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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권 문제가 사회문제화 돼야 한다
이태곤 편집장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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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05  10: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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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는 이렇다. 현재 법에서 대부분의 편의점, 일반음식점, 제과점, 식료품 소매점 등 대중이용시설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의무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그래서 접근권에 제한을 받는 장애인들이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 흔한 편의점을 앞에 두고도 갈증을 달랠 물 한 병 사려는 일조차 지나가는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보다 못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섰다. 인권위는 장애인들의 그나마 1층이 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 국토해양부, 기획재정부 등에 법률 개정 등을 통한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복지부는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여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같은 국가 부처인 국토부와 기재부는 불수용 입장을 표했다.

거부 이유를 많은 예산의 소요 때문으로 짐작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먼저 시외, 고속버스의 저상버스 도입을 외면해 지탄을 받고 있는 국토부는 도로법을 개정해 경사로 등의 편의시설 도로점용료를 감면하라는 권고를 거절했다. 거부 이유는 장애인 편의시설을 감면대상으로 지정하게 되면 일반 도로 점용자와 형평의 문제가 발생해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무슨 말이냐면 경사로 등 도로 편의시설에 도로점용료를 받지 않으면 거리판매대와 노점 등에도 같이 도로점용료를 감면해 줘야 하는데 그럴 수 없다는 것이 국토부 입장이다. 결국 대중이용시설 입구에 경사로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려면 도로점용료 즉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게 국토부의 완곡한 입장인데, 과연 어느 자영업자가 세금을 감수하면서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려 하겠는가?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를 거리판매대와 동일시하는 국토부 관료들의 무지에 절로 한숨이 토해진다.

한편, 활동지원 예산 등 인색한 복지예산 증액 탓에 역시 장애인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 기재부는 공중이용시설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시 투자비용 중 세액을 공제 받을 수 있도록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하라는 권고에는 세액공제대상이 지나치게 확대될 우려와 소득이 높은 부동산 임대사업장에 대한 세제지원 형평 문제를 근거로 거절했다. 건물의 편의시설 설치에 세액공제라는 작은 혜택도 주지 않으면, 과연 어느 건물주가 자발적으로 편의시설 설치에 나설 것인가? 기재부 관료들은 모든 건물주들이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나 본데 그것은 망상일 뿐이다. 투자를 하면 뭔가 혜택이 있어야 한다는 냉정한 자본주의 법칙이 이런 편의시설 설치에서도 꿈틀댄다는 현실을 알면서 눈감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와 기재부의 거절이 더욱 문제인 것은 몇 푼의 세금감면을 이유로 국가인권위 권고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국가기구인 인권위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가? 사회적 약자의 인권과 권리 확보를 위해 상급 부처 형태로 존재하는 것임을 누구나 다 아는데, 그런 인권위가 숙고 끝에 내린 권고 결정을 고려해 보겠다는 여지도 없이 한마디로 거부한 국토부와 기재부는 과연 어느 나라 부처인가? 민간이 아닌 약자의 인권과 권리 확보에 모범을 보여야 할 국가 부처가 인권위 권고를 무시했다는 점에서 더 어이가 없다.

얼마 전 장애인들에게 1층이 있는 삶을 보장하라며 장애인단체들이 민간 사업주들을 대상으로 편의시설 설치 관련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아직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재판 과정에서 국토부와 기재부의 인권위 권고 거부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국가도 편의시설 설치를 외면하면서 왜 민간에게 편의시설 설치를 강요하느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올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그나마 해결책이 있다면 인권위 권고를 수용한 복지부의 적극적 행보다. 예산 확보를 하고 2020년부터 이를 시행할 계획이라는 입장에서 성큼 나아가, 차별금지법을 개정하고 미국처럼 편의시설 미설치 공중이용시설에 장애인들이 직접 소송을 제기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방안이다. 그러면 점차 장애인들의 접근권 문제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낯선 상황이어서 약간의 혼란이 예상되지만, 굳이 국토부와 기재부의 도움을 애걸하지 않더라도 장애인의 접근권 문제가 민간에서 해결방안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국토부와 기재부의 관료들에게 생텍쥐페리의 말을 전해 주고 싶다. ‘울고 있는 아이를 그냥 지나쳐 버린다면 당신의 기억 속에서 그 아이는 평생 울고 있게 될 것이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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