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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반려동물, 우리도 함께 살 수 있을까장애인과 반려동물
글과 사진. 정혜란 기자  |  sousms1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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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04  16:4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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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한국인의 5명 중 1명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간다. 동물 관련 논의도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하지만 ‘천만’이라는 숫자가 유명무실하게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은 여전히 ‘사치’로만 여겨진다. 누군가에게는 친구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가족이 되는 반려동물, 이들과 장애인이 함께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편견 없는 친구이자 동반자

전맹 시각장애인 김정우 씨(가명)는 그와 5년째 함께 살고 있는 반려견 짱이를 서울의 한 유기견 보호소에서 처음 만났다. 유기견을 입양하고 싶다는 학교 친구를 따라간 보호소에서 짱이는 유독 정우 씨의 다리에 몸을 비벼댔다. 그 역시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온 며칠 뒤 정우 씨는 짱이가 곧 안락사를 당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나이가 들고 인기가 없는 외형을 가졌기 때문에 결국 입양처를 찾지 못한 것이다. 정우 씨는 오랜 고민과 가족들과의 상의 끝에 짱이를 데려오기로 마음먹었다. 정우 씨는 짱이가 집에 온 이후 자신의 삶이 180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외부와는 거의 단절된 삶을 살았다.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었고, 성격도 소심하고 조용한 편이라 주변에 친구도 많지 않았다. 집에서도 가족과 필수적인 말 이외에는 잘 하지 않았다. 짱이가 오고 나서 먼저 가족과의 대화가 늘었다. 오늘 밥은 먹었는지, 컨디션은 어떤지 짱이와 관련된 이야기로 시작해 점차 많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가족들과 나누게 됐다. 하루에 한 번 짱이의 산책을 시켜야 하니 집 밖을 나가는 횟수도 늘었다. 억지로라도 나가게 되니 몸과 마음이 전보다 건강해졌다.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려워하던 비장애인들도 짱이와 함께 있는 나를 좀 더 친근하게 대하기도 하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과는 관련된 이야기를 하며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학대를 당하고 유기된 짱이가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에 내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기분이 들어 자존감도 되찾을 수 있었다.”

   
 

지체장애인 장희진 씨는 15살 대형견 한 마리와 1살 고양이 한 마리, 그리고 네 마리의 앵무새들과 함께 살고 있다. 수도권 외곽에서 줄곧 살아온 희진 씨는 아주 어릴 때부터 동물들과 함께하는 삶에 제법 익숙하다. 한때 동물을 키우는 데 많은 부담과 어려움을 느껴 더 이상 키우지 않아야겠다는 다짐도 했지만, 마치 ‘거부할 수 없는 운명’처럼 동물들은 또 다시 희진 씨의 삶 속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평소 이동에 제약을 겪는 희진 씨에게 반려동물들은 ‘좋은 친구이자 가족’이다.

 

장애인과 반려동물을 가로막는 사회적 장벽들

하지만 장애인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데는 비장애인보다 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각각 한 마리씩 키우고 있는 지체장애인 주성희 씨는 간혹 지인들에게 “너는 장애도 있는데 왜 동물을 키우니?”라는 말을 듣는다. 실제로 취재 중 만난 반려동물을 키우는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이 같은 말을 최소 한 번 이상 주위사람들로부터 들어본 경험이 있었다. 성희 씨는 “비장애인들은 여건만 되면 얼마든지 키우는 반려동물을 단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키워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명백한 차별이다”라고 말했다.

사회적 편견만큼이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장애인을 힘들게 하는 건 사회적 제약이다. 뇌병변 장애인 민철 씨(가명)는 최근 노령견 탄이가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는 바람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재빨리 장애인콜택시(이하 콜택시)를 불러 탄이를 인근의 동물병원으로 데려가려고 했지만, 콜택시의 긴 배차시간 때문에 30분 이상 지체할 수밖에 없었다. 콜택시가 민철 씨의 집에 도착한 이후에도 콜택시 기사는 ‘콜택시 이용고객 준수사항’을 들먹이며 반려견 탄이의 탑승을 거부했다. 서울시 기준 장애인콜택시는 장애인 보조견 외의 반려동물의 탑승을 금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급했던 민철 씨는 사정을 설명하며 “지하철이나 버스 등은 이동장(케이지)을 사용하면 반려동물 탑승이 가능한데, 똑같은 대중교통수단인 콜택시는 왜 탑승이 불가능하냐”며 애원하다시피 했고, 콜택시 기사는 “이번 한 번뿐”이라면서 비공식적으로 탑승을 허가했다. 민철 씨는 “당시 기사분이 끝까지 탑승을 거부해 조금만 더 늦어졌더라면 정말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 있어났을 것”이라면서 “아직까지 그날의 생각을 하면 자다가도 눈이 떠진다. 나이가 많아 건강이 좋지 않은 탄이가 언제 또 다시 쓰러질지 몰라 매일 매일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목욕과 산책 등 기본적인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역시 장애인 견주들에게는 유독 물리적 제약이 따른다. 반려견 행동전문가들에 따르면 하루 한번 이상의 산책은 반려견들의 신체 건강과 정서 안정에 필수적이다. 하지만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경우 마땅한 산책로를 찾기 어려워 반려견 산책을 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거주지 인근 보행로는 휠체어 한 대만 겨우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폭이 좁거나 길이 울퉁불퉁해 산책로로 적합하지 않다. 결국 주변 공터나 공원에서 산책을 시킬 수밖에 없는데, 그나마 휠체어 출입이 가능한 ‘무장애 공원’도 전국에 많지 않아 접근 가능한 공간을 찾는 일도 만만치 않다. 지체장애인 김은희 씨(가명)는 “친구나 가족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는 반려견의 산책을 시키는 게 아예 불가능하다”면서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는 유명한 강형욱 반려동물행동전문가의 책 이름처럼 자격도 없는 내가 괜히 강아지를 키우고 있는 건 아닌가 자책감이 들고 반려견에게도 미안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성희 씨는 이전에 살던 집 화장실의 구조 탓에 혼자서는 반려견의 목욕을 시키기가 어려웠다. 휠체어에 비해 세면대 높이가 지나치게 높았기 때문이다. 당시 월 70시간의 장애인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 중이던 성희 씨는 반려동물과 관련해서도 지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 기관에 문의했지만, 서비스의 지원 대상이 서비스를 지원받는 장애인 당사자로 한정되기 때문에 당사자 이외의 가족이나 반려동물에 대한 지원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결국 성희 씨는 무리를 해서 반려동물의 목욕을 직접 시킬 수 있는 화장실 구조의 집으로 이사를 했다. 성희 씨는 “그나마 이사를 할 수 있다는 게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면서 “동물에 대한 공포나 거부감이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사에게까지 서비스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기본 목적이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함’인 만큼 서비스 지원이 가능한 지원사에 한해서라도 반려동물 관련 지원 서비스가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애인과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반려동물

   
 

우리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는 올해 5월부터 12주에 걸쳐 중증장애인 반려견 관리교육 및 자조모임 ‘마리와 나’를 진행했다. 일명 ‘개통령’으로 불리는 강형욱 등 반려동물 전문가를 초청해 반려견 이상행동 교정, 건강관리, 수제간식 만들기 등을 주제로 교육을 열고, 반려견을 키우는 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의 정기모임을 진행했다. 사업을 담당한 이명국 간사는 이번 교육과 모임이 그동안 반려견 지식에 대한 접근이 어려웠던 중증장애인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최근 반려동물에 대한 뜨거운 관심만큼 국내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반려동물 관련 세미나에 특히 중증장애인은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다. 1년에 한 번 반려동물 관련 페스티벌이 크게 열리고 많은 정보들이 공유되는데, 그런 행사가 열리는 사실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다. 시중에 나와 있는 반려동물 관련 서적 중 점자로 번역된 서적도 찾아보기 힘들다. 인터넷을 통해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지만, 30대 이상으로 넘어가면 이용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고, 아무래도 신뢰할 수 있는 정보는 인터넷보다 책에 많다. 때문에 자조모임에 참여자들이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은 사료는 뭘 먹여야 하는지, 산책과 목욕은 어떻게 시키는지, 이 동네 병원은 어디가 좋은지 등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것들이었다. 반려동물에 대한 정보가 적으니 자신이 평소 반려동물에게 했던 행동들이 문제였다는 것도 모른 채 반려동물에 대해 많은 오해를 하기도 한다.”

   
 

이명국 간사는 이 같은 반려동물 프로그램이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중증장애인의 지역사회활동 참여 기회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이 사업을 교육청에 제안했을 때 담당 직원들 반응은 ‘장애인도 반려동물을 키워요?’였다. 세미나에 참여했던 반려견 전문가 강사들 역시도 장애인이 반려견에 대해 이렇게까지 관심이 많은지 몰랐다며 이런 기회를 접하게 돼 좋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기 쉬운 중증장애인이 집밖으로, 지역사회로 나오기 위해서는 ‘건덕지’가 필요하다. 키우는 반려동물을 핑계 삼아 산책할 때 한 번 더 집밖으로 나오기도 하고, 귀여운 우리집 강아지를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도저히 참지 못해서, 반려견에 대한 정보가 궁금해서 자진해서 반려동물 모임에 나가기도 한다. 이번 사업과 같이 반려동물에 대한 지식과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매개가 앞으로 더 활발해져야 한다.”

 

장애인과 반려동물 모두의 행복을 위해

“반려동물에 관한 우리사회의 관심이 뜨거워지고 시장이 확대되면서 여러 부작용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상업화가 심화되면서 동물착취가 일어나고, 길거리에 유기동물들이 늘어나고, 반려동물이 여유가 있는 사람만이 누리는 전유물이 돼버리는 등의 현상들이다.”

한국성서대학교 김성호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에 특히 취약한 집단이 ‘사회적 약자’ 집단이며, 이 사회적 약자로 대표되는 장애인과 동물 이 두 부류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사회적 차원에서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완벽한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장애인이 고층 건물에 올라갈 수 없는 상황에서 ‘올라가지 마’라는 말을 하는 대신 승강기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장애를 거둬내는 사회적 접근을 하고 있다. 장애인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데 있어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도 이러한 방법으로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하다. 산책을 위해 공원에 턱을 없애고, 목욕을 시키기 어렵다면 지원인 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 사람도 살기 힘든데 동물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냐는 목소리도 분명 나올 테지만, 누군가에게는 이 같은 지원이 생존과 관련된 사안만큼이나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득이 부족하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지역사회 활동 지원에 다른 방식으로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함으로써 얼마나 효율적으로 장애인의 삶이 개선되는가를 이야기해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련 전수조사와 연구도 필요하다. 이제 그런 시도들이 조금씩 시작되는 시기라고 보여진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명숙 활동가는 “1인가구 증가, 노령화 등으로 반려동물가구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등 변화하는 한국사회 삶의 형태에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이 일부 사람들의 특권으로 여겨지는 사회적 인식에 변화가 필요하다. 장애인과 반려동물의 상생에 따른 긍정적 효과들을 고려할 때, 장애인의 권리가 지금보다 더 넓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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