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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에서 발견한 가능성위기거주홈 이야기
장명훈/학대피해장애인지원센터 위기거주홈 간사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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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19  10: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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瓜田不納履李下不整冠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

‘오이 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자두)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 의심 받을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좋다지만, 가끔은 의심 받는 상황을 애초에 피할 수 없을 때도 있다.

 

국가정보원 사무실(?)

여느 때와 다름없던 출근길, 위기거주홈이 위치해 있는 오피스텔 건물의 주민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이 말을 걸어왔다.

“저기요. 실례가 안 된다면 뭐 좀 물어 봐도 될까요? ○○○호와 관련 있는 분 맞죠? ○○○호는 무엇을 하는 곳이고 무슨 일하시는 분이세요?”

“네? 무슨 말씀이신지….”

“좀 뭔가 이상해서요.”

그 사람의 말은 대략 이렇다. 나를 포함해 특정 시간에 출근 복장으로 ○○○호에 출입하는 젊은 사람들이 있는데, 자주 마주치기는 힘들다. ○○○호에 자주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은 중장년의 남성이다. 치아가 없거나 듬성듬성 있어도 누렇게 변색됐고 낡은 옷을 걸쳤다.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서 근처에 가면 체취가 심하게 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꼭 특정한 층에서 내리기 때문에 무언가 수상했던 것이다. 피해자들의 2차, 3차 피해 등의 이유로 학대피해장애인 쉼터 위치가 외부에 공개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자세하게 말씀드리긴 좀 힘듭니다.”

“혹시 국가정보원 소속이세요?”

“그랬으면 폼도 나고 9시 뉴스에도 나오고 참 좋겠습니다만 그런 게 아니에요.”

 

일상속의 오해들

위기거주홈의 당사자 중 몇 분은 글을 읽을 줄 알지만, 단순히 소리 내어 읽는 것일 뿐 그 글이 뜻하는 바를 상세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크게는 수입 관리를 위한 저축부터 작게는 수급비 통장 개설이나 당사자 개인의 필요로 약간의 현금 인출까지 당사자 분과 은행에 동행해 지원해야 할 때가 있다.

위기거주홈에서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던 분도 막상 은행 창구로 가면 당황하거나 무엇을 해야 될지 잊어버리고 이내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소파에 앉아 있는 나를 돌아보며 해달라고 재촉하기도 한다. 그래서 창구에 같이 서면 은행 창구 담당 직원의 시선이 달가울 리가 없다. 일단 은행업무 하는데 창구에 계좌와 관계없는 타인이 들어올 필요가 없다. 수상하기 짝이 없는 내게 어느 은행을 가나 직원이 내게 물어본다.

“이분과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

이 분께서 원하시는 은행 업무를 돕고 있다고 설명하면 고개를 갸우뚱한다. 내 신분증까지 받아서 복사를 해놓고 나서야 은행 업무가 진행 된다. 인출한 현금을 당사자 본인이 지갑과 호주머니에 누가 빼앗아 갈세라 꾸깃꾸깃 집어서 넣는 걸 보고 나서야 은행 직원이 약간 안심하는 듯했다. 만약 당사자 분의 호주머니가 부실해 분실우려가 있다며 내 가방이나 지갑에다 돈을 넣었다면 그 직원은 경찰서든 어디든 신고하지 않았을까?

당사자가 원룸에 들어가기 위해 거액의 보증금을 이체할 때, 역시나 동료와 함께 은행직원들로부터 수상한 사람으로 의심 받은 적이 있다. 이분 계좌에서 송금 받을 계좌는 우리 개인 계좌가 아니며, 당사자 분이 살게 될 원룸 집주인에게 보낼 보증금이라고 말씀 드리고 꽤나 긴 시간 동안 설명했다. 잘못 오해했다며 상품 가입 고객 답례품 같아 보이던 생필품을 자립 축하 선물이라며 한아름 안겨 줬다. 의심 받는다고 해서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다만 세상에 나쁜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은행 직원도 구분하기 힘들 뿐이다.

 

오해가 풀리는 순간

학대피해장애인 당사자는 비위생적이고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건강한 분이 드물다. 정말 드물게 감기 걸린 거 외에는 건강하신 분도 있지만 대부분 여러 가지 질환(제일 많은 것은 무좀과 같은 피부질환, 관절, 치아손상 등)을 동시에 앓고 있으며 대부분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병원 의사는 당사자를 만나면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으며 왜 지금에서야 병원에 모시고 왔냐고 안타까워하는 경우가 많다. 좋지 못한 환경에서 생활하시다가 최근에서야 이 분이 발견돼 모시고 왔다고 말해야 조금이나마 의사의 오해가 풀린다.

“그랬다고 말씀을 하시지 저는 모시고 온 분이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 상황에서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도리가 없다.

 

오해를 받아도, 그러함에도

많은 금전피해 사례를 접해 보니 가해자가 은행 계좌에 있는 당사자의 금전을 직접 갈취하는 수법도 근무자가 당사자의 은행 업무를 지원하는 방식과 비슷하게 이뤄지는 듯하다. 가해자는 보호자를 자처하며 본인 동행 하에 전표와 같은 서류를 대신 작성한다. 다행인 점은 은행은 결코 예금주 본인이 아니면 신분증을 대신 가져오는 것 따위의 수법으로는 절대 창구에서 은행 업무를 진행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대피해장애인을 지원하다보면 간혹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방문하여 수년간의 의료기록을 열람할 때가 있다. 노동 착취를 하던 가해자들이 노동가능 여부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라면 노동력 손실을 우려해 학대피해당사자를 병원에 데려오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진료 과목이나 질환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경험이 많은 의사는 이것이 정상적인 환경에서 발생할 만한 질환은 아니라고 금방 알아챈다. 그러곤 동행한 사람에게 요즘 같이 공중위생의 개념이 확립되고 방역도 잘 되는 시대에 발병할 만한 질환은 아니라며 이 분이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생활하거나 방치됐냐고 되묻는다.

장애인 학대 피해는 행위자와 피해자가 발견돼 단기로 끝날 수 있을 사례도 지역사회 구성원의 무관심으로 피해가 장기화 되는 경우가 많다. 위기거주홈이 속한 지역사회 내에서 지역 주민에게 국정원 사무실로 오해 받은 건 해프닝으로 치더라도, 금융기관에서 은행 직원의 수상하다고 생각되는 직감이나, 병원에서 오히려 동행한 근무자에게 역으로 질문하던 의사선생님의 의문 같은, 즉 당사자들을 지원하면서 받았던 오해들은 다른 방향에서 본다면 우리 사회에서 학대피해를 근절 할 수 있는 작은 가능성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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