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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과 2018년 패럴림픽, 무엇이 달라졌나창간 30주년 기획 ③ 패럴림픽
글과 사진. 정혜란 기자 ◉ 사진. 함께걸음 자료  |  sousms1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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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29  19: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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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걸음 창간 30주년인 2018년을 맞아 편집부에서는 함께걸음이 다뤘던 주요한 장애계 이슈들을 돌아보고자 한다. 각각의 주제가 이슈화 됐을 당시 함께걸음 기사를 통해 과거의 현장을 들여다보고, 지금의 모습과 앞으로의 미래상을 그려볼 예정이다. 세 번째 주제는 1988년 장애인올림픽 이후 국내에서 두 번째로 개최된 ‘패럴림픽’이다.

 

변함없는 단골 수식어는 ‘찬밥신세’

   
   
 

하지만 이렇게 선수들이 투혼을 보이는 것에 비해 관중들의 정신은 못 미쳤다. 그저 ‘대단하구나’, ‘저럴 수가 있을까?’, ‘저런 몸으로 무슨’... 희귀한 동물을 보고 감탄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고, 또 관중이라고 해봤자 노인들과 어린 학생들뿐이었다. 가끔가다 자매결연을 맺은 선교회 등의 응원이 보였고, 그 외에는 텅 빈 좌석뿐이었다. ‘장애인올림픽 관중이 없다’ 매스컴을 타고 흘러나오자 부랴부랴 학생들을 동원, 견학이니 현장실습이니 하며 경기장 좌석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억지춘향은 그들에게 경기장을 둘러보며 구경하는 것에 불과했다.

- 1988년 11·12월호 함께걸음 ‘먹다 남은 찬밥이 되지 않았어도 되었을 패럴림픽!’ 중

 

지난달 18일 국내에서 30년 만에 개최된 패럴림픽이 막을 내렸다. 언론에서는 ‘동계올림픽 못지않은 감동과 열기를 보여줬다’, ‘패럴림픽의 개회식과 폐막식이 동계올림픽보다 더 볼거리가 많았다’ 등의 긍정적 평가를 쏟아냈지만, 한편에서는 이와 상반되는 내용의 기사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찬밥신세’라는 수식어를 달고 보도된 기사들에는 30년 전 함께걸음의 기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패럴림픽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평창동계패럴림픽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으로 평창동계패럴림픽 입장권은 목표량 대비 152%에 달하는 약 33만 장이 판매됐다. 하지만 판매량의 80% 이상이 기업이나 단체 배부용이었기 때문에, 표를 가지고도 참석하지 않는 ‘노쇼(No-Show)’ 문제가 발생하면서 패럴림픽의 홍보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 패럴림픽 관람객은 “어렵게 입장권을 구해 왔는데 막상 경기장에 와보니 빈 좌석이 많았다”면서 허탈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문제가 됐던 건 지상파 패럴림픽 방송 편성 시간이었다. 개최국이 아닌 미국, 일본 등 국외에서조차 최소 60시간 이상을 패럴림픽 관련 내용으로 편성한 것과 달리, 국내 지상파 편성 시간은 최대 32시간 미만에 불과했던 것이다. 동계올림픽 중계와 확연히 비교되는 모습에 ‘패럴림픽 중계 편성시간을 확대하라’는 청원이 이어졌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 편성시간을 늘려줄 것을 요청한 뒤에야 일부 지상파 방송국에서는 폐회식을 3일 앞둔 15일 뒤늦게 편성 시간을 확대했다.

 

화려한 패럴림픽 뒤 가려진 장애인의 ‘진짜’ 삶

   
   
 

현재 장애인을 위한 제도적 실태는 어떠한가. 허점투성이인 ‘심신장애자 복지법’ 하나 제정해 놓고 있을 뿐 전담 부서도 없고, 구체적인 장애인의 숫자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 편의시설 또한 태부족하며 세제혜택, 주거문제 등에 대한 법적인 보장조차 안 되어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정부는 오는 10월 15일부터 장애인올림픽을 개최한다. 이번 올림픽은 총 231억의 예산을 들여서 60개국 4천여 명의 선수가 참가하는 사상 최대의 대회가 될 것이라 한다.

- 1988년 11·12월호 함께걸음 ‘장애인 복지대책 없는 장애인올림픽은 기만이다’ 중

 

서울장애인올림픽 개최 일주일 전이던 1988년 10월 9일, 기만적 장애인올림픽의 현실을 폭로하고 장애인 인권을 쟁취하기 위한 결의대회가 고려대 후문에서 열린 바 있다. 기록에 따르면 당시 장애인올림픽에 배정된 예산은 직접적으로만 최소 200억 원으로, 같은 해 50억 원 수준이었던 장애인 복지 예산에 4배 이상이었다. 밥을 먹고 이동해 교육을 받거나 노동을 하는 등의 기본적인 일상조차 사치였던 장애인들에게 화려한 장애인올림픽은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이었던 것이다. 결의대회는 “거리에 턱을 없애 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故 김순석 씨를 추모하는 마당극과 함께 열려, 열악한 장애인의 현실을 폭로하는 계기가 됐다.

30년 전 모습과 지금은 과연 어떻게 다를까. 평창패럴림픽이 개막식 당일이던 지난 3월 9일, 개회식장 인근에서는 ‘평창, 평화 그리고 평등을 위한 비전 선포식’이 열렸다. 주최 측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국제에서 세계적인 장애인 스포츠 축제가 개최되는 만큼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정작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이 겪고 있는 불평등과 차별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이야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사회 장애인이 처해 있는 현실을 알리겠다”며 선포식의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로 평창 패럴림픽 준비 기간 동안 가장 많이 언급됐던 ‘이동권’ 문제만 해도 30년 전과 비교해 크게 개선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패럴림픽 개최 측은 올림픽 개최에 앞서 서울-강릉 KTX를 새롭게 운행하는 등 장애인의 이동권과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패럴림픽 개최지에서는 교통약자 이동차량이 한정된 노선에서 임시로 운행되는 등 한시적인 지원에 그쳐 많은 장애인 관람객들이 개최지에서 조금만 벗어나거나, 패럴림픽이 종료된 이후에는 이동과 접근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패럴림픽, 그 이후가 더 중요

   
   
 

그러나 “소외된 올림픽” 운운 “도와줘야 한다” 운운하면서 앵무새처럼 장애인올림픽조직위원회의 입장을 뇌까리고, 이번 올림픽에 참가를 안 하는 사람들은 ‘인정도 없는 사람’, ‘국가대사를 망치려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언론의 한 페이지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장애인올림픽은 조직위의 말대로 평등의 올림픽이 아니고 250억 원을 비용으로 쓰는 ‘장애인올림픽조직위원회 및 언론잔치’에 불과한 것이다.

……

그렇기 때문에 이번 올림픽이 끝나고 난 뒤 우리 400만 장애인들의 복지가 이 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고, 250억 원의 돈이 어떠한 효과로 장애인들의 복지발전에 이바지하게 될 것인지 의문해본다.

- 1988년 10월호 함께걸음 ‘장애인올림픽? 동정의 올림픽?’ 중

 

1988년 당시 장애인올림픽 개최와 함께 주목할 점은 올림픽 전후로 젊은 층 주도하에 이어졌던 농성과 집회다. 이들은 1987년 대선 당시 장애계 요구사항이던 △장애인복지법 개정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재활원에서 농성을 열고, 올림픽 조직위원회를 점거했다. 장애인올림픽이 끝난 이후에도 국회 집회 등이 계속됐고, 결국 이들의 요구는 조금씩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당시 이 역사적 과정에 함께했던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의 신용호 과장은 “주체적 싸움이 없었다면 장애인올림픽 개최만으로 이같은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한편 평창패럴림픽 진행 과정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전장연은 이번 패럴림픽을 계기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직접 만나 앞으로의 장애인 정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장연은 “이와 관련해 앞으로 꾸려질 민관 TF팀에서 어떤 논의들이 오갈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패럴림픽을 향한 관심이 반짝하고 그치지 않도록 특히 각 정부부처에서 의지를 가지고 책임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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