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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각시별이 쏘아 올린 ‘혐오’, 가로막힌 정신장애인의 생존권
글. 정신장애동료지원공동체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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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09  10: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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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과 상처를 보듬기 위해 이용된 정신장애인

‘여우각시별’은 인천공항 내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서로의 결핍과 상처를 보듬는 휴먼멜로 드라마입니다. 서로의 결핍과 상처를 보듬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온전한 이해와 더불어 인간 존엄성과 가치성에 대한 믿음이 전제돼야 합니다.

그러나 10월 1일 월요일, 여우각시별은 정신질환에 대한 온전한 이해도 없이, 그리고 정신장애 당사자에 대한 인간 존엄성과 가치성에 대한 믿음도 없이 조현병 당사자를 묘사했습니다. 조현병 당사자를 공항에서 길을 잃은 어린아이로 비유하고 약을 먹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인지능력이 떨어지고 폭력적인 모습으로 묘사했습니다.

여우각시별이 바라보는 정신장애인은 ‘제어할 수 없는 존재’, ‘격리돼야 할 존재’, ‘위험한 존재’였고, 드라마를 본많은 사람들이 정신장애인은 격리돼야 한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정신장애인을 향한 미디어 폭력이 자행된 것입니다.

누군가의 결핍과 상처를 보듬기 위해 타인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특히나 그 타인이 정신장애인처럼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적 소수자이며 약자인 경우에는 더욱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미디어가 이용한 정신장애인에 관한 사회적 편견은 드라마의 극적 전개를 위해 남용됨으로써 정신장애인이 한 인간으로 지역사회를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고 격리와 배제를 합리화하고 있습니다.

 

정신질환 포비아(공포증), 현실은?

드라마에서 묘사된 것과 달리, 실제 조현병 당사자가 폭력적이라는 실증적인 근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왠지 정신병이 있으면 충동적이고 난폭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셈이지요. 실제 통계를 보아도 정신장애인의 범죄 비율은 전체에서 1%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2016년 총 범죄자 1,847,605명 중 정신장애가 있는 범죄자는 고작 0.4%(8,287명)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정신과적 문제로 인해 소중한 삶을 포기해야만 하는 당사자의 수는 2012년 3,861명에서 2016년 4,713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경찰청 통계연보, 2016).

다양한 정신질환을 경험하고 있는 정신장애인은 미디어 매체가 조장하고 사람들이 재생산해낸 근거 없는 공포심으로 인해 사회적 편견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이 어쩌면 우리가 보고 싶지 않았던 진실일 수 있습니다. 정신장애인은 ‘정신장애’라는 이유만으로 직업을 선택하는 자유에서부터 소득을 보장받을 권리까지 박탈당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지요. 이것이 결코 올바른 사회의 모습은 아닐 것입니다.

 

미디어 매체가 남용한 ‘혐오’, 그리고 발생한 ‘차별’

혐오는 인간이 느끼는 감정입니다.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서 혐오는 중요한 감정적 동인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감정은 무섭거나, 불쾌하거나, 제거되어야 할 사물 또는 사람에게서 자주 등장합니다. 미국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Martha Nussbaum)은 이러한 혐오라는 감정에 순기능도 있지만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향할 때는 차별과 배제를 생산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성 나아가 평등성까지 훼손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합니다. 실제로 그녀의 경고처럼 미디어 매체가 정신장애인을 향해 남용한 ‘혐오’는 차별과 배제를 생산했고, 수많은 정신장애인의 인간 존엄성과 가치성 그리고 평등성이 짓밟혔습니다.

2016년 강남역 인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비참한 죽음을 맞이할 때, 언론매체 등 미디어는 정신장애인이 ‘범죄자’라는 혐오를 심어줬고 그 혐오는 정신장애 당사자가 함께 싸워 이뤄낸 강제입원 조항을 강화한 정신건강복지법의 발목을 잡을 뻔했습니다. 최근에도 조현병 당사자가 경찰관을 살해했다는 등 수많은 기사에서 드러난 혐오는 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인이 위험하기 때문에 함께 상생할 수 없다는 ‘차별’을 생산해냈습니다.

사람들은 미디어 매체가 남용한 혐오에 노출되며 무지한 상태에서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수용하고 인지합니다. 이로 인해 정신적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로부터 분리된 공간에서 거주하며 격리와 배제가 이루어지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정신장애인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

여우각시별에서 등장한 정신장애인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 주변,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정신장애 당사자 동료들은 단지 정신과적 고생이 있을 뿐이지 똑같이 존엄하고 가치 있는 사람입니다. 정신장애 당사자 동료들도 ‘어떻게 하면 직장을 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나중에 좋은 배필을 만나 ‘어떻게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릴까’를 걱정하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한편, 우리 정신장애인들은 병원에서의 강제입원· 장기입원 경험에 대한 상처와 세인의 편견과 차별 그리고 약물 부작용 등으로 인하여 지역사회에 살아갈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은 사람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으로 인해 타인과 소통하는 데 오히려 위축되고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정신장애인이 더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는 미디어 매체가 우리 사회가 배제하고 격리한 정신장애인의 삶에 보다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불공정하고 처절한 삶의 현장에 대해 고발하는 것이 공정하고 바른 미디어의 자세입니다. 나아가 정신장애인 스스로 지역사회 독립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이 해줄 수 있는 역할은 인간 존엄과 가치에 기초해 우리에게 응원의 목소리를 보태기 위한 ‘지역사회 생존권’이라는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것입니다.

끝으로 사회적 차별과 편견 속에서 긴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정신장애 당사자 동료와 가족분들에게 응원의 말씀을 올리며,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에 맞서 싸워 인간다운 삶을 쟁취하는데 여러분들의 힘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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