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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보조인은 저에게도 … 필요합니다
글. 나래엄마/활동보조인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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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13  10: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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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동안 고민이 많았다. 나 하나도 간수하지 못하는데, 내가 남의 삶을 도와준다고? 물론 나의 노동이 들어가고, 거기에 대한 최소한의 수입이 뒤따르니까 외적인 일을 하는 건 분명하지만, 매번 나의 회의감은 나 자신의 내면으로 몰려든다. 정작 활동보조인이 필요한 건 나 자신이 아닐까 싶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섯 명의 활동보조를 맡으며 지내왔다. 종교적인 신앙의 힘으로 시작했던 일이었기에 모든 게 자연스러울 줄 알았는데, 일상은 세상 가득 채워진 타성 그 자체였던 모양이다. ‘교회’라는 이름으로 매번 진행되던 수많은 봉사활동을 직접 참여해 봤지만, 활동보조인의 일이라는 건 그 시작부터 달랐다. 뭐랄까. 노숙인을 위한 무료급식이나 월동기 연탄배달 같은 활동은 차라리 왕실의 유희, 황제의 휴가였다고 할까? 너무 쉽게 ‘봉사’라는 이름을 달고 희희낙락했다는 반성마저 반복하게 될 뿐이다.

내 가족 아닌 이의 용변을 일일이 ‘실제 처리’하고 ‘그’의 심적인 변화, 단적으로 말해서 ‘변덕스러운 심리’에 하나하나 맞부딪치면서 ‘알겠습니다’ 해야 하는 건 내 감정적 한계를 수십 차례나 벗어났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른 활동보조인들도 다들 이 정도는 감수하는 것 같은데, 나 혼자만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엔 스스로 너무 작아지는 자문자답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지난 여름, 문제가 터졌다. 집 안에선 하루 종일 누워 지낼 수밖에 없는 중증장애의 삼십 대 남성 장애인에게 ‘고소하겠다’는 윽박지름을 당했다. 집 근처 직장에서 일을 하던 가족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날 저녁에 당장 여기로 달려오라고, 안 오면 즉시 경찰과 관계 공무원을 부르겠다는 협박을 겸한 요구가 쏟아진 것이다.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물으니, 내가 장애당사자인 아들의 몸 위를 매번 건너다니며 아들의 인격 자체를 무시했다고 한다.

‘멍 때린다’는 말 표현이 뭔지 몰랐는데, 나름 사용법이 익숙해진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보니 그 의미가 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그’의 집에 가서 일을 할 때마다 내가 절감했던 좌절감이 뭔지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했었는데, 내 가슴을 난도질하던 그 절망감을 방어하기 위해 내가 택했던 방법이 바로 ‘멍 때리기’였다는 사실을 검색으로 확인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일을 ‘대강 했다’고? 그건 아니다. 그건 ‘그’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더 확실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평소에 했던 고마움의 인사말들이 그걸 증명할 분명한 증거가 아닐까? 많은 시간을 함께해 온 ‘그’를 나쁘게 표현하고 싶진 않다. 하지만 나의 진심어린 노력과, 그의 ‘오해’가 낳은 생각의 차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말할 답이 없다. 내가 ‘그’의 몸 위를 건너다녔다고? 그런 적은 전혀 없다. 실수라도 그와 비슷한 행동을 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내가 매번 그랬단다. 아들인 ‘그’의 주장을 가족은 100% 믿었다. 그들과의 관계는 거기서 끝났다.

이 글에 대해서 타박하실 분들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반대로 ‘나도 그랬어!’ 내지는 ‘내가 지금 그런 상황이야!’ 하며 긍정해 주실 분들도 많을 거라고 나는 감히 생각한다. 비슷한 오해와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니, 이젠 전에 없던 생각에 휩싸이게 된다. 너무 지쳐서 한발 뒤로 물러난 채로 일어날 힘도 없어진 나에게도 활동보조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많은 분들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한 이야기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발언을 해야 하는 상황을, 이런 ‘너무나 인간적인’ 속앓이를 알아주면 좋겠다. 물론 활동보조인 중에는 ‘나쁜 인간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순수하게 최선을 다하는 활동보조인들이 얼마나 많은지도 함께 들여다 봐달라고 말하고 싶다.

나도 염원한다. ‘탈시설’과 ‘장애등급제 폐지’ 같은 투쟁의 구호 말이다. 그런데도 당장 내가 힘들어서 구호를 함께 외칠 여력이 없다. 활동보조인 활동을 계속해야 하는지, 아니면 내가 활동보조인 같은 제도를 찾아 신청해야 하는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힘겨움을 좀 알아주시기를 나는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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