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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천사 원장님소수장애인
글과 사진. 박관찬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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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17  09: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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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서 샤워하고 외출준비를 할 때, 제가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신경을 쓰는 부분이 어디인지 아시나요? 바로 머리입니다. 헤어스타일. 그냥 헤어드라이기로 머리 말리고 왁스로 어디어디 좀 발라주고, 스프레이도 몇 번 뿌려주면 몇 분 걸리지 않을 텐데도, 길면 30분이 넘는 시간을 거울 앞에서 머리에 투자하곤 합니다. 왜 그렇게 금쪽같은 시간을 머리에 투자할까요?

 

험난한 머리 손질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오면 늘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전반적으로 미용실이라는 곳을 이용하기가 불편하고, 무엇보다도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제가 원하는 스타일로 되지 않을 때가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외출하기 전 머리를 만질 때 조금이라도 마음에 드는 스타일이 되도록 부단히 애를 써서 그만큼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겁니다.

보통 미용실에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거울인데요. 저의 시력으로는 거울인지 아니면 실물인지 분간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미용실에 거울이 많이 있어서 제가 앉아야 하는 소파가 어디에 있는지 찾기가 어려웠어요. 소파를 찾았는데 실제 거긴 소파가 아니고 거울이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거울에 비친 소파니까 ‘진짜’ 소파는 반대편에 있었던 거죠. 그래서 규모가 큰 미용실에 들어가면 눈을 빙글빙글 돌리며 어디에 시선을 둬야 할지 몰라 쩔쩔대기도 한답니다.

그런 험난한(?) 과정을 거치고 순서가 되어 준비된 자리에 앉으면, 이번에는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저는 말은 할 수 있지만 상대방이 하는 말을 듣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저의 손에 글로 의사를 적어주는 방법을 가장 선호합니다. 그런데 머리를 해주시는 분은 항상 양손에 가위와 빗을 들고 있죠. 저의 몸도 커트보로 덮여 있고요. 그래서 머리 해주시는 분이 하고자 하는 말이 있을 때마다 작업을 멈추고 종이에 글을 적어서 저에게 보여주는 방법으로 소통을 하곤 했습니다. 아니면 누군가와 동행해서 통역을 받기도 했고요.

하지만 앞머리의 길이는 얼마만큼 하는지, 구레나룻의 길이는 적당한지, 옆머리는 어떤지 등 세세한 부분까지 아무리 통역을 받아서 대화를 한다고 해도, 저와 통역을 하는 사람 그리고 머리를 해주시는 분과의 소통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는 않겠죠? 무엇보다도 제가 앉아 있는 위치에서 정면의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으니까 어느 부분이 괜찮은지, 더 잘라야 되는지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머리 다하고 집에 와서 거울을 보면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많았죠.

길어서 지저분하고 답답해 보이는 머리를 자르고 깔끔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미용실에 가는데, 한 번 다녀올 때마다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혼자 미용실에 가면 소파에 앉아서 대기하는 동안 제 차례가 되었을 때 알려주는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고 신경을 많이 씁니다. 제 차례가 되었다고 말해주는 걸 듣지 못하고, 또 어딘가에서 제 차례라고 보내는 제스처를 봤는데 제가 아닌 다른 고객을 향한 제스처인 적도 있었어요. 그래서 머리를 하러갈 때는 가급적 누군가와 동행하는 편이 저에게 그나마 편했습니다. 하지만 활동지원사가 아닐 경우, 굳이 미용실까지 같이 가달라고 해서 대기하는 시간, 머리하는 시간을 다 기다리고, 머리 자를 때는 커트보를 덮고 앉아 있는 저와 머리 해주시는 분 사이에서 통역해주느라 애를 써야 하니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사소하지만 큰 배려

하지만 요즘은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미용실에 다니고 있습니다. 2년 전, 친한 동생과 새로운 미용실에 갔었는데요. 제 차례가 되어 동생이 옆에서 제 손에 적어주며 통역을 했는데, 원장님이 보시곤 조금 뒤부터는 ‘직접’ 제 손에 하실 말씀을 적어주셨습니다. 청각장애가 있어서 할 말을 이렇게 손에 적으면 된다고 보여주면서 설명해도, 초면이거나 친하지 않는 이상 선뜻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지금까지 잘 보지 못했습니다. 대부분 종이에 글로 적어서 전달을 합니다.

손에 글을 적는 것과 종이에 글을 적어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종이에 글을 적는 방법의 경우, 상대방이 하고자 하는 말을 글로 적는 동안 저는 기다려야 합니다. 기다렸다가 글의 내용을 보고 대답하면, 그다음 질문을 다시 글로 적는 동안 또 기다려야 되겠죠? 자연스럽게 대화의 흐름이 자주 끊기게 됩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게 됩니다. 반면 손에 글을 적게 되면, 상대방이 제 손에 글을 써주는 동안 저도 글의 내용을 따라 읽게 되니까 바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또 글의 내용상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대부분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하고자 하는 말의 문장을 끝까지 손에 적어주지 않아도 미리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적어도 글에 적는 방법보다는 자연스러우면서도 빠른 대화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참 많은 미용실을 가 보았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단 한 분도 제 손에 적어준 분은 없었습니다. 이번 원장님을 만나기 전까지 말이죠. 할 말을 손에 적어주는 것이 사소한 거라고 누구는 그럴 수 있을지 몰라도, 저의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결코 작은 배려가 아닙니다. 그래서 고객과 직접 소통하려는 원장님의 열린 마인드는 저에게 정말 크게 다가왔습니다. 현재 그 미용실을 단골로 다니고 있습니다. 이 미용실에 다니기 전까지 긴장과 불안, 아쉬운 마음으로 머리하러 다녀오던 걸 생각하면 요즘은 얼마나 편한 마음으로 다니고 있는지 모릅니다.

미용실을 들어서면 원장님이 어디에 서 계시는지 정확히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제가 다른 곳을 향해 인사를 했던 적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원장님이 저에게 가까이 와서 인사해 주십니다. 또 손님이 많으면 꼭 저에게 오셔서 몇 분 정도 기다려야 되는지를 손에 적어서 알려주십니다. 저는 기다리는 시간이 몇 분이든 몇 시간이든 무조건 기다리겠죠? 이렇게 좋은 원장님이 해주시는데, 그래서 미용실 가는 날은 늘 다른 일정을 비워두고 편한 마음으로 갑니다.

제 차례가 되면 원장님이 저에게 가까이 오셔서 알려주시거든요. 그래서 저도 언제 제 차례가 되는지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고 어느 손님들처럼 기다리는 동안 잡지도 뒤적거리고 폰도 보면서 여유를 부립니다. 한번은 폰을 너무 집중해서 보고 있느라 원장님이 차례가 되었다고 알려주러 오셨을 때 깜짝 놀란 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차례가 되어 자리에 앉으면 그때서야 원장님과 눈을 마주치며 몇 마디를 나눕니다. 머리를 어떻게 해달라고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 다음에 머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예전에 다녔던 수많은 미용실에서는 늘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항상 어떻게 잘라달라고 ‘대사’를 준비해서 갔었거든요. 그렇지만 이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냥 알아서 해달라고 합니다. 그만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하더라도 ‘흐름’이라는 건 정말 중요하죠? 미용에 대해 전혀 모르는 저조차도 그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양쪽 손에 가위와 빗을 들고 계속 작업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양쪽 머리의 균형이 잡힐 수 있도록 해야 하기에 더욱 작업의 ‘흐름’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래서 원장님께 말을 걸기가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말을 꺼내는 것쯤은 괜찮지만, 저의 말에 대해 원장님이 대답을 하려면 작업을 멈추고 커트보 속에 있는 저의 손에 글을 적어줘야 하니까 괜히 집중력을 흐트러뜨릴까 염려가 되었습니다. 그런 저의 마음을 아시는지, 원장님이 작업하는 위치를 옮기거나 작업용 도구를 바꾸는 타이밍 등 짬이 날 때마다 말을 걸어주시곤 합니다.

작업이 끝나갈 때쯤이 되면, 정면의 거울을 자세히 보지 못하는 저를 위해 반드시 작은 거울을 저의 가까이에 비춰주십니다. 머리 어느 부분의 길이가 괜찮은지, 더 잘라야 하거나 다듬어야 할 부분은 없는지 제 눈으로 직접 보면서 체크할 수 있도록 해주십니다. 심지어 모든 과정이 다 끝나고 계산할 때에도 제 손에 “길이 괜찮아요?”라고 적어서 물어봐주세요. 제가 잘 보지 못하고 잘 듣지 못하는 장애로 인해 소통에서 어려움이 있는데, 특히 이렇게 미용을 하는 과정에서의 소통이 정말 어렵습니다. 이렇게 좋은 원장님과 함께하는 시간에도 다른 손님들처럼 원장님과 자연스럽게 마음껏 대화를 나누지 못해서 늘 아쉬움이 큽니다. 제가 이런 푸념을 늘어놓을 때마다 천천히 대화하면 된다고 배려해 주시는 원장님, 정말 너무나 좋은 분 같지 않나요?

 

머리손질, 그 이상의 의미

언젠가 제가 첼로 연주회를 하게 되었을 때, 망설임 없이 원장님께 머리 디자인을 요청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마 지금까지 보았던 저의 헤어스타일 중에서 가장 멋있어 보였던 때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스스로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 예쁘게 나왔거든요. 정말 감사했던 마음에 그 후 머리하러 가게 되었을 때 첼로를 가져가서 원장님을 위해 연주해드리기도 했습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그렇게라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한번은 오랜만에 파마를 한 적이 있었는데, 멋지게 완성되었습니다. 그때 제 바로 옆자리에 앉아계시던 아주머니가 계속 저한테 뭐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뭐라고 말씀하시는지를 몰라 제가 막 청각장애가 있다고 말하려는데 원장님이 커트보를 올리고 제 손에 “멋지다고 하십니다.” 라고 ‘통역’을 해주셨어요. 머리를 하며 다 나누지 못했던 내용, 헤어스타일에 대해 궁금한 점 등은 이제 원장님과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며 더 알아가고 있습니다. 미용실에서도 그렇지만 온라인에서도 친절함을 잃지 않으시는 원장님, 이렇게 좋은 분이셔서 항상 손님이 많은것 같습니다. 어느 때는 2시간 가까이 대기한 적이 있었거든요. 저야 머리를 할 때만큼은 일정을 비워두기 때문에 괜찮은데, 그렇게 오래 기다려야 할 만큼 많은 손님들의 머리를 디자인하시는 원장님이 정말 멋있어보였습니다. 또 늘 미소를 잃지 않으셔서 정말 보기 좋습니다. 그래서 미용실 분위기도 늘 환한 것 같아요.

30년 가까이 머리를 하며 늘 아쉬움만 가득했던 저에게 이젠 편안한 마음으로 다닐 수 있는 미용실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행복합니다. 덕분에 이젠 외출을 준비할 때도 헤어스타일에 투자하는 시간은 채 5분도 되지 않습니다. 그만큼 만족하며 미용실을 다니고 있다는 증거겠죠? 제 주변에 거주하시는 분들에게는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네요.

언젠가 또 연주회를 하거나 더 나아가 제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머리 디자인만큼은 꼭 원장님께 부탁하고 싶습니다. 저에게 가장 의미가 있고 중요한 시간인 만큼, 저를 잘 이해해주고 배려해줄 수 있는 분과 함께해야 그만큼 더 중요하고 의미가 있도록 헤어스타일부터 빛이 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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