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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호명에 깃든 편견에 반기를 들자!
글. 명숙/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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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4  13: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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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3일은 노동자의 권리를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가 돌아가신 날이다. 이즈음에는 전국노동자대회가 열린다. 11월 12일 ‘모든 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 쟁취! 2017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렸다. 여러 산업과 업종 대표나 비정규직과 투쟁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발언을 했다. 노동자의 열악한 처지와 싸움의 이유에 대해 말했다. 올해는 87년 노동자대투쟁 30주년을 맞는 노동자대회이자, 정권이 교체되고 열리는 대회라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본대회가 끝나고 무대가 정리될 즈음, 장애인활동가들이 무대에 올라 장애인노동권과 장애등급제 폐지 구호를 외친 장면이었다. 다행히 무대 음향관리 노동자들이 음향장비를 끄지 않고 마이크를 줬다. 다른 많은 비장애인노동자들에게 목소리를 전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가 우리도 올라가서 구호 외치며 사진 찍자고 해서 약간은 장난 같은 마음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마이크로 장애인들의 처지와 요구를 설명하자, 행진을 하던 노동자대회 참여자들이 그 얘기를 들었고 호응해 주었다. 그리고 마침 이주노동자들이 무대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함께 무대에서 우리의 요구를 알리자고 제안했다. 이주노동자들도 올라와서 구호를 외쳤다. ‘고용허가제 폐지하라. 이주노동자 단속 중단하라.’ 함께 구호를 외치자 뒤에 있던 노동자들이 박수를 쳤고 무대에 있던 장애인권활동가들과 이주노동자들은 서로 웃으며 무대를 내려왔다.

즐거웠지만 씁쓸했다. 장애인들과 이주노동자들은 왜 본무대에 서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들리지 않는 목소리, 숨겨진 소리에 그 사회의 모순이 들어 있다. 감추어진 곳에 진실이 있다. 소수자의 현실은 잘 드러나지 않듯이 그들의 노동권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들을 사회적 소수자로 만든 구조의 문제, 법제도의 현실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들의 삶이, 노동이, 주거가 어떻게 구분되고 밖으로 밀려나는지, 그들의 권리가 어떤 반쪽인지….

주류의 삶을 중심으로 구성된 조직에서 비주류의 고민은 의제에서 밀려나곤 한다. 민주노총으로 조직된 노동자들 대부분이 비장애인이다. 일하다 다쳐 장애가 생긴 노동자도 있지만, 본인을 노동자로 정체화하지 않는 노동자들도 많을 것이다.

 

‘노동자’에 대한 가정(假定)

그런데 더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노동자라고 호명했을 때 상상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흔히들 말하는 신체근력이 좋고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는 비장애인만을 노동자로 그린다. 그것도 성인남성으로. 노동자에 대한 이러한 상상은 저절로 생긴 것은 아니다. 근대산업혁명 이후 전개된 자본주의의 역사가 그러한 노동자들을 필요로 했고 그러한 노동자들을 고용해 왔으니까. 생산력을 높일 수 있는 사람이 노동자가 됐다.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기계에 적응하고 그러한 기계를 작동시킬 수 있는 사람을 필요로 했다. 그래야 자본의 이윤을 최대한 뽑을 수 있으니까. 그러면서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은 생산적(?)이지 않은 사람이라고, 쓸모없는 존재라고 비하하고 비난했다. 자본주의는 장애인을 구분하고 노동 밖으로, 밖으로 밀어냈다. 빠른 속도로 따라가지 못하거나 이윤창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장애인을 노동에서 배제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장애인은 노동자가 될 수 없다거나 장애인은 노동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버렸다. 구분되고 배제된 구조적 원인이 가려졌고 그것이 장애인의 정체성 때문인 양 말해졌다. 편견이 생겼고 장애인이 노동하지 못하는 현실은 그 편견을 굳혔다. 그래서 일하려고 하는 장애인들은 타박과 모욕을 감내해야 했다. 많은 장애인은 기업과 정부로부터 ‘장애가 심한데 무슨 일을 하려고 그러냐’는 말을 반복적으로 들어야 했다. 행여 일자리를 얻더라도 나쁜 일자리, 즉 임금도 노동조건도 열악한 곳에서 일해야 했다. ‘일할 수 있는 것에 감지덕지하라’는 말까지 덤으로 얹혀졌다.

 

장애인도 일하고 싶다

   
 

며칠 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중증장애인의 노동권 보장을 촉구하며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사에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기한 없이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그들의 요구는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1만 개, 최저임금법의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 제외 조항 삭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개혁’이다.

최저임금법은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사장, 기업)에게 국가가 임금의 최저액을 정해 이를 사용자에게 강제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1986년 최저임금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근로기준법에서 다뤘다. 최저임금의 결정기준, 최저임금액 적용 대상, 최저임금의 효력 발생기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보전 조항 등이 있다. 최저임금법은 헌법적 권리를 구체화하기 위한 법이다. 헌법 32조에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명시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저임금법 7조(최저임금의 적용 제외)에는 ‘1.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는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버젓이 쓰여 있다. 국가가 장애인의 노동기본권은 보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장애인은 일자리가 있는 것으로 만족하거나 일할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니 장애인고용률은 전체고용률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 2016년 장애인 경제활동지표에 따르면, 장애인 고용률은 36.1%로 전체 인구의 고용률 61%의 절반이다. 2014년 UN장애인권리위원회는 “최저임금 적용에서 배제되는 장애인에게 임금을 보조해 주는 임금 체계를 도입할 것과 보호 작업장을 지속하지 말 것”을 한국정부에 권고했지만, 아직도 법 개정과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는 최저임금을 적용하면 기업들이 장애인을 더 고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손사래를 친다.

그러나 현재 장애인의무고용률 2.7%조차 지키는 곳이 많지 않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상 상시 50인 이상 상시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근로자의 2.7%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과태료를 내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송옥주 국회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2월 기준 국내 30대 대기업 중 현대차(2.7%)와 현대중공업(2.72%), 대우조선해양(4.65%) 등3곳만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준수했다. 다시 말해 장애인들이 최저임금을 주지 않도록 했지만 실제 장애인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현실이다. 답은 장애인의 노동기본권을 예외대상으로 두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장애인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나아가 같은 사람으로서, 같은 노동자로서 받아들이도록 노동과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한 교육과 홍보를 해야 한다.

 

장애인노동권 보장, 모든 노동자들의 요구가 돼야

농성 이틀째, 나는 장애인들이 있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갔다. 저녁 문화제에서 당사자들의 발언이 있었다. 발달장애인 3급이라고 밝힌 20대 청년이 아직 자신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무직이라며, 장애인 일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일하고 싶지만 일할 수 없고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것을 정당화한다고 말했다.

그럼 누가 장애인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나. 정부와 기업이다. 어떤 이는 말한다. 비장애인도 일자리가 없는데 장애인의 일자리를 걱정할 때가 아니라고. 그러니 수급이나 받아서 생활하라고. 실제 많은 기업들이 최저임금이 16.4%에 오른 것에 대해 비판과 공격을 많이 한다. 2018년 여러 경제일간지에 최저임금 7,530원을 주면 기업이 망한다거나 최저임금법 위반 사업장만 늘어날 것이라며 볼멘소리를 떠들어대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오너가 가져가는 돈을 줄인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그동안 열심히 일한 노동자보다 경영진이나 소유주가 가져간 돈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그건 그대로 둔 채 노동자의 최저임금인상이 문제인 양 짚는 건 불평등의 구조를 건들지 않겠다는 뜻 외에 아니다.

방식은 여러 가지 가능할 수 있다. 기업의 세금을 늘려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장에 보조하는 것이나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도 제도적으로 가능한 방법이다. 그동안 부를 독점했던 불평등의 구조를 그대로 두려고 하기에 답이 없는 것이다. 장애인노동권의 문제도 불평등의 구조를 시정하는 문제다. 모든 노동자가 하나라면 그가 장애인이든 여성이든 이주노동자이든 그/녀들의 노동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함께 싸워야 한다. 지금 한국사회의 주요 의제 중 하나가 비정규직 문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장애인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다. 장애인 임금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61%다. 전체 경제활동인구 중 비정규직 비율보다 높다.

민주노총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이 장애인노동권 확보 투쟁에 함께하길 기대해 본다. 그것이 노동자대회 본무대에 장애인이 서서 발언하는 것이 아닐까. 그 과정에서 우리 안의 편견과 차별이 조금씩 사라지지 않을까. 여성과 청소년,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에 대한 차별 철폐로 확장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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