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책
지적장애인에게도 독립된 생활을!
글과 사진. 신소영 객원기자  |  cowalk1004@daum.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7.26  11:33:1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핀란드 마지막 이야기.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 당연한 선언이지만 비장애인의 관점에서는 그들을 시설에서 보호하고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그들을 위한 것이라는 선입견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 차별적인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핀란드 정부에서는 지적장애인이 자립적이고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주거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실시한 바 있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지적장애인 ‘제로’를 만들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소개한다.

 

UN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19조
자립적 생활 및 지역사회에의 동참

이 협약의 당사국은 모든 장애인이 다른 사람과 동등한 선택을 통하여 지역 사회에서 살 수 있는 동등한 권리를 가짐을 인정하며, 장애인이 이러한 권리를 완전히 향유하고 지역사회로의 통합과 참여를 촉진하기 위하여, 효과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여기에는 다음의 사항을 보장하는 것이 포함된다.

(가) 장애인은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자신의 거주지 및 동거인을 선택할 기회를 가지며, 특정한 주거 형태를 취할 것을 강요받지 아니한다.

(나) 장애인의 지역사회에서의 생활과 통합을 지원하고 지역사회로부터 소외되거나 분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개별 지원을 포함하여, 장애인은 가정 내 지원서비스, 주거 지원서비스 및 그 밖의 지역사회 지원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

(다) 일반 국민을 위한 지역사회 서비스와 시설은 동등하게 장애인에게 제공되고, 그들의 요구를 수용한다.

 

UN 장애인권리협약, 장애인의 자립적 생활 강조

UN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19조는 장애인도 자립적인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어떤 도움 없이 살아야 한다거나 그들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이 협약에 따른 자립적인 생활을 할 권리는 개인의 욕구와 관점, 의사에 따라 자신의 활동을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특히 주거 환경을 선택하는 데 있어 본인의 의지에 따른 자기 결정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지적장애인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쉽게 여겨지기 때문에 본인의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데 정작 자신의 의지는 무시당하기 쉽다.

자신이 어디서,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지에 대한 결정은 장애가 있건 없건 온전히 개인의 선택에 맡겨져야 한다. 장애가 너무나도 심각해 자신이 원하는 환경에서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은 드물다. 문제는 그들이 어디서 사느냐가 아니라, 그들에게 필요한 지원과 도움을 어떻게 줄 수 있는지 복지 서비스를 설계해 나가는 데 있다. 사람이 사는 곳에 맞게 복지가 이뤄져야지, 사람이 복지 서비스에 맞춰 살아갈 수는 없다. 지적장애인 역시 독립적인 한 개인이다. 그들이라고 늘 다른 지적장애인과 똑같은 시간표대로 반복적인 활동을 하며 함께 사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 역시 사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다른 이웃과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동등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보호 시설에서의 생활은 그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고독과 고립을 방지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안전을 보장하는 방법이 보호 시설에서의 생활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보호 시설은 개인의 삶과 사생활을 보장하는데 취약하다.

 

KEHAS, 시설에 거주하는 지적장애인 “0” 만들기

핀란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핀란드에는 4만 명의 지적장애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의 0.8%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이 중 0~17세는 약 1만 명, 18~64세 성인은 약 2만5,000명, 65세 이상 장년층은 약 5,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핀란드 지적장애인연합(Kehitysvammaliitto)이 2014년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1만3,000명의 지적장애인이 보호 시설에서 생활한 바 있다. 1만7,000명은 그들의 가족과 지내는데 그 중 9,000명이 성인이다. 1만1,000명이 그룹 홈 성격의 서비스 주택에서 살고, 2,000명이 조금 넘는 수가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

핀란드 보건복지부와 환경부는 지적장애인의 주거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2010~2015년 KEHAS(Kehitysvammaisten asumisen ohjelma)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지적장애인이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주거를 마련하는 동시에 보호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 인구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이 프로그램의 장기적인 목표는 장애인 보호 시설을 폐지하고 이들의 독립적인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서비스에 역량을 집중해 2020년에는 보호 시설에서 생활하는 지적장애인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KEHAS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인 2009년에는 1만9,000명의 지적장애인이 시설에서 생활했지만, 2015년에는 960명만이 보호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KEHAS 프로그램은 핀란드 주택기금발전센터(Housing Finance and Development Centre of Finland, ARA)와 슬롯머신협회(Finland’s Slot Machine Association, RAY)로부터 3,000여 가구를 운영할 수 있는 기금을 지원받았다. ARA는 핀란드 환경부의 산하의 정부 기관으로 공공 주택 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이를 통해 지적장애인에게 공급된 주거 시설은 대부분 그룹 홈(Group Home) 형태이다. 그룹 홈은 대개 15가구로 이루어져 있고, 지적장애인 개인이 직접 임대차계약을 맺는다. 이들은 개인 화장실과 욕실이 포함된 독립된 가구를 제공받지만 주방이나 응접실 등 일부 공용 시설을 함께 사용할 수도 있다. 그룹 홈에는 24시간 상주하는 직원이 있어 필요한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개인의 활동 시간이 자유롭고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 보호시설에서의 생활처럼 정해진 시간에 단체 활동을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그룹 홈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임차료를 내야 하지만, 수입이 적은 경우에는 사회복지청(KELA)로부터 주택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KEHAS 프로젝트로 많은 수의 지적장애인이 그룹 홈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됐지만, 프로그램의 최종적인 목표는 지적장애인들이 그룹 홈이 아닌 일반 주택에서 생활하면서 이웃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그룹 홈은 지적장애인이 보호시설에서 벗어나 온전한 개인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과도기적인 성격의 주거 대책으로, 장애인 보호 시설을 벗어난 일종의 사회적 보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핀란드 이야기를 마치며

   
 

‘복지국가’, ‘살기 좋은 나라’ 등 핀란드를 설명하는 많은 긍정적인 단어들이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핀란드가 왜 살기 좋은지, 어떻게 복지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 핀란드에 사는 필자부터가 그러하다. 아직도 핀란드와 핀란드인, 그들의 제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와 이해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일곱 번에 걸친 핀란드 이야기를

기고하면서 단 한 가지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핀란드 복지 정책은 명확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한 개인이 건강한 인격체로 성장해 사회의 구성원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복지는 우리 삶의 무게를 조금 덜어주는 것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닌다. 당장 우리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는 학업, 취업, 출산에 대한 비용을 국가가 보조해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복지 혜택을 통해 개인이 사회적 책임을 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복지 정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장애인을 육체적 혹은 정신적 미성숙자, 도움이 필요한 소수자로만 본다면 장애인이 독립해 살아가도록 다양한 지원을 할 수 있었을까? 핀란드에서는 성년이 된 장애 자녀에 대해 부모가 책임질 의무가 없다고 말한다. 문화적・정서적으로 우리와는 다른 인식일 수 있다. 그러나 장애를 지니고 있어 완벽한 생활을 할 수 없더라도 개인의 능력 범위 안에서 최대한의 가능성을 인정해주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더불어 부모에게도 장애를 가진 자녀에게만 모든 것을 헌신하는 삶에서 나와 자녀가 독립한 인격체로서 서로를 마주 볼 수 있는 삶을 가능하게 한다. 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이웃사촌으로 지내며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부족한 글이었지만, 핀란드 이야기를 통해 한국의 복지 제도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혜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를 위한 삶의 지지기반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글과 사진. 신소영 객원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를 추천하시면 "오늘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8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많이 본 기사
1
우리가 함께 있어야 할 이유
2
발달장애인 권리 증진 국제학술대회 개최
3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수사매뉴얼 발간
4
“국가는 장애인 학대피해 예방할 책임 있어”
5
우리의 무관심은 역사를 반복시킬 수 있다
6
제 4회 장애인창작아트페어 개막
7
「기초생활수급 장애인을 위한 근로유인 해외 제도 분석 연구」보고서 발간
8
케어라는 이름의 폭력
9
인천시, 인천대공원 '무장애나눔길' 조성
10
수원시, '장애물 없는 놀이터' 만든다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rss home back top
함께걸음 제호: 디지털 함께걸음  |  우)07236 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서울아00388 | 등록연월일 2007년6월26일 | 발행인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성재 | 편집인 겸 편집국장 김성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이태곤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정보공유라이선스 2.0:영리금지ㆍ개작금지'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