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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뉴스가 떠들썩…장애인, 기어서 비행기 탑승계단 올라가다
글. 변미양/지체장애인. 오사카 거주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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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29  10:2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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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집 앞에 큼직막한 ‘장어구이’ 사진이 실린 포스터가 붙어 있네요. 한국에서는 한여름 더위를 이겨내자고 복날 삼계탕을 먹잖아요. 일본에서도 그런 날을 ‘도요노우시’라고 하는데 그 날은 장어요리를 먹어요. 달고 짭짤한 양념장을 듬뿍 발라 숯불에 구운 장어구이가 여름 보양식으로 최고라고 하네요. 무더운 여름에 먹는 것으로 즐거움을 찾는 것도 방법이지만 역시 어딘가 여행을 떠난다는 것도 가슴 설레는 말일 텐데, 어느 가수의 ‘여행을 떠나요’라는 노래 구절이 저절로 떠오릅니다.

요즘은 해외여행이 꽤 일반적이 됐고, 그 요인의 하나가 저가 비행기의 보급 확대라고 하더군요. 비행기가 작고, 좌석이 좀 좁기는 해도 가격이 저렴하다는 게 큰 매력이라는데, 저는 몇 년 전 한국에 다녀올 때 저가 비행기를 탔다가 장애인 대응에 문제가 많은 것 같아 그 후로는 가격이 싸더라도 꺼려지는 게 솔직한 심정이지 말입니다. 바로 얼마 전 그 저가 비행기와 관련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흔든 뉴스가 있었답니다.

오사카 도요나카시에서 ‘장애인의 이동 무장애’에 관한 활동을 하고 있는 기지마 씨(44세)라는 하반신 장애인이 있어요. 그 남성은 휠체어 생활을 하고 있고, 여행을 좋아하는 분으로 지금까지 휠체어를 타고 무려 150여 국이 넘는 나라를 여행했다고 합니다. 그 숫자도 대단하지만, 그렇게 세계의 각국을 여행한 경험을 ‘Travel for All’이라는 자신의 사이트를 통해 소개하면서 장애인 눈높이에서의 여행 정보와 감상 등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 높이 살 만하죠.

저도 그 사이트를 열어보니, “휠체어를 타고서 어디든지 여행하고 싶은 마음! 교통기관은, 휠체어로 쓸 수 있는 화장실은, 싸게 묵을 수 있는 호텔은… 걱정만 앞세우지 말고 조금씩 경험해 보면 익숙해지고, 작은 용기라도 내보면 세계 어디든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여행은 무리라고 포기하지 말고, 갈 수 있는 곳에만 가는 게 아니라 가고 싶은 곳에 간다는 꿈을 실현시켜 봅시다”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그 말 그대로 용기와 추진력이 강한 분인데, 이 기지마 씨가 지난 6월 3일, 일본의 남단에 있는 아름다운 섬 아마미오시마로 여행을 가려고 친구 5명과 같이 오사카의 간사이공항에서 저가 비행기 바닐라항공 체크인 카운터를 찾았다고 합니다. 그 때 직원이 비행기에 오르는 탑승계단 사진을 보여주면서 걸어서 올라갈 수 있냐고 질문하더래요. 걸을 수 없다고 하니까, 아마미공항에는 자동승강차 등의 설비가 없으며, 승무원이 적어서 도와줄 인원도 배치돼 있지 않고, 안전문제상 업거나 안아서 이송하는 것은 금지돼 있기 때문에 탑승할 수 없다고 하더래요. 출발하는 간사이공항에서는 항공사 직원에게 함께 가는 친구 비장애인 5명의 도움을 받아서 탑승계단을 내려가겠다고 설득한 결과 비행기를 탈 수 있었고, 아마미공항에 도착한 후 먼저 동행인 2명이 휠체어를 가지러 가서 승무원에게 전달하고 남은 3명이 휠체어에 태운 후 들어서 계단을 내려왔다고 합니다. 그렇게 이틀을 보낸 후 오사카로 돌아오는 귀갓길. 이번에도 아마미공항 바닐라항공 카운터에서 탑승계단의 문제로 실랑이가 벌어졌는데, 동승자가 휠체어를 안아서 옮기는 것은 규정상 금지돼 있으므로 절대 안 된다고 반대해 결국은 스스로 상반신의 힘으로 계단을 올라가겠다고 결론을 내렸다고요. 물론 그런 일은 처음이고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한 계단 한 계단 어깨와 팔의 힘으로 기어올라가는 방법밖에 없기에 안간힘을 썼다고 합니다. 함께 가는 친구들이 다리를 다음 계단에 올려주거나 발목을 들어주고, 도중에서는 승무원이 거들어 탑승계단을 오른 후 비행기 내를 이동하는 작은 휠체어에 타고 좌석까지 이동해 목적지, 오사카에 돌아올 수 있었다고 하네요.

그 후 기지마 씨는 이 체험담을 자신의 사이트에 올렸는데, 그것을 본 신문기자가 전국지에 “장애인 비행기를 타기 위해 탑승계단을 기어서 올라갔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실었습니다. 그러자 큰일이 벌어졌죠. 그 여파가 천파만파, 장애인을 기어오르게 했다는 충격적인 문구에 장애인 차별이라는 의견이 일어났고, 6월 28일부터 며칠간 전국 전 채널의 모든 뉴스시간에 중요 뉴스로 보도되기에 이르렀어요. 뉴스에서는 항공사의 부사장이 나와 사죄의 뜻을 밝혔고, 조속히 아마미공항에 자동계단승강차를 설치한다는 방안(계획돼 있었지만 앞당겨서)을 발표했으며, 6월 30일에는 일본의 국토교통부에서 항공사에 차별해소를 철저히 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 뉴스가 화제가 된 후 반응은 두 가지로 갈라졌어요. 하나는 저가 비행기라도 장애인이 승차할 수 있는 편의시설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 다른 하나는 최소한의 서비스로 가격을 저렴하게 운행하는 저가 비행기인데 너무 이기적인 요구를 하는 장애인이라는 의견. 당사자인 기지마 씨는 가격이나 서비스의 문제를 떠나 자력으로 탑승할 수 있는 사람만 태운다는 항공사의 방침에 문제를 제시하고 싶었다고 하네요. 세계 각국을 다녀보면 편의시설이 부족한 부분은 참 많지만 편의시설보다는 장애인도 함께하도록 한다는 사람들의 자세가 먼저이고, 마음의 장벽을 없애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요. 100%의 설비가 갖춰진 곳에만 장애인이 갈 수 있다는 차별의 장벽, 안전과 편의시설라는 명분을 내세워 더 철벽화 해서는 안 된다고요. 저도 그 의견에 찬성입니다.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설비와 제도를 갖추도록 촉구해 나가야 하겠지만, 그 과정의 길에서도 부족한 부분은 사람들이 손과 뜻을 모아 채워가면서 한 걸음씩 앞으로 같이 나가야 하잖아요. 모처럼 다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기지마 씨의 행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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