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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수놓는 줄꽃에 위로와 기원을 담아
글. 변미양/지체장애인. 일본 오사카 거주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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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25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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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한국에 다녀왔어요. 둘째 아이가 할머니 집에서 잠시 지내보고 싶다고 하길래 데려다 준다는 핑계로 어머님도 뵐 겸해서요. 돌아올 때 오사카에 있는 큰아들에게 주라고 어머니가 일본 돈 1만 엔(약 10만 원)을 챙겨주시더라고요. 둘째 아이에 비해 말수도 적고 무뚝뚝한 큰애는 할머니께 좀처럼 연락을 드리지 않아요. 1만 엔이란 큰 돈을 그냥 건네 주어서는 안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조건을 걸고 유세를 부렸죠. 할머니에게 인사 문자를 보내야만 용돈을 전해주겠다고. 아들은 강제로는 문자를 보내지 않겠다고 거부했고, 한 달 가까이 지나가면서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어머니가 주신 돈은 제 지갑 속에서 고이 잠들어 있었고요. 그런데 돈의 위력은 그리 쉽게 잠드는 게 아닌가 봐요. 며칠 전 밥 먹던 아들이 불쑥,

 

“엄마, 할머니가 저에게 주신 용돈 있었죠?”

“으응.”

”지금 빨리 줘요!”

“조건이 있었잖아, 할머니께 안부인사 드려야

준다고.”

조금 뒤 아들은 핸드폰을 만지작 만지작.

“자, 이제 줘요.”

“보냈다는 걸 확인시켜줘!”

핸드폰을 보여주면서,

“이제 됐죠?”

“그 사진 뭐야?”

“얼마 전에 불꽃놀이 보러 갔을 때 찍은 사진이랑 같이 보내드렸어요.”

형식적인 몇 마디 말로만 처리해버리는 게 아니라 요즘 스타일로 마음을 담아 보내는 다정함이 엿보이는 것 같았어요. 불꽃놀이, 일본에서는 여름철이면 전국 곳곳에서 성대히 개최되는 인기 있는 이벤트랍니다. 규모도 아주 커서 몇 천 아니, 만 발 이상의 불꽃을 터트리며 펼쳐지는 장관이 정말 대단하다고 해요. 저는 뉴스로 자주 보지만 직접 보러 가기에는 너무 장벽이 높은 것 같아 엄두도 못 내지만 말이에요.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 일순에 터지는 불꽃이지만 그 한 발 한 발에는 불꽃작가가 의도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해요. 불꽃처럼 꺼져간 목숨들의 한을 풀어주고, 넋을 달래주는 의미를 담아 불꽃을 올린다는 얘기를 듣고 감동받은 적이 있어요.

진혼을 위한 불꽃에 작년 7월 26일, 사가미하라시의 지적장애인시설에서 저질러졌던 무참하기 그지 없는 잔인한 사건으로 돌아가신 19명의 희생자들이 떠올랐어요. 슬픔과 분노와 의문을 넘어 절망감마저 치밀어 오르는 사건이지만, 그 범인은 작년 7월 살인죄로 기소돼 5개월간 정신감정을 받았고, 사건발생으로부터 1년이 넘은 지금까지 뚜렷한 진척이 없는 상황입니다. 희생자가 많은 등 사건의 복잡성과 여러 절차에 시간이 걸려 내년 이후에나 재판이 열린 예정이라고 하는데, 그것도 피고인의 형사책임능력 유무나 정도 등 큰 쟁점이 남아 있어 만만치 않다고 하네요. 그저 시간만 지나가고 기억마저 흐려져 가는 건 아닌가 싶어 안타까운데, 장애인종합잡지 「하늬바람처럼 거리로 나가보자(そよ風のように街に出よう)」의 마지막 호에 실린 글이 마음에 다가오더라고요.

이 사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았고, 아직 그 충격을 가슴에 안은 채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지금까지 ‘40년 이상 장애인 운동에 임하면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자고 외쳐 왔건만 그것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에 대한 충격이 컸던 건 아닌가?’ 하는 것이다. 그런 자문 속에는 사건이 벌어지게 된 사회의 토양을 그대로 허용해 버린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그래도 나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 왔다”는 자부심이 뒤섞여 있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했던 것이지만, 나 자신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을?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격리된 시설로 보내져, 그 문제를 널리 알릴 수단을 빼앗긴 사람들의 존재를….

이 잡지는 일본에서 장애인운동이 활발하던 1970년대 후반, 처음으로 장애인을 위한 종합잡지로 1979년 오사카시에서 발행됐습니다. 교통기관이나 공적인 시설에 대한 접근조차도 어려웠던 당시 장애인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잡지가 없는 가운데 중증장애인도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운동에 이 잡지가 끼친 영향은 아주 컸다고 평가받고 있어요. 하지만 당초 연간 4회 발간에 90년대에는 1만 부에 가까웠던 발행부수가 독자의 고령화와 인터넷 등 다양한 매체의 확대로 100부 분량까지 줄어든 상황에서 일정 정도 잡지의 역할을 마쳤다고 판단해 종간을 결정했다고 해요.

마지막 인사글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더불어 사는 사회를”이라는 그들의 목표가 실현되기는커녕, 오히려 일 년 전의 지적장애인 시설의 사건이 상징하는 것처럼 일본사회는 이질적인 것, 발언의 힘이 약한 이들을 밖으로 밀쳐내는 분위기가 한층 더 강해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비록 잡지활동은 마치지만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으로 운동해 나가겠다고 매듭짓고 있었어요.

37년이라는 짧지 않은 잡지 발간과 운동의 역사의 막은 내려지지만 결코 끝나지 않은, 계승돼야 할 과제가 짙은 어둠으로 밀려 오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일단 어두운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을 보며 위로를 나누며, 작은 기원을 담아 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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