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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이용 길찾기 검색하며, 엄마와 아들의 봄나들이오사카에서 온 편지
글. 변미양/지체장애인. 오사카 거주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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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02  18:3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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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몇 시에 출발하면 될까?” “잠깐만….”

17살 둘째 아들은 스마트폰을 만지막 만지작. 다음날 대리출석을 부탁 받아 외출해야 하는데 좀처럼 말상대를 안 해주네요. 남편이 재일동포 교육 문제로 관계를 갖고 있는 의원의 후원파티가 있는데, 출장을 가는 바람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며 인사상 대신 출석을 찍어 달라고 하는 거예요. 참정권 일체가 없는 우리들이 정치인 후원파티에 왜 가냐고 했더니 정치적 권리가 없기에 입지를 확보해 나가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에게 더욱 더 존재를 부각시키고 교류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 남편의 견해. 나름 납득이 가죠. 그래서 대신 가기로 했지만 이동에 장애가 있는 저의 이동수단이 문제니까 어떻게 갈까 했더니 뜻밖에도 둘째 아이에게 같이 가도록 부탁을 해놓았다는 거예요. 웬일! 어떤 미끼를 던져 주었기에 귀한 시간을 내셨나 싶었지만 오랜만의 아들과의 봄나들이, 마침 벚꽃도 피기 시작했다는데 꽃구경도 곁들일 겸 했어요. 장소는 신오사카역 앞에 있는 호텔이라는데 지하철을 갈아타야 해요. 날짜가 다음날로 임박할 때까지 아들과 마주대할 시간이 없던 참에 겨우 말을 걸지만 대꾸가 없네요. 다시 채근을 했더니, “기다려요, 엄마는 성격이 급해. 지금 검색 중…. 11시 반까지 도착하면 돼요? 그럼 10시 18분에 출발하면 돼.” “휠체어로 가는 거니까 많이 여유를 가지고 움직여야 해.” “엄마, 지금 휠체어 이동으로 검색한 거니까 괜찮아.” “뭐? 구글 검색에 휠체어 이동 경로 옵션이 있어?” “그렇다니까!”

의외의 전개에 아들에게 다시 물었더니 검색 중인 사이트를 보여주면서 설명해 주는데, 목적지를 입력하고 옵션 중에서 휠체어 이용을 선택하면 된다는 거예요. “이게 일주일 전부터 새로 적용되는 거야!” 와아,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만지며 살고 있는 철부지가 정보력은 뛰어나구나. 놀라움과 약간의 대견함에 만면에 웃음이 번지는 순간이었어요. 하긴 얼마 전 인터넷 검색어란에 휠체어 이동이라는 것이 주목을 받았다고 해서 궁금하기는 했는데 그게 바로 이거였군요. 휠체어를 타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 정보가 파급되고 있었던 거네요.

지하철을 타면 휠체어 공간을 이용하는 일이 많고 대부분 휠체어 공간 앞에는 노약자 우선석이 배치돼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의 모습을 자주 접하지요. 그날도 아이들과 함께 탑승하는 많은 분들을 볼 수 있었고, 바로 앞 좌석에 두 어린 아이를 안고 있는 부부가 있었는데, 아빠에게 안겨 있던 아직 돌도 안 된 듯한 아기가 옆자리의 엄마의 귀걸이를 자꾸 만지니까 열쇠같이 생긴 귀걸이가 쏙 빠지더라고요. 엄마는 아이에게 윙크를 하면서 그 귀걸이를 가져와 다시 귀에 끼고, 아기는 다시 그 귀걸이를 잡아당겨 가져가고, 엄마는 방긋 웃으면서 다시 그 귀걸이를 가져와 귀에 끼고…. 그 되풀이 되는 장면을 한 역을 지나가는 동안 마냥 지켜보고 있었어요. 참으로 조용하고 부드럽게 아이와 소통하고 있는 그 엄마의 다정한 모습을 보면서 제 뒤에서 휠체어를 밀어주는 둘째 아이의 어렸을 때 모습이 스쳐 지나가더군요. 아이를 품고, 낳고, 키우고, 커가고. 애든 어른이든 사람 사이란 핏줄이라고 해도 처음부터 바로 통하길 기대한다는 게 부질 없죠. 장애가 있든 없든 부모 뜻 그대로 통하는 아이들은 없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신비로운 거고요.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냐면요. 아주 속상한 뉴스를 들었기 때문이에요.

한센병 환자들이 격리 수용되고 불임수술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었었지만 정확한 실체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어요. 그런데 강제적으로 불임수술을 받았던 ‘우생보호법’의 피해자가 지난 1월 30일 처음으로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소했다는 뉴스를 통해 그 처참한 문제를 새롭게 접하게 됐습니다. 일본에서 1948년부터 1996년까지 시행됐던 ‘우생보호법’, 지적장애나 유전성질환 등으로 진단을 받은 사람에 대해 의사가 지방자치체 심사위원회에 불임수술 심사를 신청하고 승인을 받으면 본인의 동의 없이 수술을 할 수 있었다는데, 차별이라는 비판을 받아 1996년 ‘모체보호법’으로 개정되기 전까지 전국적으로 적어도 1만 6천 명 이상이 강제수술을 받았고, 불과 9살에 수술은 받은 피해자도 있었다고 해요. 얼마 전 북해도청에서는 정부에 피해자의 실체조사를 요구했고, 피해자들의 국가배상청구가 이어지고 있대요. 하지만 강제불임수술을 받았던 사람이나 의료기관을 밝힐 수 있는 자료가 보관기간이 끝나 폐기된 자치체가 많다고 하고, 그 실태를 확인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하네요. 3월 25일에도 시설에 입소 중이던 10대 때 강제적으로 수술을 받은 일을 밝히며 70대 남성이 국가에 배상청구 소송을 걸었다는 뉴스가 나왔어요. 인터뷰에서 그 남성은 아이를 갖고 가정을 이루고 싶었는데 그 꿈이 무참하게 짓밟혔다면서 자신의 인생을 되돌려 달라고 하더군요. 피해자와 더불어 활동하고 있는 시민그룹 ‘우생수술에 대한 사죄를 요구하는 모임’에서는 “일본 정부가 과거를 직시하고 문제의 본질을 검증해 달라”고 했습니다.

과거라지만 바로 21년 전까지 이 악법이 존재하고 있었다니 참으로 소름이 끼쳐요. 장애가 있는 부모와 장애가 없는 아이, 장애가 없는 부모와 장애가 있는 아이. 아무리 함께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처음부터 선택할 여지조차 금지하고 막아버리겠다는 국가 정책의 오만함. 인간의 오판과 실수에 대한 우려와 검증조차 덮어진 채 근 반세기 지속된 그 만행을 돌아보며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의 모습을 다시 한번 되묻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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