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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타고 나홀로 떠난 일본여행
글과 사진. 주성희/나사렛대학교 인간재활학과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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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04  11: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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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는 외국여행 갈 수 없을까?

휠체어를 타고 지낸 오랜 시간 동안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 학교 수학여행 등 보호자가 함께하는 틀에 박힌 여행을 주로 다녔다. 아일랜드로 유학 간 언니를 볼 때, 주변 친구들이 한두 명 혼자 배낭여행을 떠날 때 ‘나도 가볼까?’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못하겠지’라는 생각에 쉽게 실행하지 못했다.

어느 날 시험공부를 하던 중 ‘나도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무작정 오사카행 항공권을 예약했고, 숙소를 알아봤다. 언니가 있는 아일랜드로 가고 싶었지만, 너무 멀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 제2외국어로 일본어를 배운 적이 있어 일본이라면 큰 어려움 없이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홀로 여행이 시작됐다.

 

사소하지만 꼼꼼한 배려

   
 

일본에 도착해서부터 한국에서는 해보지 못한 경험의 연속이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표를 넣으려는데 역무원이 다가와 슬로프 필요하냐고 물어왔다. ‘슬로프가 뭐지?’ 하는 궁금증에 일단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궁금증만 커져 있을 때 열차 타는 곳에서 다른 역무원이 이동식 경사로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갈아타는 역에서도, 마지막 종착역에서도 모두 슬로프를 든 역무원들이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

일본에서 여행한 곳들은 모두 관광지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한국과는 다르게 나를 힐끗힐끗 신기하게 쳐다보지 않았다. 모두들 나를 비장애인과 다를 것 없는 사람인 것처럼 지나쳤다. 한국에선 너무도 불편하면서도 익숙한 시선들이었는데, 그곳에선 잠시나마 그 불편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기분을 가장 많이 느꼈을 때는 버스를 이용할 때였다. 휠체어장애인이 이용하기 어려운 한국 버스는 타 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처음에는 버스를 타기가 조금 망설여졌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고 가자’ 라는 생각에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정류장 도착해 버스를 기다리고 있으니 버스 승무원이 바로 경사로를 꺼내 도보와 버스를 연결해 줘 큰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었다. 한국이었다면 과연 가능한 일이었을까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씁쓸한 기분도 들었다.

오사카의 대표 관광지 오사카성에 방문 했을 때 역시 꽤나 놀라웠다. 오래된 문화재임에도 불구하고 전 층에 올라가 볼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그런 곳을 찾기가 어렵다.

반면 청수사까지 올라가는 길은 정말 힘들었다. 23년 평생 그런 급경사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경사로를 오르고 오르다 보니 이내 휠체어길이 나타났다. 하지만 수동휠체어 혼자서 오르기는 버거운 길이었다. 평소 수동휠체어를 타고 다니지만 다행히도 이날은 전동 보조장치를 챙겨갔다.

 

혼자여행이 가능했던 이유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유니버셜 스튜디오까지도 전철을 타고 이동했다. 그곳에서 공연을 관람하려는데 직원들이 휠체어는 맨 앞으로 나오라는 안내를 해주었다. 짧은 공연이었지만 덕분에 아무런 방해 없이 관람할 수 있었다. 해리포터 빌리지 안에 있는 놀이기구들은 줄도 너무 길고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나를 본 직원은 내게 게스트패스(Guest Pass)를 가지고 있느냐고 물어왔다. 장애인 또는 노약자 등에게만 발급되는 게스트패스를 제시하면 시간대를 미리 예약해 대기시간 없이 놀이기구를 이용할 수 있다. 동반자가 없으면 탈 수 없는 놀이기구들도 많은 것은 아쉬웠지만, 4D나 공연을 보는 놀이기구에는 대부분 휠체어 관람석이 따로 마련돼 있었다.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나와서는 오사카의 유명 맛집인 ‘동양정(東洋亭)’이라는 이름의 식당에 들렸다. 그 곳에서는 처음 보는 풍경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대기 번호표를 뽑기 위해 화면을 확인하는데 휠체어 마크가 있던 것이다. 그 마크를 선택하면 직원들이 미리 휠체어가 들어가기 편한 자리를 체크해 의자를 빼두고 안내해 준다. 한국에서는 항상 식당 안에 들어가면 우왕좌왕하며 자리를 찾고, 의자를 한쪽으로 빼두어야 했던 불편함이 이곳에서는 없어서였는지 더 맛있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오사카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도쿄로 이동하기 위해 신칸센 표를 구입하려는데 안내데스크가 너무 높았다. 가격표가 잘 보이지 않아 불편함을 느낄 때쯤 직원이 가격표와 계산기를 직접 앞으로 가지고 나와 표를 구입할 수 있게 배려해 줬다. 신칸센을 타고 도쿄로 이동할 때도 마찬가지로 이동식 경사로를 이용해서 탑승을 하고, 이동식 경사로를 사용해 하차를 했다.

도쿄 디즈니랜드를 가기로 한 날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가지 말아야 하나?’ 고민도 했었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가야지’라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디즈니랜드가 있는 마이하마역에 내려 정문까지 경사가 있어 휠체어로 가기에 조금 어려움을 느꼈다. 돌아갈 때는 모노레일을 이용해서 돌아오니 훨씬 수월했다. 다행히도 디즈니랜드 안에서는 대부분의 길이 평지였다. 비가 와서인지 사람이 많지 않아 혼자 다니는데도 큰 무리는 없었다.

놀이기구를 타기 전에는 휠체어 장애인의 탑승을 위해 속도를 줄이거나, 잠시 정차한다는 등의 안내방송이 있었다. 퍼레이드를 구경할 때도 직원이 먼저 다가와 휠체어 공간으로 안내해 줬다. 직원들의 안내 역시도 너무 과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았다. 꽤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곳에는 10명이 넘는 휠체어 장애인들과 보호자들이 퍼레이드를 구경하고 있었고, 그만큼 놀이기구를 타지는 못해도 즐길 거리가 많아 장애인들도 즐겁게 찾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혼자 돌아다니더라도 분장을 한 직원들이 웃으며 다가와 먼저 인사를 해서 기분 좋게 웃으며 함께 사진도 찍을 수 있었다.

숙소 근처 캐리커처 상점을 들렀을 때 그곳의 직원들은 혼자 여행 왔는지, 어느 곳을 여행했는지 등을 물어보며 휠체어가 되게 좋아 보인다며 내게 말을 걸었다. 한국에서 “알고 있던 것과 휠체어가 다르게 생겼다”, “편해 보인다”, “나도 타고 싶다”, “얼마짜리냐” 등 뻔한 질문만 받아오다 휠체어에 대한 새로운 의견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디즈니랜드에서 노는 내내 ‘한국에서 테마파크를 혼자 갔다면 내가 이만큼 즐길 수 있었을까?’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곳곳의 화장실에서도 장애인을 위한 배려를 찾아 볼 수 있었다. 휠체어를 타는 지체장애인들은 화장실을 사용할 때 침대가 필요한 장애인들이 있다. 물론 나 역시도 그렇다. 바지를 입기 위해서는 휠체어에 앉아 입는 것이 어려워 항상 오랜 시간이 걸리곤 했는데, 디즈니랜드는 물론이고 공항, 공공기관 등의 장애인 화장실에는 침대가 설치돼 있었다.

여행을 마치고 ‘내가 만약 외국인으로 한국에 방문했다면 이렇게까지 여행을 즐길 수 있었을까?’하는 물음이 다시금 들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일본은 나에게 친절한 도시로 남아 있다. 이번 여행에서의 경험은 혼자서는 할 수 없을 것 같던 나를 ‘혼자라도 다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도록 변화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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