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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평화로운 위기거주홈위기거주홈 이야기
글. 장명훈/학대피해장애인지원센터 위기거주홈 간사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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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6  12: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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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거주홈은 학대피해장애인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학대피해장애인의 쉼터입니다. 함께걸음은 348호부터 위기거주홈의 생생한 일상이 담긴 ‘위기거주홈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사람들끼리 싸움 좀 안하고 살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살기 좋을까. 안타깝게도 여기저기서 사람이 모여 사는 위기거주홈 특성상 여러 갈등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학대피해장애인이라고해서 움츠리고 소극적이거나 극단적이지 않다. 각자의 삶을 쉼터 안에서 찾아간다.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좋은 날도, 나쁜 날도 있다. 이번에는 쉼터에서의 특별할 것 없는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전한다.

 

반찬으로 인한 갈등

근무 시작한 지 2주일이 채 안 된 저녁시간에 있었던 일이다. 냉장고에 어묵이 있길래 저녁 식탁에 어묵볶음을 냈던 적이 있었다. 문제는 당사자 중 한 분이 맛있는 반찬이 있으면 누군가를 위해 잘 남겨놓지 않으셨다. 한 당사자가 조금 늦게 왔다가 어묵이 하나도 없는걸 보고 화를 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는 그 화를 이기지 못해 어둑어둑 해진 시간에 나가버렸다. 길을 잃거나 하는 분은 아니니 다 같이 기다려 보기로 했더니 저녁 8시쯤에 들어오셨던 것 같다.

“저녁식사는요?” 인사하듯 건넨 질문에 그 분은 여전히 어묵을 다 먹어버린 당사자한테 화가 안 풀린 듯 씩씩대며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혼자 나가서 돈까스 먹었어!” 그리고는 본인 방으로 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렸다. 정말 사소한 갈등이고 금방 끝난데다 본인도 맛있는 저녁을 드셨으니 뭐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생활환경의 차이

어느 월요일 새벽 5시 경 누군가가 자고 있는 나를 발로 툭툭 차서 깨웠다. “간사님 키 좀 주소.” 농촌에서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당사자였다.

당시 아파트 공용현관을 여는 카드키는 야간에는 당직자가 보관했다가 주간에 당사자분들이 공용으로 쓰도록 돼 있었다. 예전에 한 당사자가 키를 들고 새벽에 나갔다가 길을 잃었던 일이 있어 밤 늦은 시간에 당사자가 흡연하러 나가고 싶으실 때는 당직자와 함께 나갔다가 들어오곤 했다.

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익숙하게 담배와 라이터를 챙겨 위기거주홈을 나섰다. 사실 이 분이 온 뒤로 위기거주홈의 분위기가 급격히 나빠지는 게 몸으로 느껴졌었다. 특히 직장생활 하는 분들은 잠 좀 자자고 화를 냈다. 그럴 때 마다 이 분은 화가 나서 밖으로 나가 버리거나 식사를 거부하곤 했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농촌에서 그렇게 살아오셨던 분이었는데 누가 이분을 쉽게 비난할 수 있을까?

3주 정도 지나 당사자들 사이에 비난이 점점 거세지자 눈치가 보이셨던지 이분은 새벽에 즐기던 흡연을 관두셨다. 다만 ‘흡연’만 안 하고 주무시던 방에서 일어나 집안 여기저기를 안절부절 돌아다니셨지만…….

결국 당사자 한분은 예정보다 앞당겨 고시원을 구해 5월 초에 위기거주홈에서 퇴소하셨고, 나머지 당사자들은 밖에서 담배를 피고 오는 게 훨씬 조용하겠다며 되려 새벽 흡연을 권했다. 그렇게 이 사건은 승자도 패자도 없이 마무리 됐다.

 

이해 부재에서 오는 갈등

위기거주홈에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기 힘든 중증장애인이 입소하신 적이 있었다. 화장실을 이용하기 힘들어 화장실이 가까운 안방에서 이동식 변기를 이용해 문을 닫고 대변을 해결하시곤 했다. 정작 방 이용하셨던 당사자 분이 어느날 불만을 터뜨렸다. “왜 냄새나게 내 방에서 대변을 보냐!” “제가 몸이 이렇게 태어난 걸 어떡하라구요! 제가 좋아서 이렇게 태어났나요!”

대변 냄새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나도 싫은데 당사자야 오죽하겠는가. 더군다나 이 분은 ‘나의 방’이 생겼다며 위기거주홈에서 제일 좋은 생활용품들을 본인 방으로 몰래 몰래 갖다 놓으시던 중이었다. 대부분의 갈등들은 한 당사자가 위기거주홈을 떠나게 되면서 마무리 된다. 이 갈등 역시 오래 가지 않아 본인 방을 갖고 싶어 하셨던 당사자가 본인이 사시던 지역에 취업하고 방을 얻어 내려가시면서 끝났고, 대변 냄새 문제는 숙련된 활동보조인을 구하면서 본인 방에서도 대변을 볼 수 있게 되며 마무리 됐다.

 

내가 본 최고로 황당한 갈등

위에 언급한 A와 B당사자 말고도 사이가 평소에도 안 좋은 두 분이 있었다. 어느 날 이들이 TV를 보다가 미국인들이 나온 모양이다. 한 분이 미국 사람들은 손으로 ‘밥’을 먹는다고 말하자 다른 한분은 포크와 나이프로 ‘밥’을 먹는다고 주장하며 큰 언쟁으로 번졌다.

두 분의 주장이 계속 평행선을 긋자 엉뚱하게도 사무실에 있는 나에게 두 분이 달려왔다. 사실 여기서 누구 한분 의견에 무게를 실어 드리면 왠지 큰 일이 날 것 같아서 이렇게 대답했다. “피자나 치킨 같은 건 손으로 먹고, 스테이크 같은 건 포크와 나이프로 먹어요.”

나름 현명한 대답이라고 생각했는데 두 분 다 내가 한 대답이 시원찮았나 보다. 비난이 내게 쏟아졌다. “에이 그것도 대답이라고!” “대학교 나왔다는 사람이 그것도 몰라?”

그나저나 미국사람들은 ‘밥’ 안 먹고 ‘빵’ 먹지 않나요?

 

마치며

모든 갈등이 다 이렇게 훈훈하게 끝나는 건 아니다. 사실 고성, 몸싸움 직전까지 가는 경우도 있고 ‘저놈 맘에 안 드니까 좀 쫓아내 달라’는 요구를 계속 하시는 분도 있다. 한 집안에서 자란 형제도 같이 생활하는데 애를 먹는데 피 한 방울 안 섞인 당사자들 나름대로 위기거주홈 생활에 고충이 많다. 그걸 바라보는 나도 어려운 부탁인 건 알지만, 우리 평화롭게 살아 갈 수는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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