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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아니라 이젠 ‘우리’입니다성소수자 부모모임
글과 사진. 채지민 객원기자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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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18  11:3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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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만큼 설레고 가슴 뛰는 일이 또 있을까? 하루 24시간 그리워하고 언제든 만나서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건, 이 세상에 ‘스스로’가 생존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됨이 분명하다. 그런데 대한민국 헌법 전체 어디에도 해당 내용이 단 한글자 적혀 있지 않은 게 확실한데도, 이 사회는 아주 오래 전부터 당연한 절대법칙인 양 단정을 지어왔다. 사람을 좋아하는 건 무조건 ‘이성(異性)에 한해 허용한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성(性) 정체성에 물음표를 품은 이들이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말이다.

“엄마, 사실은요.”, “아빠, 말씀드릴게 있어요.”라는, 그런 힘든 고백을 듣게 된 부모들이 한데 모여, 자신의 벽과 세상의 벽을 함께 허물어 가는 연대체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이제 7월이 되면, 어느 열린 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가 화려한 연례행사로 열릴 예정이다. 그 한쪽 공간에서 올해도 ‘프리 허그(Free Hug)’를 진행하리라 기대되는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소개한다.

 

‘그날’을 기점으로 완전히 바뀐 삶

2011년 미국에서 공식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전체 조사 대상의 3.5%, 즉 100명 중 3.5명이 성소수자라는 결론이었다. 3.5%라는 수치를 우리의 중고등학교 교실에 단순 대입시킨다면, 30명인 한 반에 1명은 성소수자로 존재한다는 의미가 된다. 4인 가족 기준 아파트 한 층마다 10가구가 있고 그게 13층 높이라면, 아파트 한 동에 사는 130가구, 총 520명(4×10×13) 중 18명은 성소수자의 입장이라는 답이 나온다. 굳이 아파트까지 거론하며 계산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만큼 우리의 일상 주변에 ‘그들’이 실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조사 결과는 미국만의 예가 아닌,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의 일반화된 수치로 이미 인정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 땅에서는 ‘나는 아니니까’, ‘내 주변에는 없고 안 보이니까’, ‘나하곤 상관이 없으니까’하며, ‘그들’의 실존을 저 머나먼 별나라의 문제처럼 간주해 왔다. 출퇴근길 지하철 한 량에 100명이 타고 있다면, 오늘 ‘내’가 어깨를 맞닿고 지낸 게 바로 ‘그들’일 수도 있다는 걸 애써 부인하면서 말이다. 그것과 똑같은 심정으로 살아왔던 이 땅의 평범한 엄마들과 아빠들이 어느 날 난데없는 자녀의 고백을 듣게 된다. 그 모든 엄마들과 아빠들은 ‘그날’을 기준으로, 그 고백을 ‘듣기 전’과 ‘들은 후’의 180도 전혀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 ‘성소수자’라는, 완전히 낯선 단어의 부모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이다.

“딱 그 순간, 커밍아웃을 받은 순간에 어떻게 대응해야 될지를 전혀 모르셨대요. 커밍아웃하는 걸 방송이든, 책에서든, 어디에서도 아예 본적이 없었잖아요. 만약에 ‘아버지, 저 여자 친구 생겼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에 대해선 사례가 많이 나와 있잖아요. ‘OO 씨, 암에 걸렸습니다.’ 이런 의사의 진단 뒤에는 ‘그러면 제 생이 얼마나 남았나요?’ 이렇게 말하는 장면은 너무 많이 봐왔는데, ‘아빠, 저 게이에요.’, ‘엄마, 나 사실은 레즈비언이야.’ 이런 커밍아웃을 받는 순간은 누구 하나 대비한 적도, 상상한 적도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놀라야 하는지, 그냥 안아줘야 하는지, 화를 내야 하는지,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런 반응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신다는 거예요.”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실무팀장을 맡은 일월(활동명) 씨의 설명이 그대로 가슴에 와 닿는다. 아주 좋지 않은 비유이긴 하지만, 갑자기 맞이한 지인의 죽음이라 해도 ‘죽음’과 마주하는 장면들은 수많은 영화와 방송매체, 숱한 부음(訃音)과 장례식장에서의 이별 등을 통해 어느 정도의 경험이 쌓여 있다. 미국의 드라마만 예를 든다 해도, 성소수자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가족한테 커밍아웃하는 장면도 드물지 않게 묘사된다. 하지만 우리에겐 경험 자체가 없다. 무조건 터부시하고 죄악으로 몰고 가며, 모든 걸 끌어안아야 할 종교마저도 일부에선 일방적인 척결의 대상으로 내몰아가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연예인 홍O천과 하O수를 언급하는 걸로 끝나고 트랜스젠더와 게이의 차이가 뭔지, 동성애와 이성애와 양성애의 개념 자체가 혼재되면서 뒤엉켜 있는 거예요. 모르는데 알고자 하는 노력도 해보려 하지 않죠. 더욱이 50대와 60대이신 부모님들한테는 3.5%의 부모님들이 마주하게 될 현재이자 미래인데, 우리 사회가 너무 외면만 하고 있는 현실이라는 거죠.”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내년 즈음에 공식 단체로 발족할 예정인데, 지금은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에 소속돼 있다.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는 약칭으로 ‘행성인’을 사용한다. 의도했든 우연이든 간에, 성소수자는 여전히 ‘지구인’이 아닌 ‘행성인’으로 취급된다. 같은 대한민국 국민인데도, 같이 학교를 다녔는데도, 같은 동네에서 늘 마주치는데도, 여전히 외딴섬에 존재하는 대상으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성소수자인 이유를 묻는 이유는 무엇인가

몇몇 부모들이 자조모임과 같은 형식을 통해 만나다가, 이름을 만들고 정식의 모임으로 행동하기 시작한 건 4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공식 단체로 발족할 내부적 준비는 이미 마무리됐고,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매달 1회씩 정기모임을 진행한단다. 매주 두 번째 토요일 오후 4시에 항상 정기모임을 하는데, 모임 장소는 홈페이지에 미리 공지한다고 한다. 주로 서울시 마포구를 중심으로 장소가 정해지는데, 매번 참석인원이 40명에서 50명 정도 된다니 작은 규모가 아님은 분명해진다.

“부모님들이 중심이지만, 부모님께 커밍아웃을 하고 싶어 하는 젊은 친구들이 다른 부모님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 개인적으로 참석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 분위기 자체를 느껴보고 싶어 하는 거죠. 모일 때마다 처음 방문하시는 어머니 아버지가 항상 두세 분 정도 계세요. 어려운 발걸음을 하신 건데, 첫 만남부터 우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자기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화를 내시는 분들도 계시죠. 자기 자녀가 퀴어(queer, 성소수자)라는 걸 최근에야 알게 되신 거고, 어찌할 방법을 몰라 갈등하다가 부모모임의 존재를 알게 된 뒤 찾아오신 거니까 충분히 이해해야 할 반응인 거죠.”

사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류의 역사만큼 ‘퀴어’의 존재는 이어져 왔고, 모든 시대와 모든 문화권에서 싸늘한 시선을 받아왔다. 심지어 질병으로 여기면서, 치료와 퇴치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하지만 동성애는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질환 목록인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에서 이미 1974년에 삭제됐다. 세계 트랜스젠더 건강 전문가협회인 WPATH도 트랜스젠더나 다른 성별정체성을 갖고 있는 것이 질병이나 장애가 아님을 공식 천명했다. 일부 종교에서 주장하는 ‘전환치료’를 통한 동성애 퇴치라는 건 아무런 효과도 없음 역시 밝혀졌다. 미국심리학회를 비롯한 대다수의 주요 학계에서 전환치료는 아무런 소용이 없으며, 오히려 정신과 신체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1990년에 동성애를 질병 부문에서 삭제한 바 있다.

“자녀가 성소수자인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찾아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오랜 활동으로 베테랑이 다 되신 부모모임의 어머니들과 아버지들이 차분하게 대하며 맞아주세요. 두어 시간 모임을 진행하고 뒤풀이로 식사를 한 뒤, 그 다음 번 모임에도 참석을 하시죠. 그런데 그렇게 몇 번 참석하시다 보면 자기감정을 조절하지 못했던 참석 초기의 모습에서 벗어나, 서로가 상처받지 않도록 위안을 전하는 입장으로 바뀌세요. 받아들이고 인정을 하셨다는 거죠. 그런 변화의 모습을 보는 게, 단체의 입장에선 가장 큰 보람인 거 같아요.”

사무팀장인 일월 씨 또한 성소수자 당사자이기에, 찾아오는 젊은 친구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가 있다고 한다. 당사자로서 부모와의 관계가 얼마나 어려운지, 커밍아웃을 하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힘겨운지, 막상 커밍아웃을 한 이후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입장이기에 정기모임에 참석한 다음 커밍아웃을 결심해서 실행에 옮겼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자신의 부모님을 직접 모시고 모임에 참석하는 당사자들을 보게 될 때마다, 일월 씨는 자신의 노력과 정성이 결실을 맺은 데 대한 큰 보람을 개인적으로 느끼게 된다고 한다.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 정확하게 어떻게 결정되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유전적, 생물학적, 정신적, 사회적 요인에 의한 복합적인 문제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미 모아지고 있다. 부모의 잘못이 아니고, 당사자의 잘못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이제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진다. 스스로에게 자문자답하기를 모두에게 권하는 것이다. ‘성소수자인 이유를 묻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말이다.

   
 

역지사지 - 시선으로부터의 자유

서울의 한 대학에서 성소수자 동아리가 1980년대에 처음 생겼던 당시를, 오랜 시민사회운동으로 살아온 활동가들은 그게 아주 커다란 사건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제1회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던 2000년 행사에 당사자는 50여 명 모였는데, 구경꾼이 1,000명을 넘었다는 일화도 전설 아닌 전설로 전해지고 있다. 그만큼 낯선 ‘전혀 다른 세상’으로 심리적인 거리를 뒀다는 건데, 최근의 경향을 보면 확연한 격세지감을 느끼게 만든다.

SNS 등으로 사회적 소통에 이미 익숙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동성애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고, 스스로를 ‘퀴어’라고 밝히는 청소년과 젊은이들의 커밍아웃도 점점 일반화되고 있다. 비근한 예로 매년 거행되는 퀴어문화축제는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젊음과 자유를 만끽하는 해방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비가 오든 누가 보든 아랑곳없이, 일체의 구속을 벗어던지는 축제 그자체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을 비롯한 10여 개 나라 대사관들이 직접 부스를 만들어 평등과 다양성을 위한 홍보에 나섰고, 마크 리퍼트 당시 주한미국대사까지 축제에 직접 참가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부스의 문을 열 정도로, 인식의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돼가는 것이다. 남(男)과 여(女), Man과 Woman, Gentleman과 Ladies로 철저하게 양분했던 화장실마저도, 이젠 ‘성별 중립적 화장실(gender neutral toilet)’로 변신하는 세상이 되고 있다.

“트랜스젠더인 분들 중에는 겉보기에도 우리가 흔히 아는 남성의 모습이나 여성의 모습이 아닌 분들이 있잖아요. 그들을 가장 힘들게 만드는 건 힐끔힐끔 쳐다보는 시선이에요. 누구나 다들 열린 마음을 가졌다고 말하지만, 사실 ‘열린 마음’이라는 말도 시혜적인 표현이잖아요. 열린 마음이라면서도, 막상 주변에 뭔가 독특한 인물이 지나가면 쳐다보고 수군거리는 게 대부분이에요. 이 대목에서 저는 모든 분들께 좀 더 개인주의적인 마음자세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기적이 되자는 의미가 아니라, 개개인의 개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넘어가자는 거죠. 남자가 치마를 입든 여자가 머리카락을 박박 깎든, 남성 커플과 여성 커플이 다정하게 걸어가든 어떤 행동을 하던 간에, 자신에게 특별한 피해가 없다면 그냥 지나치며 제3의 시선으로 넘겨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어요. 성소수자들이 일상에서 가장 크게 상처받는 건 ‘시선의 폭력’이고, 가장 갈망하는 것 역시 ‘시선으로부터의 자유’이니까요.”

올해에도 열린 광장 주변에는 자신들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스피커와 앰프를 쌓아놓고, 끝없는 저주와 증오의 고성을 질러댈 특정 종교의 집단들이 나타날 것이다. 그들에게도 한두 마디 남겨두고 싶다. 그들이 손에 들고 흔드는 성경의 가르침은 오로지 단 하나의 단어 ‘사랑’이라고, 사랑과 이해와 배려와 포용이 없는 저주와 증오는 주님의 길이 아니라고, 편견과 아집만으로 흔들어대는 십자가는 주님의 교회가 아닌 자신들만의 이익집단일 뿐임을 만천하에 고백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우리는 올해도 ‘주님’을 빙자하는 몇몇 단체들의 민낯을 재확인하게 될 것이다. 사랑과 우정으로 가득 찬 평화로운 광장 너머의 진풍경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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