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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진정한 통합교육은 어려운 길인가요?교육부장관께 드리는 서한
글. 김용진/특수교육학 박사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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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23  09:3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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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4일에 교육부가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교육분야 국정기조의 바탕하에서 4대 분야 13개 중점추진과제를 제시한 ‘제5차 특수교육 5개년(18~22년) 계획(이하 제5차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22년까지 특수학교 22교 이상・특수학급 1,250학급 신설 및 특수교사 확충 △통합교육 내실화 위해 장애유형별 거점지원센터와 치료지원전담팀 운영 △국가 장애인 평생교육 지원체제 구축 및 교육부 특수교육 전담조직 확대를 주요한 세 가지 과제로 언급했습니다.

이러한 과제들은 생애단계별 맞춤형 교육으로 특수교육대상자의 성공적 사회통합 실현을 비전을 지향하고 있다고 밝히며 분명하게 ‘사회통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5차 계획의 내용을 살펴보면서 기대감보다는 실망감이 더욱 크게 다가왔습니다. 이 글은 제5차 계획과 관련해 통합교육에 관한 세 가지 질문을 가지고 교육부장관님께 드리는 공개적인 서한입니다.

 

우리는 지금 통합교육으로 가고 있나요?

이 질문은 장애아동의 교육에 있어 가장 본질적인 질문입니다. 제5차 계획에서는 특수교육대상자의 성공적인 사회통합실현을 목표로서 언급하고 있지만, 실제적인 추진계획을 살펴보면 정말 통합교육으로 가고 있는지 혼란스럽습니다. 왜냐하면 5차 계획안에는 22년까지 특수학교 22교 이상을 설립하고 특수학급 1,250학급을 신설하겠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4차 추진기간의 특수학교 17개교 설립까지 포함한다면 12년부터 22년까지 무려 39개교 이상의 특수학교가 증가해 총 196교로 만들겠다고 선언합니다. 이러한 계획은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기회 확대라는 이유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사회통합 실현과는 전혀 다른 방향입니다.

우리는 지난 겨울 강서구에서 일어났던 일을 기억합니다. 그런데 장애아동의 어머니들이 지역주민들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만 했던 이유는 그 지역에 특수학교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거주지의 가까운 곳에 일반학교가 있음에도 장애아동들이 그곳에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비장애 아동은 지역 내 가장 가까운 학교를 어려움 없이 방문하지만, 장애아동들이 지역 내 가장 근거리의 일반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아동 자신과 그 부모에게 엄청난 용기와 많은 힘듦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래서 부모들은 차선책으로 너무나 먼 특수학교를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비장애 아동에게는 일상적인 선택이 장애아동에게는 일반학교에 가서 적절한 교육을 받는다는 것이 전혀 일상적인 선택이 될 수 없는 점이 문제의 본질입니다.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도 불구하고 특수교육대상자의 교육기회 확대를 특수학교 설립으로 풀어가려고 하는 5개년 계획이 과연 통합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이것은 한국과 독일의 지난 11여 년의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특수학교는 11년 동안 142교에서 170교, 특수학교의 학급은 3,073학급에서 4,550학급으로 계속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반면 독일의 경우 지난 2005년부터 2016년 사이에 특수학교는 무려 555교, 특수학교의 학급은 8,159학급이 감소했으며 그에 상응해서 장애를 가진 학생의 통합교육의 비율은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특수교육은 한편으로는 통합교육을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특수학교를 증설하는 매우 모순적인 상황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수학교는 그동안 우리나라 특수교육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반면에 분리교육 시스템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UN장애인권리협약(CRPD, 2008)에서 강조했듯이 장애아동들도 일반교육시스템에 포함돼야 하며, 특히 일반학급에서 비장애 아동들과 함께 어울리며 공부하고 함께 식사를 하며 같이 학교생활에 참여하는 것이 통합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철학입니다. 그런데 왜 그러한 기본가치가 장애아동의 교육권에 있어서는 여전히 보장되지 못하는 것일까요?

 

특수학급을 통합교육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두 번째 질문은 ‘특수학급’에 관한 것입니다. 이 단순한 질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렇다’라고 답변할 것입니다. 하지만 특수학급은 엄밀한 의미에서 통합교육이 아닙니다. 예전에는 특수학교와 일반학교라는 완전히 차단된 분리가 이루어졌다면 현재는 일반학교 내에서 일반학급과 특수학급, 한 지붕 두 공간으로 분리돼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학교라는 건물을 통한 분리였다면 현재는 학급을 통한 공간의 분리입니다. 그 분리는 그대로 유지돼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분리에는 특수교육대상자 여부, 즉 장애가 중요한 ‘구분의 기준’이 됩니다. 이러한 공간의 분리는 사고의 분리를 가지게 하고 사고의 분리는 다름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지 못하게 합니다. 이것이 바로 ‘낙인효과’입니다. 적절한 교육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교실을 분리하고 공간을 나누고 그 안에서 교육을 제공했지만 특수학급은 분리교육의 또 다른 형태일 뿐입니다.

교육부장관님은 아십니까? 특수학급에서 많은 특수교사들이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학교에서 특수학급은 ‘고립된 섬’ 취급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비장애 학생들과 일반교사들에게는 특수학급이 ‘문제 학급’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장애를 가진 학생들은 ‘문제 아이’라는 낙인을 찍고 특수학급에 오는 것을 꺼려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통합교육이라는 명목 하에 구분하고 나눠진 시스템은 결코 통합을 이루지 못합니다. 통합이란 공간과 시간을 구분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통합의 현장은 바로 일반학급이 돼야 합니다. 그런데 제5차 계획에서는 특수학급을 특수학교와 마찬가지로 1,250개 학급을 대폭 증설하겠다고 합니다. 이것은 현재 일반학급에서의 통합교육 대신에 특수학급 중심의 통합교육에 대한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입니다. 혹자는 특수학교, 특수학급, 일반학급 등 이러한 형태들이 교육의 다양성과 선택권을 제공해 준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교육의 다양성은 일반학교 시스템, 더 나아가 일반학급 내에서 제공돼야 합니다. 즉 일반학급 내에서 모든 아이들이 가진 능력과 강점을 고려하면서 개인의 욕구에 맞게 다양한 교육목표를 설정하고 다양한 교수적 방법과 교수활동을 통해 개개인의 자아실현과 행복을 지원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통합교육의 모습일 것입니다.

제5차 계획에는 지원 내실화를 위해 통합교육 지원 순회교사 배치확대, 장애유형별 거점지원센터 확대, 문제행동을 위한 치료지원전담팀 운영, 특수교육-치료지원 연계망 구축 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추진계획들은 교육적 지원보다는 의료적·치료적 지원이 중요하게 포함돼 있습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장애아동이 속한 통합학급에 대한 지원입니다. 예를 들어 통합학급 운영을 위한 인적·행정적·재정적 지원, 일반교사와 특수교사의 공동 수업진행과 같은 협력모델 구축, 장애아동과 비장애 아동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풍부한 교재교구의 구비와 같은 교육환경의 구축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특히 통합학급에서의 장애아동의 학습을 위한 지원이 다각도로 필요하지만 현재 5개년 계획에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통합교육 지원 내실화는 ‘일반학급(통합학급)’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장애유형’이 통합교육에서 왜 아직도 중요합니까?

세 번째 질문은 장애유형에 관한 것입니다. 이번 제5차 계획안에는 장애특성에 맞는 통합교육 지원 강화를 위해 ‘장애유형별 거점지원센터’를 확대 및 운영과 장애인 평생교육 지원기반 구축을 위한 ‘장애유형별 평생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장애유형에 따른 세부추진과제가 중요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특수교육은 여전히 장애유형을 기반으로 설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장애유형이 교육적 의미로서 통합교육에 있어 정말 중요한지에 대해 의문을 가집니다. 장애유형은 의학적 관점 하에서 구조적·해부학적인 손상에 바탕을 두고 있는 개념입니다. 그래서 손상부위와 신체적·정신적 기능의 정상적(?) 수행 여부에 따라 장애유형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학적 관점에서는 손상과 무능력, 더 나아가 장애를 동일시합니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의 ICF(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 Disability and Health, 2001)모델과 UN장애인권리협약에서 의학적 관점을 비판하고 사회적·환경적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의학적 관점에 대해 설명하는 이유는 교육은 의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즉 통합교육에서는 손상으로부터 출발하는 장애와 장애유형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원’입니다. 아동은 누구나 정서적 영역, 행동적 영역, 사회적 영역 등에서 ‘교육적 요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적 요구에 따라서 아동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지역사회에서 자아실현을 하고 자기결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모든 가능성을 ‘지원’해 주는 것이 교육의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여기에는 장애여부가 중요하지 않으며 또한 장애유형이 (교육적) 지원내용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독일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이미 특수학교는 ‘촉진학교(Förderschule)’ 또는 ‘특수교육적 촉진학교(Schule mit sonderpädagogischem Förderschwerpunkt)’, 장애학생은 ‘특수교육적 지원 요구를 가진 학생’으로 새롭게 정의해 통합교육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통합교육은 장애에 대한 정의 재정립부터 출발해야 하며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와 ‘지원’에 중점을 두고 실천돼야 할 것입니다. 통합교육은 모두를 위한 교육입니다. 진정한 통합교육이란 일반학급에서 장애아동이 비장애 아동과 모든 시간을 함께 보내며 교육적 지원을 제공받는 것입니다. 이때 통합의 전제조건은 장애아동이 일반학급에 포함될 수 있는 수준-예를 들어 장애정도가 경증이거나 도전행동(문제행동)이 없거나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학업적 능력 등-이 아닙니다. 오히려 장애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아이들을 포용하고 수용할 수 있는 일반교육시스템의 질적이고 내적인 변화가 결정적인 요소입니다. 교육의 효과성과 수월성이 극대화돼 경쟁을 통해 학업성적으로만 평가받는 정글의 법칙이 통용되는 환경이 아니라, 협력과 개인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환경으로의 변화가 요구됩니다. 현재 일반학급에서의 중증장애, 도전행동을 가진 아동의 통합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의 일반교육시스템이 경직되고 다양화되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통합교육이란 장애아동만을 위한 교육이 아니며 ‘모두를 위한 교육’입니다. 왜냐하면 통합교육 안에서는 장애·비장애 구분 없이 각 아이들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들이 가진 능력과 요구들을 모두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교육적 관점의 장애 재정의, 특수학교나 특수학급 아닌 일반학급 중심의 통합교육, 일반학급 환경의 질적 변화를 중심에 두는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선행돼야 합니다.

교육이 통합되지 않으면 사회가 통합되지 못합니다. 장애아동을 위한 ‘적절한’ 교육은 일반교육시스템에서 완전하게 보장돼야 하며 누구나 차별 없이 일반교육환경에 접근해야 합니다. 부디 제5차 계획의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의미가 정말로 장애를 가진 학생들에게도 실현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그리고 세 가지 질문을 통한 저의 우려가 단지 기우였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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