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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률 부풀리기로 뻥 뚫려버린 행정의 믿음오사카에서 온 편지
글과 사진. 변미양/지체장애인. 오사카 거주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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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0  10: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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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일본은 참으로 자연재해가 많은 나라라는 걸 새삼 실감하는 날들이었어요. 태풍에, 지진에, 집중호우에 하루가 멀다 하고 각지에서 쏟아지는 재해 관련 뉴스들, 특히 사상최대의 풍속을 기록했다는 태풍이 오사카를 직격하는 바람에 방안에서 후들후들 떨었답니다.

사진은 지난 9월 4일 태풍이 지나간 뒤 우리 집 지붕에서 떨어진 기왓장들이에요. 그리고 아래 사진에는 우리 집 두 채 건너 뒷골목에 줄지어 세워졌던 창고가 전부 부서져 난장판이 된 것을 큰아들과 친구가 같이 정리하고 있네요. 태풍이 불 때도 태풍이 지난간 뒤에도 이것저것 날아가는 소리에 떨고만 있을 뿐 뭘 어찌 해야 좋을지 그저 놀란 가슴을 추스르기에 정신이 없었는데, 일본에서 어려서부터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자연재해에 대비하고 그것을 감당해 나가는데 훈련이 되어 있어서 그런지 사후 처리, 정리, 복구에 대한 대처가 빠르더라고요. 우리 집도 처음 겪는 태풍 피해였지만 남편은 태풍이 지나간 후 재빠르게 집주변의 피해상황을 살펴보고, 정리정돈에 나서던데요.

그리고 동네 사람 서로서로가 미루지 않고 서둘러 정리하고 있었어요. 피해는 입었지만 그 피해의 영향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도록 말이에요. 나중에서야 사진을 보면서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안 저는 그저 고개가 숙여질 뿐이었어요. 그리고 정말 진심으로 식구들의 수고를 칭찬해 주고 싶어졌어요.

그런데 저를 비롯해 장애인들은 혼자의 힘으로만은 자연재해의 위험을 사전에 파악하기도 어렵고, 대피하기도 어렵고, 사후에 복구시키는 것도 어렵잖아요. 제 주변에도 자립생활 하는 장애인들이 있지만 어땠을까 걱정스러웠어요. 활동지원인이 가려고 해도 교통기관이 마비되면 순조롭게 가서 대응할 수 없으니까 자연재해가 닥쳤을 경우 장애인이 고립되지 않도록 사전에 파악하고 주변 지역사람들이 도움을 줄 수 있게 네트워크를 짠다는 계획의 이야기는 들었지만 여러 애로점이 많은 것 같아요. 이번 태풍을 경험하면서 다시 한 번 미리미리 많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걸, 닥친 다음에는 이미 늦어버린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어요.

   
 

태풍이 휩쓸고 간 물리적인 충격도 컸지만, 태풍보다 더 강력하게 일본 중앙정부의 신뢰를 뿌리째 뒤흔들어 버리는 실망스러운 일도 벌어졌답니다. 바로 ‘장애인고용률’을 조작한 것인데요. 지난 8월말 중앙행정기관 전체에서 3,460명에 이르는 장애인 고용수를 부풀렸다는 것이 발각돼 충격을 던졌죠. 무려 42년간에 걸쳐 행해져 온 것이라니 얼마나 기가 막혀요. 일본의 후생노동부 대신은 “솔선해서 장애인을 고용해야 할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태를 불러일으킨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깊이 사죄드린다”고 밝혔지만 그 이유와 원인에 대해서는 조사 중이라고만 얼버무릴 뿐, 일부에서 들리는 말로는 장애인의 범위 해석이 넓어 당뇨 등 질병이 있는 사람조차 장애인수에 넣었다고 해요.

일본에도 “장애인고용촉진법”이 있는데요, 그 43조 제1항에 따르면 종업원의 수가 45.5명 이상인 사업체에서는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법정고용률이 정해져 있습니다. 장애인에 관한 고용제도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60년 제정된 “신체장애인고용촉진법”, 그 후 1976년에 신체장애인의 고용이 의무화돼 한국보다는 빠른 변천의 역사가 있었다고 볼 수 있죠. 1987년 지적장애인도 고용대상에 포함되고, 이후 2018년에는 정신장애인도 법정고용률의 산정기준에 포함되도록 개정됐어요. 고용률도 조금씩 높아져 2018년 4월 현재의 법정고용률은 민간기업은 2.0%에서 2.2%로, 행정기관은 2.3%에서 2.5%로 높아졌고요.

이렇듯 장애인의 고용률을 개선시키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번에 밝혀진 조사결과에 의하면, 6월 현재 일본의 중앙행정 33기관 중 80%에 해당하는 27기관에서 고용률을 부풀려서 발표해 실제로는 법률로 정해진 2.3%(2017년)를 크게 밑도는 1.19%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26개의 기관은 고용률 미달, 17개 기관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해요. 가장 많은 숫자를 부풀린 곳은 국세청으로 1,022.5명. 다음으로는 법무성으로 539.5명(단시간 노동자는 1명을 0.5명으로 계산)이라고 하니 세금의 본보기를 보이고, 법의 위상을 바로 세워야 하는 가장 정직해야 하는 관청에서 이런 눈속임을 했다니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이에요. 민간기업에는 고용확대에 노력하라며 고용률에 미달하는 1인당 5만 엔의 납부금(정규직노동자 100명 이상의 기업)을 징수하면서, 중앙행정 기관 스스로는 후생노동성에 형식적인 보고만으로 눈속임을 해왔다는 거죠.

일본에는 300만 명의 신체장애인, 50만 명의 지적장애인, 200만 명의 정신장애인이 있다고 해요. 복지시설이나 복지 관련 단체에 과시적으로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기 전에 이들 장애인 당사자가 한사람이라도 더 참여하며 노동하고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줬으면 하는 바람을 이렇게 저버리다니. 이것은 단순한 일부 행정조직의 실수나 스캔들이 아니라, 조직 자체가 구태의연하고 고질적인 의식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장기간 만연해온 것이리라 추측돼요. 말로는 장애인과 더불어 일하며 사는 사회를 지향한다고 하면서도 그 의식 속에 장애인을 대하기가 번거롭다, 일을 수행하는 데 발목을 잡는다, 생산성이 떨어지고 효율적이지 않다는 차별적인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고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지요. ‘타산지석’이라고 한국에서는 이러한 추태를 결코 흉내 내지 않도록 제도와 시행에 있어서 빈틈이 없도록 잘 살피셔야 할 것 같아요.

내일 모레면 ‘한가위’ 추석, ‘365일 언제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다지만, 실망스럽고 쪼그라든 마음에 밝은 달빛만이라도 아낌없이 잘 비춰지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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