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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석날 은하수 오작교에 띄우는 기원오사카에서 온 편지
글과 사진. 변미양\지체장애인. 오사카 거주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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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03  10: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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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 오늘 마르세(marché) 여는 날이지! 한번가 볼까?” “마르세? 그게 뭐예요?” “프랑스 말로 시장이잖아.”

요즘은 영어에도 모자라 프랑스말까지 참 말귀 알아듣기 어렵네요. 더워서 불쾌지수가 높은 탓인가요, 왠지 삐딱하게 꼬아서 듣게 되네요. 동네 츠루하시역 가는 길에 오래된 상점가가 있는데 예전에는 ‘국제시장’이라고 불리며 한국의 의류, 식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꽤 알려져 있었지만 점점 문을 닫는 가게들이 늘어 문제가 되었대요. 그런데 요즘 다시 한국 음식이나 K팝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덕분에 새로 문 연 가게도 많아지고 사람들의 왕래가 늘어 꽤 활기를 느끼게 됐다네요. 반가운 일이죠. 그런데 한 달에 한 번씩, 가게들이 정기 휴일인 일요일 상점가 입구를 시민단체에 개방하여 직접 만든 수공예품이나 친환경 식품 등 특색 있는 물품들을 가지고 나와 판매하는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는 거예요. 집에만 있어도 더울 뿐이고 같이 따라나가 봤죠.

그런데 바로 상점가 입구의 공터를 배경으로 장애인단체 여러분들인 것 같은데 ‘진동야’라는 걸하고 있더라고요. 우리 식으로 생각하면 옛날 사당패 같은 거라고 할까, 이 동네 저 동네 다니면서 공연을 하던 ‘진동야’라는 공연단이 있는데 그걸 흉내 낸 것 같았어요. 척 보기에 다운증 장애가 있는 멤버도 있고, 북, 피리, 기타까지 곁들인 구식과 신식이 어우러진 악단이랄까. 우리가 도착한 무렵에는 거의 끝판으로 그리 길게 보지는 못 했지만 피날레를 신나게 울리더라고요. 그 밖에도 조촐하지만 장애인들이 만든 쿠키나 과자를 파는 코너, 지역 특산품을 파는 코너, 그리고 아기자기한 수제 소품들을 파는 코너 등이 마련돼 있었어요. 복작복작 붐비기까지는 안 해도 시장통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것저것 둘러보며 가더라고요. 시민단체 출신의 지역구 시의원이 어린 아들을 데리고 안내 창구에 앉아 있는 것을 보니 이런저런 사람들이 지혜를 짜내고 힘을 보태 기획한 행사인 듯싶었어요. 날씨가 더운데 준비하느라고 수고들이 많으셨겠구나 머리가 숙여졌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같이 살고, 오고가며 부딪히고, 물건도 사고팔며 생활하는 동네. 그 안에 약간 다르게 생긴 사람, 말투나 표현이 서투른 사람, 같은 말과 행동을 되풀이 하는 사람, 몇 번 가르쳐도 서툴러서 다시 손이 가야 하는 사람, 행동 하나마다 손이 되고 발이 돼 주어야 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먼 세상에서 따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만나는 경험을 쌓아가도록 계기를 만들어 낸다는 것. 요란스럽지 않지만 가능하면 신도 나고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리를 자주 꾸려보는 것이야말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어요.

사실 입에 담기도 꺼려지지만, 바로 2년 전 이 무렵인 7월27일, 가나가와현이라는 곳에 있는 중증지적장애인의 입소시설 츠쿠이야마유리엔에서 19명의 목숨을 앗아간 끔찍한 사건이 있었어요. 그 시설의 전 직원이자 사건의 범인인 우메마츠 사토시는 현재 요코하마구치소에서 수감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로, 뭐 하나 해결된 것은 없고 사건이 던져준 충격의 여파만 생생하게 남아있었어요. 그런데 최근 뉴스가 된 게 그 범인의 수기가 책으로 출판됐다는 겁니다. 그리고 네트 등에서는 그의 의견에 동조하는 자들도 적지 않다는 현실입니다.

글에 올리기 불쾌하지만 그간 다양한 매체나 신문사 등의 접견이나 편지 등을 통해 알려진 바에 의하면, 그가 사건을 저지르게 된 동기로 시설에서 마루에 흘린 배설물을 치울 때 ‘중증지적장애인은 남에게 폐를 끼치는 근본’이라고 생각하게 됐고, 의사소통을 못한다는 의미에서 지적장애인을 ‘심실자(心失者)’라고 표현하며 범행 당시 “자고 있는 심실자들에게 안녕히 주무셨어요? 라고 말을 건 후 대답이 없는 사람들을 찔렀다”고 했대요. ‘언제까지나 연명시키는 일본, 심실자의 인권을 주장하는 일본,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일본’이 문제라고 주장하며, 준비 중인 재판에 대해서는 “죽인 것은 인정하지만 그들은 사람이 아니니까 살인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다. 모두 알아줄 것이다”라고 지론을 펼쳤다고 합니다. 피해자나 유가족들에 대한 사죄나 범행을 후회하는 발언은 한 마디도 없다는 것이 더욱 통탄할 일이고 말이에요.

출판사에서는, 장애인 차별이나 정신장애인의 조치입원 등의 심각한 문제를 사회에 던졌지만 시간과 더불어 풍화되어가고 있기에 피고인과 접견하면서 알게 된 것들과 사회에 끼친 영향 등을 제대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출판 취지를 설명했대요. 하지만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피고인이 주장하는 장애인 차별에 뿌리를 두고 있기에 범인의 수기가 편견을 조장하고 변호하는 기회로 악용되고 말 것이라는 게 주변의 걱정입니다. 이 사건을 통해 사회에 던져진 최초의 물음이 “장애인은 과연 폐만 끼치는 존재에 불과한가?”라는 것이지만 본디 인간이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면서가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폐가 되느냐 아니냐는 상대적인 입장에 따라 평가되는 것이고요.

우리나라에서 칠석은 은하수의 오작교를 건너 견우, 직녀가 만나는 날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일본에서는 좀 다르더라고요. 견우, 직녀의 전설도 있지만 칠석이 되기 전 나무에 소원을 적은 쪽지를 장식하며 기원하는 풍습이 있대요. 그래서 칠석 때가 되면 여기저기서 소원의 쪽지를 장식하는 나무가 선보이고, 길 가던 사람들이 발길을 멈춰 쪽지를 써서 장식하지요.

은하수에서 만나는 환상적인 로맨스,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꿈같은 이야기라 하지만 꿈조차 꾸지 않으면 그 모습을 그려볼 수도 없겠죠. 삶의 무게가 벅차더라도 모두가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는 이상을 꿈꾸며 꿈같은 내일을 함께 그려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쪽지에 적어 담은 소박한 바람이 금방 실현되지는 못 하더라도 밤길을 밝히는 별빛이 되고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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