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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통치자가 아니라 국민을 섬겨야 합니다
글. 이영문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이사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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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03  10: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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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할 때 혹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하십니까? 제가 머리에 늘 두고 있는 것은 마크 트웨인의 명언입니다. “할 말이 없을 때는 침묵하라. 그렇지 않다면 진실을 말하라.” 매우 담백하지만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 명언입니다.

최근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적폐를 꼽으라면, 권력과 지위를 남용하며 벌어지는 성희롱, 성폭력 문제지만, 재벌총수 일가들의 명백한 갑질 또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 근원적인 우리 사회의 적폐는 권력에 대항하며 국민의 편에 서지 못한 올바른 언론의 부재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통해 우리는 절대 권력이 반드시 부패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 부패한 권력에 빌붙은 언론의 추악한 얼굴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진정한 언론의 힘이 절대 권력을 이기고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존재한다는 상식을 가르쳐줍니다.

 

언론이 진실을 왜, 어떻게 추구해야 하는가

1971년 미국 국방부 비밀문서를 폭로하는 과정에서 회사와 자신의 생존을 걸고 싸웠던 최초의 여성 신문 발행인 ‘캐서린 그레이엄(메릴 스트립 분)’과 언론인의 자유와 독립을 지켜낸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국장 ‘벤자민 브래들리(톰 행크스 분)’의 실화를 영화로 만든 <더 포스트>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이라는 사실보다 메릴 스트립과 톰 행크스, 두 배우의 첫 만남이 더 화제가 되었던 영화입니다. 세계를 대표하는 두 배우와 스필버그의 연출력이 역사적 사실을 주제로 언론이 진실을 왜, 어떻게 추구해야 하는가를 긴박하게 전달합니다. 저널리즘의 기본 정신이 흔들리고 있고, 국민들로부터 쓰레기 같은 언론이라고 비유되는 ‘기레기’라는 용어가 널리 퍼져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영화입니다. 우리는 언제 이런 언론을 만날 수 있을까요? 잠시 영화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더 포스트>

1971년 6월 13일, <뉴욕 타임스>에 베트남 전쟁의 추악스런 비밀문서가 일부 공개됩니다.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에 이르는 네명의 대통령이 30년간 감춰온 비밀은 전쟁의 도발이 미국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일명 통킹만 사건)이었지요. 또한,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고한 미국 청년들을 전쟁터로 내몬 사실에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합니다. 당시 지방지에 불과하던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장 벤 브래들리는 정보원을 동원해 4천 페이지에 달하는 비밀문서를 어렵게 확보합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닉슨 대통령은 국가 기밀을 누설한 죄를 적용해 <뉴욕 타임스>를 법원에 기소합니다. 기소 이유는 미국의 안보국익에 치명적이며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가져왔다는 것이었지요. 이제 어느 누구도 국방부 비밀문서를 기사로 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긴박한 상황에서 신문 인쇄 2시간을 앞두고, 발행인 캐서린의 집에서 경영 이사들과 편집장 벤이 회의를 시작합니다. 며칠 전 캐서린의 생일에 맞춰 주식을 상장한 이사진들은 회사의 생존과 발행인의 구속을 피하기 위해 기사를 내지 않도록 벤을 압박합니다. 그러나 언론의 자유와 의미 없는 전쟁을 막기 위해서라도 벤은 기사를 반드시 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캐서린이 조용하게 말합니다. “저는 사주이고 포스트의 장기적 생존에 대한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신문의 사명은 자유 언론의 원칙을 위해 헌신해야 하는 것이지요. 보도합시다. 그리고 이제 자러 가야겠어요.”

자신의 안위와 회사의 존폐가 걸린 극히 어려운 상황에서도 간결하게 마음을 결정하는 캐서린의 담대함은 수많은 미국 여성들에게 새로운 여성상으로 남았고, 언론인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금도 전설처럼 회자됩니다. 그녀는 그 후로도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방향이나 편집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사주로서 회사를 지키는 일에 헌신합니다.

 

우리의 언론은 어떻습니까

우리의 언론은 현실 그대로 ‘기레기’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지요. 올바른 취재에 의한 보도는 고사하고, 넘치는 오보와 베끼기 경쟁, 선정보도가 넘쳐납니다. 사주들의 횡포는 이제 도를 넘어 어떠한 의혹에도 수사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재벌과 언론의 유착은 ‘장충기 문자’로 이미 확인되고 있습니다. 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재벌이나 권력과 공생관계를 형성하면서 범죄를 눈감아줍니다. 국민의 자발적 성금으로 만들어진 <한겨레신문>마저 광고수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삼성의 눈치를 봅니다. 국민들의 50%는 더 이상 기성 언론을 믿지 않으며(다행히도 미국의 70%보다는 낮습니다), SNS 등의 발달로 인해 국민들이 언론을 감시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런 혼란 속에서 JTBC의 보도는 새로운 대안언론으로서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가고 있습니다. 참된 언론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오랜 기간의 암흑기를 끝내고 새롭게 출발하는 KBS, MBC 등 공중파들이 진정한 언론관을 보여주어야 할 때입니다. 영화 속대법원의 판결문을 잠시 인용합니다.

“언론은 통치자(governor)가 아니라 국민(governed)을 섬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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