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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기기들을 통해 엿본 '통합 상영관'시·청각장애인 영화관람 보조기술 시연회
글과 사진. 조은지 기자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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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15  10: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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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3일, 강남구 이봄씨어터 상영관에 낯선 기기들이 배치됐다. 이어폰이 달린 오디오 기기와 독특한 모양의 안경이 자리에 놓였고, 몇몇 의자 손잡이에는 태블릿 PC가 고정됐다. 청각장애인들과 시각장애인들이 자리에 앉아 각각 주어진 기기들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청각장애인들은 태블릿 PC를 눈높이에 맞게 맞추거나 안경을 썼고, 시각장애인들은 이어폰을 장착하고 기기 조작을 시도했다. 영화가 곧 시작된다는 진행자의 안내가 이어지자 모두 기대감에 부푼 얼굴로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평등한 문화향유권을 위한 소송

10월 13일, 이봄씨어터에서는 시청각 장애인 영화관람 보조기술 시연회가 열렸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주최한 이번 시연회는 2016년 영화관 사업자를 대상으로 제기된 시·청각장애인 영화관람 차별구제청구소송(이하 소송)을 바탕으로 했다.

해당 소송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에 명시된 문화향유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 하는 시·청각장애인들의 선택권을 찾기 위해 시작됐다. 시연회 주최 측은 법무법인 지평을 비롯한 변호인단과 함께 소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시연회에 앞서 재판부의 현장검증을 마쳤다. 소송에 참여 중인 김재왕 변호사는 “장차법상 상영업자는 시·청각장애인에게 자막 등을 제공할 의무가 있음에도, 피고 측은 그런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며 정당한 사유 등을 따지고 있다”며 소송 진행 상황을 전달했다. 피고 측은 사용 가능한 기기의 배치에 대해 현재 비용을 이유로 과도한 부담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 안경 등의 보조기기를 보유하고 있는 하나캡션 유진희 대표는 기기를 사용하는 관람객을 통해 충분히 충당 가능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상영관 한 개당 스마트 안경 2개, 자막 및 수화 서비스 등 스트리밍 서버 사용 금액은 1년에 150만 원 정도로 예상된다. 1년에 한 상영관 당 장애인 혹은 외국인이 150명에서 250명만 영화를 관람하면 충분히 비용을 채울 수 있는 수준이다. 디테일하게 보면 관람료 외에 매점 수익까지 자연스럽게 발생하므로 250명 이하의 관람객으로도 채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기가 없으니 극장에 오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기기를 통해 관람객으로 해당 상영관을 찾을 것이다.”

시연회를 찾은 소송 원고 청각장애인 함효숙 씨는 “농아인협회에서 한 달에 한 번 자막이 있는 영화를 상영하지만, 시간과 장소가 정해져 있어 일이 있으면 그 달은 아예 영화를 못 보게 된다”며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비장애인 친구들과 자유롭게 영화를 보러 가고 싶다”고 토로했다.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즐기는 영화 관람

10여 분의 짧은 영화 상영이 시작되자, 음성지원 기기에서는 화면해설이 시작됐고 안경과 태블릿 PC에는 자막이 떠올랐다. 폐쇄형 기기들이기 때문에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비장애인 참석자들도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처음 써보는 기기들에 익숙하지 않아 다소 조정이 필요했지만 모두 상영시간 동안 자리를 지켰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참여한 시·청각장애인 당사자들은 기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시연회를 마치며 김재왕 변호사는 “선진국에서는 모두 적절한 기기를 사용하고 있고, 한국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현 소송이 그 날을 앞당기는 역할을 하는 소송인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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