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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교육권 확보 소송과정에서 나타난 쟁점
글. 송정문/한국장애학회 총무분과 부위원장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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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4  10: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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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제3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육기본법 제4조 제1항에는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인종,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돼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동일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김명수, 2009).

한국사회는 여느 나라에 비해 교육 수준이 곧 직업 선택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나라라 할 수 있다. 객관적으로 입증 가능한 학위나 자격증이 그 사람의 능력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오시진·토마스백, 2011). 이는 오늘날 고등학교 졸업생 10명 당 7명(70.9%)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한국의 현실을 통해서도 짐작 가능하다(통계청 보도자료, 2015).

그러나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결과를 살펴보면, 대학 이상의 학력을 가진 장애인은 15.3%로 70.9%인 비장애인의 대학진학 비율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장애인의 대학진학율이 낮은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대학 내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의 미비가 주요한 원인이라고 본다. 2011년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지원실태 평가 결과(교육과학기술부)를 살펴보면, 종합평가 결과 장애대학생의 교육여건에 있어 ‘개선요망’ 결과가 나온 대학이 64%나 됐는데, 특히 재정투자가 많이 소요되는 승강기 설치, 경사로, 교사시설 출입구 접근 등의 내부시설 평가에 있어 ‘개선요망’의 결과가 나온 대학이 63.4%나 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2014년 사이버대학을 포함한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지원실태 평가결과(교육부)도 ‘개선요망’ 결과가 나온 대학이 54.7%나 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왜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에서조차 장애인 편의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는 것일까. 이를 대학이 장애학생을 바라보는 관점과 장애대학생의 관점에서 나타난 대립된 쟁점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장애인의 학습권 침해에 관해 동일한 문제제기를 받았던 K대학교 사례를 중심으로 장애인 교육권을 논해보고자 한다.

 

장애인의 교육권 소송과정에서 나타난 쟁점

1) 가치의 차이 : 효용성 VS. 평등

학교 측은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려면 상당한 공간이 필요’하므로 학생들이 공부하는 강의실을 줄여서 시설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렇게까지 하기에는 장애학생이 전체 학생 중 ‘0.1%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평균공리를 최대화한다면 어떤 교육적 불평등도 용인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공리주의적 관점을 견지하는 입장으로써,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효용의 최대화 원칙에 따라 운영하기 때문에 그런 원칙이 담보된다면 몇 사람의 희생 정도는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손준종, 1995).

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장애학생들은 비장애 학생과 동일하게 등록금을 내고 입학해 K대학교로부터의 학습권을 구매한 사람으로서, 헌법 제31조 제1항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4조(정당한 편의제공 의무) 제1항 : 교육책임자는 당해 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장애인의 교육활동에 불이익이 없도록 다음 각 호의 수단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고 제공하여야 한다. 교육기본법 제4조(교육의 기회균등) 제1항 편의증진법 제9조(시설주의 의무) : 시설주는 대상시설을 설치하거나 대통령령이 정하는 주요 부분(용도변경을 포함한다)을 변경하는 때에는 장애인이 항상 대상시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제8조의 규정에 적합하게 설치하고 이를 유지·관리하여야 한다.에 따라 평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맞섰다.

2) 실익의 차이 : 다수의 손해 VS. 전체의 실익

학교 측은 최소한의 투입으로 기대하는 산출을 얻는 효율성의 관점에서 ‘예산 사용의 우선순위는 다수의 학생을 기준’하므로, 편의시설 설치에 사용되는 집중예산은 다수 비장애학생들의 ‘교육기회 위축’과 ‘역차별’을 생산해 결국에는 비장애학생들에게 해를 끼치는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이미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소수집단은 배제될 수밖에 없으며 그 배제가 정당하고 합리적임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애학생 측은 엘리베이터 설치나 경사로 등은 모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시설물이므로 공리주의 관점인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오히려 극대화하는 행위이며, 최소수혜자를 포함한 모두의 개인적·사회적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가치에 따라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롤스(J. Rawls)의 평등 원칙에도 부합할 뿐만 아니라(Rawls, 1971; 손준종, 1995에서 재인용) 이것이야말로 높은 단계의 공리주의 실행이라고 주장했다(배용준, 2011).

3) 책임의 차이 : 전가 VS. 의무

학교 측은 학교 편의시설이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음을 알고도 입학한 장애학생에게 책임이 있음을 주장했다. 또한 교육시설의 편의제공에 관한 법률 규정을 살펴보면, 유예조치 규정과 설치기준 적용의 불명확한 기한으로 인해 K학교가 법률을 위반한 것이 아니므로, 이는 법률적 한계의 문제이지 학교의 위법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반해 장애학생 측은 자신이 원하는 학업을 하기 위해 입학하면서 향후 겪을 차별을 감수하고자 입학한 것이 아니며, 교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3조(차별금지) 제3항’과 ‘편의증진법 제9조(시설주의 의무)’에 의해 학교가 갖는 의무로써 학교가 져야 할 책임임에도 이를 장애학생들에게 떠넘긴다며 맞섰다.

4) 정의의 차이 : 좋음 VS. 옳음

학교 측은 99%의 비장애학생의 자유를 훼손하거나 불편을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장애학생에게도 편의제공을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장애학생을 위한 편의시설이 제대로 제공되지 못하더라도 대체할 수 있는 방법, 예를 들어 장애학생이 수강신청한 과목은 1층에 교실을 배치한다든지, 1층으로 배치할 수 없는 컴퓨터실, 강당, 교수면담실은 장애학생 도우미를 통해 업어서 혹은 휠체어 채 들어서 이동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장애학생 측은 그 어떤 자유도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는 소수집단의 권리 희생을 전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장애학생 도우미가 장애학생을 업어서 혹은 휠체어를 들어서 2~4층을 이동하다가 처할 수 있는 불의의 사고 등 위험을 전제하는 방법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맞섰다.

실제 예로 1층이 아닌 장소에서 이뤄지는 특강과 행사 등의 경우 장애학생이 참석을 하지 않아도 출석처리 됐는데, 이는 편의시설 미비로 인한 배려라기보다 마치 ‘여기 오지 않아도 될 사람’으로 치부되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대학에서조차 차별을 받아야 한다는 현실에 자신의 삶이 너무나 가치 없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다른 비장애학생들과 어울려 함께 공부한다는 것이 자신들만의 이상은 아닌지도 고민했다. 교육권의 실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보는 관점에서(조태원, 2013), 장애학생들이 겪는 교육차별은 장애인으로서의 가치절하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수용하는 결과마저도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롤스는 공리주의가 사회적 공리라는 ‘좋음’을 우선시하면서,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존중, 그리고 공정성의 실행이라는 ‘옳음’을 뒷전에 둘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했는데(허병기, 2014), K대학교와 장애학생의 논쟁 속에서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 소통의 차이 : 일방 VS. 불통

소송에 이르기까지 장애학생들은 ‘요청한 편의 내용이 법률에 근거한 것이라 과도한 요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간 학교 측의 성의 없는 태도로 인해 소통이 불가능해 결국 소송이라는 방법을 선택하게 됐음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K학교 측은 ‘장애학생이 요청한 편의제공은 매우 과도’하므로, 학교가 제공할 수 있는 편의시설을 결정해 필요한 편의를 제공해 줬음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여기서 소통의 문제를 제5쟁점으로 선정한 것은 K대학 장애학생의 교육권 소송에 있어, 대학 측의 무성의한 소통방식 또한 쟁점 중 하나에 해당한다고 보였기 때문이다. 소통은 쌍방이 대화와 변화를 원할 때 이뤄진다. 그러한 점에서 장애학생만이 교육권 확보를 위한 대화와 변화를 원했기에,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만 가득했던 노력이었음을 알 수 있다.

 

단지 편의시설 미설치가 아닌 장애인 교육권의 강탈

이러한 결과는 비단 K대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2011년 장애대학생 교육복지 지원실태 종합평가 결과, 장애대학생의 교육여건에 있어 ‘개선요망’ 결과가 나온 대학이 64%나 돼, 사실상 전체 대학 중 과반 이상의 대학에서 여전히 장애인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장애인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교내 편의시설 설치는 단지 편의제공의 의미만을 갖는 것이 아니다. 이는 심리적 안정감을 바탕으로 학업에 증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장애학생을 위한 교육여건을 마련하지 않는다는 것은 장애학생들에게 적절한 편의제공만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심리적 고통까지도 야기시켜 장애학생의 자기 가치절하와 더불어 교육받을 권리를 포기하도록 종용하는 하나의 요인이 된다. 그런 점에서 누군가를 교육할 권한을 가진, 특히 사회지도층을 양성하는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은 사회로부터 높은 도덕성을 요청받는 집단으로서 더더욱 인간과 사회에 대한 윤리적 책무를 숙고해야만 하며, 행위에 앞서 깊은 성찰 또한 필요하다.

더군다나 K대학교가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사회복지사를 양성해 온 대학임을 감안할 때, 앞서 살펴 본 쟁점에서 나타난 K대학의 주장들이, 소송이 제기된 2007년부터 8년간이나 이어져 올 수 있었다는 것은 장애인 교육권에 대한 사회적 태도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장애인에게도 교육권이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아무리 외친들, 그 사회가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장애인의 희생은 이미 예고된 현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사회가 어떠한 관점을 따르든지 간에, 그 관점이 누군가를 약자라는 이유로 그가 지닌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일방적으로 빼앗는 행위를 정당화한다면 이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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