용해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사정과 맞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앞서 언급된 사건처럼 복지선진국의 도구를 아직 기본적인 복지 인프라가 부족한 한국에 적용하다 보니 생기는 문제점은 또 있었다. 배현 팀장은 “처음 사람중심계획을 접하는 발달장애인 당사자나 부모님 중에는 당장의 하루하루 먹고 사는 문제가 더 시급하다면서, 이것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지원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I CAN 도구를 통해 책정한 금액에는 식대, 주거비 등에 대한 금액은 포함돼 있지 않다. 호주의 경우 어느 정도 이런 기본적인 인프라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이런 반응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서포트서비스 담당자가 영문에서 번역된 I CAN 도구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질문의 요지를 잘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느꼈다는 의견도 많았다. 배현 팀장은 “현재 각 기관 및 공공기관에서 발달장애인의 사람중심계획 기반의 지원을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어, 시기의 문제일 뿐 조만간 확산은 이루어질 것이다. 핵심적인 문제는 도입방식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진국에서 다양한 도구와 방식으로 발달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어떤 방식이 가장 좋다고는 아직까지 말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현금 지급방식에도 개인예산제와 같이 당사자에게 현금을 직접 지급하는 방식, 바우처 방식 등이 다양하다. 또 사람중심계획을 수립하는 도구 역시 우리 실정에 맞게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세나 사회복지사는 “사람중심계획은 복지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이자 시대적 요구다. 국내에서 역시 확산될 수 있냐 없냐의 문제가 아니라, 확산을 위해 여러 전문가 및 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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