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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걸음> 창간, 장애인권을 위한, 세상을 향한 도전이었다
이태곤 편집장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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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5  11:5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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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3월, ‘참 좋은 세상을 꿈꾸는 장애우들의 월간지’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함께걸음>이 창간됐다. 그 해 12월부터 나는 <함께걸음> 기자라는 직함을 가지고 일을 시작했다.

돌아보면 그 시절은 장애를 가진 사람과 관련해서는 정말 아무것도 없던 시절이었다. 사방을 둘러보면 허허벌판의 텅 빈 공간과 깎아지른 절벽만이 장애인들 앞에 놓여 있었다. 복지는 언감생심이었고 먹고 사는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 사람들의 따뜻한 시선도 기대할 수 없었다. 한마디로 사회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불구 폐질자로 불리며 멸시만 당하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에 <함께걸음>은 냉정한 세상과 손가락질을 하는 비장애인들을 향해, 겁도 없이 장애인 인권과 복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때로는 격한 목소리로 장애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현실 그대로 풀어놓으면서 정면으로 도전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30년 동안, 이 땅의 유일한 장애인 월간지로서 <함께걸음>은 세상의 벽을 향해 무슨 이야기를 해왔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1988년 3월호 <함께걸음> 창간호를 보면 거리에서 구두를 닦으며 연명하는 장애인 이동준 씨 삶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는 우연이 아니었다. 그 후 <함께걸음>이 장애인 이야기를 쓸 때 원칙과 기준이 된 중요한 삶의 이야기였다.

<함께걸음>은 지금까지도 매월 단 한 번도 빼지 않고 ‘사람 사는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 이야기를 쓰고 있다. 단 <함께걸음>의 장애인들 이야기에는 ‘장애를 극복하고’, ‘장애를 이기고’ 따위의 얼토당토않은 수식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세상이 흔히 말하는, 장애를 극복하고 성공했다는 장애인들 얘기는 없다.

대신 <함께걸음>은 철저하게 장애 민중들을 만났다. 고단한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지면에 담았다. 우리 사회 장애인들의 꾸미지 않는 맨 얼굴을 마주하려고 애쓰면서, 힘들게 사는 장애인들 삶을 온전히 드러내고자 일부러 빈민장애인들을 찾아다닌 적도 많았다.

장애인들 삶을 왜곡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 것,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장애인들의 실제 삶의 이야기를 통해 왜 인권과 복지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월간지의 활자’라는 낮은 목소리로 실제의 현실을 얘기하는 게 <함께걸음>의 ‘사람 사는 이야기’였다.

또한 <함께걸음>은 장애인들을 억누르는 폭력과 비리에 맞서 싸웠다. 먼저 사회가 왜 계속해서 장애인들을 수용시설에 보내서 가두려고 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했다. 아무도 관심이 없을 당시 우리나라에서 처음 탈시설을 부르짖은 언론이 <함께걸음>이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수용시설과 장애인 단체의 비리에 대해 치열한 집념을 가지고 집요하게 캐냈다. 왜 그랬을까? <함께걸음>은 장애와 장애인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기는 건 인격 자체를 짓밟으며 장애인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고 봤다. 때문에 비리를 저지르는 시설과 단체를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시설과 단체에서 비리 상황이 벌어지면 그 곳이 산꼭대기에 있든 바다 너머에 있든 제일 먼저 달려간 언론이 <함께걸음>이었다.

돌아보면 무엇보다 <함께걸음>의 중요한 역할은 허허벌판 불모지에서 장애인들의 주체적인 삶을 위해 장애인 운동을 이야기하고, 인간다운 삶을 위해 장애인 인권을 강조하고, 생존권 확보를 위해 외국의 앞선 장애인 복지제도를 소개하면서 지금의 장애인 복지 기틀을 마련하는 일에 기여하는 것이었다.

치기어려 보이지만, 초기에 <함께걸음>은 장애인 운동의 필요성을 얘기하면서 ‘장애 해방, 어떻게 가능한가’에 집중했다. 장애인이 인권을 침해당하는 현장에 늘 <함께걸음>이 있었다. 인권침해 현장에서 <함께걸음>은 기자의 역할을 망각하고, 학대당하는 장애인들을 구해내는 일에 직접 나서며 앞장서기도 했다. 가해자 측으로부터 멱살 잡히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아닌 건 아닌 게 분명한’ 상황 앞에서 <함께걸음>은 수첩과 카메라만 들고 방관하지 않았다. 나는 그게 지금의 <함께걸음>을 만든 굳건한 주춧돌이 됐다고 확신한다.

왜 장애인 복지법 개정이 필요한지, 장애인 의무고용제도 도입은 왜 절실한지, 편의증진법은 왜 필요한지, 또 차별금지법은 왜 제정돼야 하는지를 역설하면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법과 제도 마련을 위해 앞장서서 싸워온 언론이 <함께걸음>이었다. 그렇게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와, 비리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와, 장애인 운동과 인권 이야기와 복지 이야기, 법과 제도 이야기 등이 오랜 세월 차곡차곡 쌓이면서, 어느덧 <함께걸음>은 이 땅 장애인들의 역사가 됐다.

<함께걸음>은 2018년 3월호 기준으로 349호를 발간하고 있다. 지난 2007년에는 인터넷 신문을 창간해서 창간 11주년의 역사를 맞이하기도 했다. 누군가 30년은 한 세대라고 했다. <함께걸음>은 한 세대를 온전히 세상의 벽과 맞서 싸우면서 충실하게 장애인들의 역사를 기록했고,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월간지가 지금까지도 굳건하게 살아남았다는 사실이다.

<함께걸음>은 한때 제작비가 없어 폐간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고, 표지사진이 없어 표지를 백지로 내보내는 어려운 시절도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장애인들 구매력이 없다며 광고를 주지 않는 기업들의 부정을 견디면서 용케, 정말 ‘기적처럼’ 살아남았다. 다른 건 몰라도, 이제 <함께걸음>은 사람들이 옆에 있을 때는 소중한 걸 모르다가 만약 없어지면 정말 소중한 존재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절실히 깨닫게 되는, 최소한 그런 언론의 반열에 올랐다는 나름의 자부심은 갖게 됐다.

마지막으로 하나, <함께걸음>을 만들면서 늘 잊지 않는 사건이 있어 얘기하고 싶다. 그건 아주 오래 전인 1984년에 벌어진 일이다. 故 김순석 씨는 “(서울)시장님, 왜 우리는 거리마다 있는 턱에 가로 막혀 돌아서야 합니까?”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그의 피맺힌 절규는 故 정태수 씨, 故 최옥란 씨 등의 죽음에 이어 최근의 故 김주영 씨, 故 송국현 씨, 故 지우 지훈 남매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억울한 삶의 참극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여전히 거리의 턱을 마주하고 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장벽이 완벽하게 없어지는 날까지 <함께걸음>은 존재할 것이다. 장애인들이 존재하는 실제 현장의 현실 속에 끝까지 함께 있으면서 말이다. 그게 ‘한 세대’인 30년을 생존한 <함께걸음>만의 힘이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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