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
세상의 끝에 서 있는 우리의 운명을 봅니다
글. 이영문/서울시공공의료보건재단 대표이사  |  cowalk1004@daum.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1.04  11:37:4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만일 세상의 끝이 온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철학자 스피노자는 사과나무를 한 그루 심겠다고 했지요. 아마도 그는 세상의 끝에도 희망이 있음을 말했다고 생각합니다. 서양철학의 모든 근본은 기독교 문명의 이해에서 비롯되니까 신의 존재를 굳건히 믿는 명제임이 분명합니다.

‘파이(Pie)’와 ‘블랙스완(Black Swan)’, ‘천년을 흐르는 사랑(The Fountain)’ 그리고 최근의 ‘노아(Noah)’를 통해 꾸준하게 인간과 세상에 대한 얘기를 만들어 오던 ‘대론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이번에는 세상의 끝을 주제로 우리 곁에 왔습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극렬하게 나뉩니다. 최고의 영화다. 최악의 영화다. 성경을 현대적으로 잘 해석했다. 성경의 참된 뜻을 왜곡시켰다. 논란이 많은 가운데 이 영화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꾸준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분명 이 영화는 이 시대의 클래식이 될 것입니다. 성경의 내용이 인간의 모습을 통해 상징과 은유로 변환된 ‘마더(Mother, 2017)’를 생각해 봅니다.

외딴 곳에 아름다운 집 한 채가 있습니다. 그곳에는 그(Him, 하비에르 바르뎀 분)와 그녀(Mother, 제니퍼 로렌스 분)가 살고 있지요. 그는 시를 창작하고 있고, 그녀는 한번 불에 탄 집을 보수하고 있습니다. 약간의 긴장감이 있지만 평화로운 이곳에 낯선 방문객이 찾아옵니다. 근처에 살고 있는 (그러나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정형외과 의사(에드 해리스 분)와 아내(미셸 파이퍼 분)가 찾아오면서 이 집의 평화가 깨지기 시작합니다. 아무 곳에서나 담배를 피고, 위스키를 늘 가지고 다니며, 부부 성생활을 무례하게 묻는 이 사람들은 도대체 왜 이곳에 왔을까요?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시를 창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그(Him)는 그들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그녀(Mother)를 설득해서 이 집에 머무르게 합니다. 그러나 심장과도 같은 그의 크리스탈을 부수는 행동에 결국 그는 그들을 나가라고 소리칩니다. 곧이어 그들의 아들들이 재산 싸움을 벌이는 광경이 펼쳐지고, 큰 아들이 작은 아들을 죽이게 되지요. 슬픔에 젖은 부부를 위로하게 위해 그는 다시 그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장례식을 열게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무례함과 방탕함이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세면대의 수도가 부서지면서 그녀의 분노는 폭발합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그를 책망하며 전반부가 끝납니다. 그러나 대혼란 속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은 그가 새로운 시를 창작하고, 그녀는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게 되면서 후반부가 시작되지요. 하지만, 완벽한 시를 쓰게 된 그는 마더의 요청을 거부한 채, 자신을 추앙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이게 됩니다. 또 다른 혼란 속에 아기를 탄생시키는 과정이 나오지만 그 아기는 군중들에게 짓밟히게 되지요. 세상의 끝에서 다시 새로운 집이 나타나고 마더는 눈을 뜹니다. 그러나 그녀의 곁에 여전히 그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영화의 모든 장면은 성경의 내용을 상징과 은유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Him)는 세상을 창조하는 신이고, 마더(Mother)는 대자연을 의미합니다. 아담과 하와가 금기의 열매 선악과를 먹고 난 뒤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것을 연상시키고, 그들의 아들들이 서로 싸워 한 명을 죽이고 다른 한 명이 세상으로부터 쫓겨나 도망치는 과정은 살인자 카인과 아벨의 상황을 재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계율을 어긴 군중들을 벌하는 것은 노아의 방주를 상징하며, 아기의 탄생과 죽음은 예수의 삶과 부활의 여정을 그대로 나타냅니다. 유대교의 영향을 받은 유대인이지만, 감독은 환경주의 운동가로서 자신의 정체감을 드러냅니다.

유일하게 이 영화에서 집 바깥으로 나가지 않은 사람은 마더 혼자입니다. 마더가 바로 집임을 우리는 알 수가 있지요. 생태계가 인간의 욕심과 야망으로 파괴되는 전 세계적 현상에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종으로서의 인간 운명이 이제는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하게 됐다’고 파악합니다. 집을 보수하면서 느끼는 마더의 불안이 전해지는 대목입니다.

이 영화의 대본을 쓸 때, 처음 제목은 ‘여섯째 날(Day six)’이었습니다. 6일째 되던 날 하나님이 하신 일은 바로 남자와 여자의 창조였지요. 마더와 그(Him)를 통해, 현대적 의미의 남자와 여자, 남편과 아내, 그리고 자식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살인, 질투, 열망, 광기, 비이성, 불안, 구원 등의 담론으로 연결시키고자 했습니다. 이 영화는 철저하게 마더(제니퍼 로렌스 분)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러닝 타임 전체 분량 120분 중에서 66분이 마더의 클로즈업에 해당됩니다. 핸드 헬드 작업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카메라 움직임이 마더의 본능적 불안을 잡아내고 있지요. 또 다른 관점은 남자가 여자를 대하는 방식에 대한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하는 관점을 만들어내지요. 영화 속 마더가 파라다이스로 만들고자 했던 집은 환경이 점차 파괴돼 가는 이 세상을 은유하고 있습니다.

글. 이영문/서울시공공의료보건재단 대표이사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를 추천하시면 "오늘의 좋은 기사" 랭킹에 반영됩니다   추천수 : 27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많이 본 기사
1
26년 만의 탈시설, 그리고 미정 씨가 써 내려가는 시(詩)
2
의료인들의 철학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3
무심한 차별들
4
제주발달센터, 발달장애인 인식개선 슬로건·오행시 공모전 개최
5
“당사자의 법률적 권한 박탈한 성년후견 폐지하라”
6
우리를 빼고 우리에 대해 말하지 말라!
7
무장애 관광, 해외 사례의 적용 가능성 거버넌스 구조의 필요
8
고용률 부풀리기로 뻥 뚫려버린 행정의 믿음
9
자신을 드러내세요. 세상이 다가옵니다
10
하모니원정대가 추천하는 10월 여행지 BEST 2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rss home back top
함께걸음 제호: 디지털 함께걸음  |  우)07236 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서울아00388 | 등록연월일 2007년6월26일 | 발행인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성재 | 편집인 겸 편집국장 김성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이태곤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정보공유라이선스 2.0:영리금지ㆍ개작금지'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