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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의 분리와 통합에 대한 탈관습적 분석장애학회
글. 엄수정/경인교육대학교 외래강사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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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19  18:2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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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교육이라는 개념이 교육계에 유입된 지 40년이 됐다. 1975년 미국에서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학생에게 무상으로 적절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전(全)장애아동교육법이 통과됐고, 이 법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장애학생의 분리교육을 부정하는 최소제한환경의 원칙이다. 장애아동을 비장애 또래, 가정, 지역사회로부터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분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법의 최소제한환경의 원칙은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나라의 통합교육운동을 촉진했다. 한국에서는 1994년에 제정된 특수교육진흥법이 통합교육 관련 조항을 포함했다. 2007년 제정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은 통합교육을 “특수교육대상자가 일반학교에서 장애유형·장애 정도에 따라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또래와 함께 개개인의 교육적 요구에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으로 정의함으로써 물리적 통합을 넘어선 사회적 의미의 통합을 지향한다. 통합교육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정착되고 있다. 통합교육의 당위성이 인정받으며 법적·정책적 지원이 증대되고 있으나, 학교 현장에서 교육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쉽게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소외당하고, 차별받으며, 분리를 경험한다.

지젝(Zizek)은 명백하고 가시적인 폭력에 대해 우리가 무언가를 하려는 노력 그 자체가 다른 종류의 폭력, 즉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인식되기조차 어려운 상징적·구조적 폭력을 용인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을 통합교육 맥락에 적용해 볼 수 있다. 계속되는 통합교육 실패의 원인을 찾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태도와 자원의 문제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우리는 교육 현장의 일상이 빚어내는 상징적·구조적 폭력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탈관습적인 사고이다. 탈관습적 접근을 통해 교육 현상에 대해 탐구할 때, 교육 불평등을 야기함에도 불구하고 자연화(naturalized)돼서 식별이 어려워진 사고방식과 행동 양식을 드러내고 분석할 수 있다. 즉, 우리는 통합교육에 대한 탈관습적 접근을 통해 분리의 문제를 발생시키는 학교의 일상을 인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고안할 수 있다. 필자는 학교에서의 분리와 통합의 문제를 탈관습적으로 분석하는 포스트구조주의 장애교육학의 관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포스트구조주의(post-structuralism)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서구, 특히 프랑스 철학자들이 1900년대 초중반에 걸쳐 발전된 구조주의(structuralism)의 한계를 지적하며 발생한 학문사조이다. 구조주의는 주체중심의 경험주의와 실증주의에 반대하며, 개인의 행위나 인식을 규명하기 위해 그것의 기반이 되는 전체 체계와 구조를 분석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그러나 포스트구조주의는 구조를 선험적, 보편적인 것으로 생각했던 구조주의의 결정론적 사고를 비판한다.

포스트구조주의 이론을 사용해 장애와 관련된 다양한 교육적 현상 및 문제를 분석하는 장애교육학의 특징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장애의 본질적 개념화를 거부하며 장애와 비장애라는 이원 대립 구도를 해체한다. 둘째, 푸코(Foucault)의 권력비판사상을 바탕으로 장애학생 및 특수교육과 관련한 지식과 권력 간의 상호작용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장애라는 개념이 학교현장에서 어떻게 생성되고 유지되는지 탐구한다. 셋째, 장애학생이라고 범주화되는 대상에게 고정되고 일관되며 본질적인 무언가가 있다는 가정을 비판하며, 특정 학생이 어떠한 메커니즘을 통해 장애학생으로 주체화되는지에 관심을 가진다. 포스트구조주의 장애교육학이 통합교육의 문제를 어떻게 분석하는지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탐색해 보도록 한다.

 

통합교육이란 무엇인가?

장애학생을 일반학급에 편입해 일반학급의 교육과정 및 비장애학생과의 사회적 상호작용에의 접근성을 증진시킨다는 것이 통합교육에 대한 지배적 개념이다. 그러나 포스트구조주의 장애교육학은 이러한 통합교육의 지배담론이 ‘일반 학생’ 또는 ‘정상 학생’이라는 허구의 집단을 형성해낸다고 주장한다. 즉, (비)장애학생이라는 본질적 주체를 상정하는 기존의 통합교육이 필연적으로 그 내부에서 기존의 위계를 재생산하고, 그 결과 교육에서의 분리의 문제를 종식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포스트구조주의 장애교육학은 통합교육을 모든 학생들이 어떤 종류의 차별 없이 질 높은 교육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동일성이 아닌 다양성에 근거해 교육 체계 전반의 변화를 꾀하는 교육 운동으로 재개념화한다.

이때 재개념화된 통합교육은 다음의 특성을 지닌다. 첫째, 통합교육의 대상을 장애학생에서 모든 학생으로 확장한다. 통합교육을 장애학생과 관련지어 개념화할 때, 통합교육은 특수교육의 책무성으로 여겨진다. 이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공통적인 형태의 소외와 차별의 문제에 대한 분석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둘째, 통합교육은 동일성이 아닌 다양성에 근거한다. 통합교육은 학생 간의 차이를 정상성에 근거해 위계적으로 인식하고 정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증대돼야 한다. 셋째, 통합교육은 모든 학생들이 학교 교육에 접근하고, 참여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그들이 맞닥뜨리는 장벽을 식별하고 최소화하는 것이다. 학생이 교육에의 접근 및 성취와 관련해 마주하는 장벽은 개별적인 문제가 아닌 학생과 맥락(예: 정책, 기관, 문화, 사회경제적 배경) 간의 상호작용으로 발생되는 것이라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통합교육이란 끝이 없는 과정이다. 교육기관이 갖는 가치, 조직, 교육적 실제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하며 보다 적절한 전략을 찾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통합교육이 실천되는 학교는 어떠한 공간인가?

포스트구조주의 장애교육학은 학교라는 곳이 가치중립성을 띄는 공간이라는 가정을 비판한다. 학교는 푸코가 말하는 권력이 작동하는 하나의 영역이다. 포스트구조주의 장애교육학은 푸코의 담론 이론을 사용해 권력과 지식, 학교라는 기관, 학교 구성원들 간의 연결고리에 대해 분석한다. 여기서 담론이란, 단순히 언어학적 의미가 아니라 인간의 인식을 제한하는 특정한 표상체계이다. 담론은 우리가 경험한 것을 이해하는 틀을 제공하며, 우리가 사고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결정한다. 특정 담론이 자연화돼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면, 그 담론 밖에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포스트구조주의 장애교육학은 학교에 존재하는 장애에 대한 자연화된 담론이 무엇이며, 어디에서 발견되고 어떻게 기능하는지, 어떻게 생성되고 통제되는지, 어떠한 효과를 낳는지에 관심을 둔다.

포스트구조주의 장애교육학의 관점에서 학교는 가치적재적인(value-laden) 곳이다. 담론을 통한 권력과 지식의 기제가 학교 안에 치밀하게 침투해 있다. 지배담론을 통해 학생이란 어떻게 행동하고 학습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범적 지식이 생산된다. 파생적으로 이러한 규범에서 벗어난 존재들을 식별하고, 분류하며, 효과적으로 다루는 데에 필요한 지식 역시 생산된다. 이를 통해 학교에서 특정 학생들의 분리와 이들에 대한 특별한 또는 차별적 대우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그러나 담론의 다양성과 가변성을 고려할 때 학교를 단순히 권력을 재생산하는 곳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학교는 여러 담론이 경쟁하고, 충돌하며, 교섭하는 곳이다. 통합교육에 대한 교육적 실제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다. 통합교육 관련 정책은 학교에서 단순히 ‘집행’되는 것이 아니다. 교사, 학생, 학부모 등 다양한 학교 구성원들은 통합교육 관련 정책을 본인에게 설득력 있는 주변 담론을 사용해 특정 방향으로 의미화하고 실천한다. 이 과정에서 통합교육 정책은 개발된 의도와는 다르거나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학교 현장에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하면, 통합교육과 관련한 담론은 학교에 편재하는 다른 담론과의 경쟁, 충돌, 결합, 또는 교섭함으로써 초기의 개혁적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통합교육의 대상으로 간주되는 장애학생은 누구인가?

주체성(subjectivity)은 인본주의가 상정하는 자유의지와 자의식을 가지며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유를 하는 개인과는 차별되는 개념이다. 포스트구조주의 관점에서 주체성이란 영원하고 불변하는 본질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문화의 산물이다. 푸코는 권력이 담론을 통해 개인을 특정한 형태의 주체로 구성한다고 본다. 푸코는 권력이 개인을 특정한 규범에 따라 사고하고 행동하도록 길들여 특정한 형태의 주체로 구성하는 방식에 대한 관심을 가진다. 버틀러(Butler)는 이러한 푸코의 관점을 발전시켜 젠더라는 주제에 대해 논의한다. 버틀러는 본질적인 젠더 정체성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사회가 이상화하고 내재화한 규범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행위를 통해 수행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포스트구조주의 장애교육학은 장애 주체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선험적인 존재를 지칭하기 위해 장애학생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장애학생으로 식별하고 인식하는 행위 자체가 그러한 주체를 생성해내는 것이다. 이것은 버틀러가 기존의 페미니즘에서 원인으로 가정한 젠더가 사실은 원인이 아니라 담론의 구성으로 인한 결과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 학문 분야는 장애학생이 경험하는 불평등과 배제를 만들어내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두기보다 어떻게 특정 학생이 장애학생으로 주체화되는지, 주체로 인식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는 무엇인지, 다르게 주체화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갖는다. 장애 주체에 대한 포스트구조주의 관점은 다음과 같은 통합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장애학생의 배제를 종식시키고 교육적 그리고 사회적 통합을 이루기 위해 우선돼야 할 것은 학생들의 다양성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다양성을 지닌다고 간주되는 학생이 주체화되는 과정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이 우선돼야 한다. 이러한 분석이 학교가 수행하는 기능을 가시화할 뿐 아니라, 학생의 주체화 과정에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어떠한 개입이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를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학교라는 공간에 익숙하고, 학교에 대한 과한 친숙도는 학교를 새로운 변화가 어려운 곳으로 만든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 교육과 관련해 이미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우리의 ‘상식’은 통합교육과 관련한 우리의 사고와 행위를 형성할 뿐 아니라 제한한다. 통합교육의 목표 달성을 위해 지원이 증대되고 있으나 왜 분리와 차별의 문제가 종식되지 않는지 이해하기 위해 이러한 ‘상식’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비판적 성찰이 학교라는 것이 어떠한 공간인지, 타당한 지식, 추구해야 할 문화, 용인될 수 있는 행동, 가치 있는 생각은 무엇인지, 유능한 교사와 학생이란 누구를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기존의 상식적 지식의 폐기, 확장, 또는 전환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교육계에 정착된 개념으로 간주되는 통합교육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시도가 활성화되고, 이것이 학교라는 공간의 변화로 연결되기를 기대한다.

 

------- 참 고 문 헌

박은혜, 이대식, 이숙향, 이영선, 강지인(2015). 통합교육정책의 발전방안 연구. 세종: 교육부.

Butler, J. (1999). Gender trouble: Feminism and the subversion of identity (10th anniversary ed.). New York, NY:Routledge.

Foucault, M. (1980). Power/knowledge: Selected interviews and other writings, 1972-1977 (C. Gordon, L. Marshall, J.

Mepham, & K. Soper, Trans.). New York, NY: Pantheon Books.

Zizek, S. (2008). Violence. New York, NY: Picad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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