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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전의수(筋電義手)'라는 새로운 손오사카에서 온 편지
글. 변미양/지체장애인. 일본 오사카에 거주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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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02  11:4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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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국에서 쓰던 옛날 지갑 안에 이제는 유물처럼 돼 버린 한국의 운전면허증이 들어 있어요. 그 당시 자동차는 아직 고급품이었고 운전면허증을 따는 데도 비용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어찌어찌 하여 국립재활원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훈련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신청을 하고 단기간이지만 국립재활원에 입소한 적이 있었답니다.

그때 운전면허 실습 교육을 담당한 사람은 건장해 보이는 젊은 남성이었는데, 조금 무뚝뚝하기는 했지만 친절한 사람이었어요. 저는 하반신에 장애가 있으므로 브레이크나 엑셀을 수동으로 조정할 수 있는 레버가 설치된 개조 차량으로 연습을 했는데, 실기 연습을 하는 어느 날 옆 좌석에 앉아서 지도를 해주는 그 사람의 왼쪽 손이 어색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알고 보니 그 남성은 왼손에 장애가 있어 의수를 끼고 있었어요. 아직 제 자신의 장애에 대해서도 익숙하지 않았던 그 무렵의 저는 의수를 보고 은근히 눈길을 피했었던 것 같아요. 변명 같지만 그건 그 의수가 눈에 거슬린다든가 이상해서는 아니였어요. 그저 마음이 아팠다고 할까…. 하지만 보통 손이 아니라 의수라는 점을 의식했던 거겠죠.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사람은 열심히 저를 지도해 주었고 운전면허 실기시험 당일 날에는 응원을 하러 와주었어요. 그날 저뿐만 아니라 재활원에서 훈련을 받고 시험을 치른 많은 사람들이 합격이라는 기쁜 소식을 나눌 수 있었어요. 그 후 그 분들을 다시 만나는 기회는 없었지만 제 기억 속 따뜻한 추억이에요. 그 때부터 지금까지 제가 운전석에 앉아서 운전을 해 본 건 실기를 연습하던 그 시간뿐이라는 게 아쉬운 일이지만요. 그리고 지갑에 꽂아 놓기만 하고 한번도 쓸 일이 없던 그 운전면허증을 볼 때마다 그 사람의 손, 처음 봤던 의수가 떠오르곤 한답니다.

그런데 최근에 ‘근전의수’라는 것에 대해 접하게 됐어요. 오사카에 인접해 있는 도시 고베시에 ‘호고현립 리하빌리테이션 병원’이라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일본국산 ‘의전기수’를 개발했다고요. ‘근전의수’라는 말이 좀 낯설기는 한데, 소개되는 내용을 보니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사고로 팔을 잃거나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팔에 장애를 가진 사람이 이 ‘근전의수’를 끼고 훈련을 받으면 의수의 손목이나 손가락을 진짜 자신의 손처럼 움직일 수 있게 된대요. 근육에서 발생하는 미약한 전기신호를 센서에서 감지해 전기신호를 해석해서 사전에 학습한 기억을 되살려 움직이게 되는 원리라고 하네요. 인간이 근육을 움직이려고 하면 먼저 뇌에서 나온 지령이 신경을 통해 근육에 전달되고 방전현상을 일으키는데 그 때 –70mV(밀리볼트) 정도의 전기신호(근전위)가 근육의 막에 전해져 근육을 수축시킨다고 합니다. 피부 표면에 센서를 달아 측정해 보면 손을 쥐거나 펴고, 손목을 굽히는 각각의 동작에 따라 주파수나 진동 폭에 다른 특성이 나타난대요. 사고로 팔이나 손가락을 잃거나 선천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도 손목이나 손가락을 움직이려고 하면 뇌의 지령에 따라 근육에 같은 전기신호(근전위)가 발생하게 되는데, 근전의수를 착용하면 그 전기신호를 의수에 장착된 센서가 파악하고 주파수의 특성을 해석해 위치나 속도를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는 모터에 전기가 보내져 손목이나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게 된다고 해요. 사실 설명을 번역만 해 놓았을 뿐 저도 잘 이해할 수는 없는 어려운 말이지만 원하는대로 움직이는 손이 된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근전의수를 자신의 손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많은 훈련이 필요하대요. 사고로 팔을 잃은 한 남성이 근전의수를 끼고 일상생활에서 익숙하게 사용하게 되기까지는 2년이라는 훈련 기간이 필요했다고 하네요. 하지만 두 손으로 아이를 안아주고, 좋아하는 스포츠도 할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는 소감을 말하고 있었어요. 아이에게 물으니 아빠의 손을 만지면 딱딱하고 로봇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아빠는 그냥 우리 아빠라고 하더라고요. 지금까지는 독일제품이 거의 독점해 왔었고 가격은 150만 엔으로 고가품에 속해요. 이제 고베의 리하빌리테이션병원에서 일본국산 근전의수가 개발되어 전망이 밝아졌다고 합니다. 비용도 50만 엔 정도로 저렴해지고, 경량화는 물론 겉으로 보기에도 사람의 피부에 가까워지는 등 당사자들의 요구가 많이 반영됐다고 합니다.

이 센터에서는 특히 태어날 때부터 선천적으로 손이나 팔이 없는 어린 아이들에게 근전의수를 보급시키는 일에 많은 힘을 기울여 현재 60여 명의 아이들이 훈련을 받고 있는데, 이런 시설이 일본 전국에 세 군데 뿐이라고 하네요. 장기간에 걸친 훈련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버겁고, 아이들을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 아이의 성장과정에 맞춰 근전의수를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생기는 비용의 부담, 훈련시설, 훈련전문가의 부족 등이 과제가 되고 있어요. 하지만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더 많은 꿈을 꿀 수 있게 되고, 자신의 두 손을 자유롭게 펼치며 그 꿈을 찾아갈 수 있도록 국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해 나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움직이지 않는 딱딱한 의수를 끼고 저에게 운전을 지도해주었던 그 남성의 모습이 다시 한번 떠올랐어요. 그 분도 이런 손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에요. 근전의수라는 것이 더 빨리 실용화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이 활발해지고, 비용 부담도 적어지고, 훈련 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잘 정비되어 필요한 분들이 잘 쓸 수 있게 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정말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줄 수 있는 편리한 손이 돼 주면 참 기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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