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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돈벌이 수단으로 부추기는 ‘행정 시스템’군산시 장애인콜택시 민간위탁 비리 사건
글과 사진. 정혜란 기자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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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01  15: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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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북 군산시로부터 민간기관이 수탁 운영하고 있던 장애인콜택시 사업장 내부에서 은밀하게 벌어지던 비리가 한 내부 직원의 고발로 세상에 알려졌다. 내부 직원들 못지않게 많은 피해를 입은 장애인 콜택시 이용자들은 민간위탁 기간 동안 이어져 온 내부 적폐를 근절하고 이용 주체로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콜택시 시 직영 운영을 요구하고 있지만, 군산시는 예산부족의 이유를 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장애인콜택시를 사적 이익에 이용한 민간위탁기관

지난 8월 전라북도 군산시로부터 A기관이 수탁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콜택시(이하 콜택시) 사업장 내부에서 은밀히 벌어지던 비리가 한 내부 직원의 고발로 세상에 알려졌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해당 콜택시 사업장의 운전기사들은 한 달에 10차례 이상 장애인 이용자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업장 대표의 지인들을 태우라는 지시를 받았다. 장애인 이용자들이 이용해야 할 콜택시가 운영 기관의 공식행사에 사적으로 이용된 것을 목격했다는 주민들의 증언도 있었다. A기관의 콜택시 대표는 법적 근무시간 이외에도 직원들을 불러 농사일 등의 사적인 일을 시키기까지 했다. 직원 대부분은 1년 계약의 비정규직 근로자였기 때문에 마지못해 대표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고, 불응하는 직원은 ‘해고’라는 불이익까지 감수해야 했다. 여기에 영수증 등 각종 서류들을 조작했던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군산시는 뒤늦게 조사에 착수했다. 현재 A기관의 콜택시 위탁은 예정된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약 1년 만에 중단된 상태다.

이로 인해 실제 콜택시를 이용해야 할 장애인 이용자들이 겪은 불편은 상당했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르면 지자체는 1·2급 장애인 200명당 1대씩 장애인 특별교통수단을 보유해야 한다. 군산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콜택시의 대수는 법정대수를 준수한 17대이지만, 이마저도 이용자들의 수요에 비해 충분하지 않다는 민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여기에 콜택시가 사적으로 부적절하게 운용되면서 이용자들은 가뜩이나 부족한 콜택시를 이용하기 더 어렵게 됐다. 군산시의 콜택시 이용자 심지선 씨는 “전날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이용이 불가능해,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기더라도 당일에는 꼼짝없이 집에만 갇혀 있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예약을 하더라도 배차지연으로 인해 길게는 한두 시간까지 기다린 경우도 있었다. 약속시간에 늦어 만나기로 한 사람들에게 매번 피해를 끼쳐야 했고, 특히 한 여름이나 겨울 길 한복판에서 오랜 시간 콜택시를 기다린 날에는 건강이 악화돼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다. 수도권에 비해 교통수단이 잘 마련돼 있지 않은 군산의 장애인들에게는 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때문에 이 모든 불편과 위탁기관의 갑질을 감수하고 콜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콜택시 이용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군산시 콜택시 이용자들이 겪은 불편은 이뿐만이 아니다. 군산시 장애인콜택시 이용자협의회 회원들의 말에 따르면, 전산시스템을 통해 예약정보를 관리하는 타지역과 달리 군산시 콜센터에서는 전화접수를 통해 상담원이 직접 배차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접수가 누락되는 경우가 잦았다. 심지어 자주 민원을 접수하거나 위탁기관과 관계가 좋지 않은 이용자들의 예약을 의도적으로 누락시키는 일도 있었다. 이 같은 불편을 참다못한 이용자들은 군산시와 콜택시 위탁기관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또 다른 군산시 콜택시 이용자 문은애 씨는 콜택시 이용 중 겪은 불편사항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가 도리어 위탁기관 대표로부터 인격모독과 업무방해죄로 고소를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처음에는 전화로 민원사항을 전달했지만 당시 통화했던 직원과 협의점을 찾지 못하고 서로 언성만 높아졌다. 절박한 심정으로 기관 대표를 직접 만나 도움을 청해야겠다는 심정으로 지난 7월 사무실을 찾았지만 장애인을 위해 일하는 장애인 콜택시 사무실이 엘리베이터 없는 2층 건물에 위치해 있어 이마저도 불가능했다. 결국 건물 1층에서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요구사항을 전했지만 대화나 합의는커녕 돌아온 건 고소였다. 경찰 조사 이후 극심한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를 겪으며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한번은 아무리 전화를 해도 전화연결이 되지 않아 이상한 나머지 함께 있던 지인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니 바로 연결이 됐다. 평소 콜택시 이용에 꾸준히 민원을 제기해 온 내 번호를 의도적으로 피한 게 아니라면 설명하기 힘든 일이다.”

 

군산시 콜택시 이용자협의회 “시 직영하라”

한 제보자에 의해 군산시 콜택시 위탁기관의 내부 비리는 탄로 나고 해당 기관은 지난 8월 운영권을 포기한 상태이지만, 군산시 콜택시 이용자들 사이에 비난의 목소리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군산시 장애인콜택시 이용자들로 구성된 ‘군산시 콜택시 이용자협의회(이하 협의회)’는 “민간기관의 위탁운영이 계속되는 한 장애인 콜택시가 특정인의 탐욕과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전락될 가능성이 높다”며 시 직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A기관이 군산시 콜택시를 위탁운영하기 이전에 B기관이 9년간 위탁운영 했을 당시에도 외부로 크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 위탁이 이어져 온 지난 10년간 군산시 콜택시 내부비리는 계속돼 왔다는 것이 협의회 회원들의 주장이다.

전국의 콜택시 이용 요금을 살펴봐도 시 직영으로 운영되고 있는 서울시와 전주시는 각각 5km까지 기본요금 1,500원이고 포천시는 10km까지, 수원시는 관내에 한해 시내버스와 동일한 요금인 1,250원이다. 이는 2km까지 1,400원의 기본요금이 적용되는 군산시와 비교해 상당히 저렴한 요금이다. 지난달 12일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북 전주에 위치한 전북도청에서 군산시청까지 왕복할 경우 전주시 콜택시를 이용하면 1만 2천 원이었지만, 군산시 콜택시를 이용하면 5만 원 이상이 나와 지역에 따른 이용요금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 협의회 회원은 “어느 지역에서는 요금도 저렴하고 이용체계도 비교적 잘 갖춰진 반면, 이렇게 어려운 조건에서 콜택시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니 규모가 작은 지역의 주민으로서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협의회 회원으로도 활동 중인 심지선 씨는 “대체로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지역보다 시 직영을 하는 지역의 콜택시 이용 요금이 저렴하고 이용 시간, 가능한 지역 등 조건도 좋은 편”이라면서 “수익사업이 아닌 콜택시 사업을 민간기관에서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산시와 같은 전라북도 광역권인 전주시에서도 2001년부터 약 14년간 민간기관인 C단체가 위탁운영해 왔지만, 이용자들의 끈질긴 항의와 요구 끝에 지난 2016년 8월부터 전주시설관리공단에서 직접 콜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2014년 한 매체 보도에 따르면 C단체의 위탁운영 당시 전주시 콜택시 이용자들은 예약을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전화기를 붙들고 전쟁을 치르다 포기하고, 콜택시 이용을 위해 위탁기관의 눈치를 보는 등 현재 군산시 이용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거의 비슷하게 겪어왔다. 당시 결성된 ‘전주시장애인콜택시 민간위탁철회를위한공동투쟁본부(이하 전주장콜공투본)’는 대시민 선전전과 서명운동 등을 통해 콜택시의 시 직영이 확정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전주장콜공투본에서 활동했던 전주시 중증장애인지역생활센터의 유승권 활동가는 “법정 대수를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콜택시 차량 대수가 부족하다는 점은 개선할 필요가 있지만, 과거에 비해 과도한 배차지연이나 고의적인 예약접수 누락, 직원의 응대 등 서비스의 질은 상당히 개선된 상태”라고 말했다.

 

콜택시 문제에 손 놓은 군산시

이용자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군산시는 민간위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금으로서 당장 직영을 위한 예산확보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A기관의 콜택시 운영권 포기 이후 군산시는 콜택시 위탁을 이어갈 기관을 재모집했고, 지난달 23일 사단법인 전북지체장애인협회가 선정돼 이달부터 2019년 9월까지 콜택시 운영을 맡게 됐다. 이에 반발하며 더 강력하게 직영요구를 하는 협의회에 군산시 콜택시 담당자는 “당장은 힘들더라도 2년 뒤 시장선거 이후 결과에 따라 직영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위탁기간 동안 이용자 요구사항과 의견을 적극 수렴해 만족도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협상을 시도했지만, 심지선 씨는 “그동안 군산시가 콜택시 문제에 보인 태도를 봤을 때 이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협의회 입장을 대표로 밝혔다.

“이용자들이 콜택시 이용시간 연장을 요구하자 콜택시 업무를 담당하는 군산시 교통행정과의 전 과장이 ‘장애인이 밤늦게 나갈 일이 뭐가 있느냐. 불건전하게 술 먹고 오락실이나 다니니 심야시간으로 연장해줄 수 없다’는 발언을 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은 상태다. 군산시의 또 다른 담당 공무원은 콜택시 직원들이 다 있는 사무실에서 A기관의 내부비리를 고발했던 직원에게 ‘너만 가만히 있으면 아무 문제없다’며 욕설과 폭언을 했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그 직원은 직간접적인 보복 피해에 시달리며 신변의 위협마저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분이 아니었다면 A기관의 내부비리는 영영 수면 위로 드러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탁기관의 내부비리가 또 다시 일어났을 때 과연 어떤 직원이 용기를 내 밝힐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용자와 공익제보자 모두가 고통 받는 사이 인권위원회 진정 대상 공무원은 몇 차례 승진해 현재 시에서 꽤 비중 있는 직책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사건에 가장 책임의식을 느껴야 할 군산시장은 콜택시 문제에 대한 협의회와의 면담자리에서 “어디를 가든 잡초는 뽑아도 다시 나기 마련”이라면서 문제를 일으킨 전 위탁업체를 도리어 감싸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진다. 익명을 요구한 군산시 콜택시 운전기사에 따르면 현 교통행정과 과장 역시 “한번만 더 언론사와 접촉해 문제가 외부로 알려지면 같이 일 못 할 줄 알라”며 문제를 덮으려 직원들의 입막음을 시도했다.

 

예산 아닌 의지의 문제

   
군산시 이용자 협의회 기자회견

심지선 씨는 “장애를 이용해 민간 기관이 사적 이득을 취하는 동안, 시에서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오히려 일조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정부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장애인 콜택시가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이라는 본래 목적을 상실하고 사익추구의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공공화가 필요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지난 9월 전북도의회 송성환 의원 역시 제 346회 임시회에서 “각 시·군의 민간위탁 콜택시를 직영 전환을 통해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며 직영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같은 달 정의당 전북도당도 브리핑을 통해 ‘민간으로의 위탁을 통해 제 책임을 다한 듯 무관심과 행정 편의적 사고로 일관했던 군산시 행정’과 ‘업무에 대한 사명감 없이 콜택시를 운영해 왔던 자질 부족한 수탁업체’를 비판하면서 “결국 지자체 직접운영이 답이며, 이는 예산의 문제가 아닌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원시의 경우 시장의 의지로 법정 대수보다 2배 이상의 차량을 운행하고 있으며, 포천시는 군산보다 지역 규모가 작지만 직영을 통해 이용자들의 만족을 충족시키고 있다. 두 사례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기본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교통약자는 비교통약자가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을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3조의 취지를 살려 콜택시를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철원, 원주 등 군산과 같이 콜택시 이용환경이 열악한 지역들은 최근 군산시 협의회의 노력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1인 시위 등을 열고 잇따라 콜택시 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군산시 협의회는 “이용자 및 관련자들의 꾸준한 감시와 항의마저 없었다면 더 열악한 콜택시 이용환경에서 우리는 참고 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시 직영이 시행되는 날까지 활동을 멈추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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