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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을 훈육이라 말하는 학교, ‘특수’에 담긴 비장애인 중심성인권이 던진 질문
글. 명숙/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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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12  11: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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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특수학교 서울 인강학교에서 벌어진 장애인 학생에 대한 폭력사건은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장애인당사자들이나 부모들은 장애학생에 대한 폭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며 답답해한다면, 비장애인들은 힘없는 장애인에게 어떻게 저렇게 폭력을 사용할 수 있냐며 분노했다. 무엇보다 폭력의 가해자들이 장애인특수학교 교사가 아니라 사회복무요원, 청년들이기에 충격을 더 받았던 거 같다.

이 사건은 한 사회복무요원이 다른 사회복무요원이 장애인을 폭행하는 것을 보고 제보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물론 그는 제보하기 전에 교사에게도 알렸지만 교사는 ‘내부고발’을 하면 배신자가 되는 건데 생활할 수 있겠냐며 은폐에 가까운 충고를 하기도 했다. 현재 가해한 사회복무요원 4명을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이 수사 중이고 보건복지부는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태백시에서 장애학생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전수조사를 했지만 인강학교의 폭력을 밝히지 못했으니 제대로 된 조사와 제대로 된 대책이 없는 한 도돌이표는 무한대로 무한시간 이어질 것이며, 장애인학생들은 폭력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근본적인 변화를 바란다면, 폭력이 개인의 잘못된 인성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차별과 권력에서 비롯된다는 걸 인식해야 대책도 제대로 나오지 않을까. 폭력을 만드는 차별의 구조에 대한 인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폭력을 훈육이라 부르는 ‘학교’

영상을 통해 알려진 가해자인 사회복무요원들의 행동과 인식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장애인 학생 한 명을 체격이 큰 사회복무요원이 때리기도 했고, 사물함에 가두기도 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폭력을 행사한 사회복무요원의 말이다. 지적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 폭력에 대한 감수성도 전혀 없는 발언이었다.

“100번을 말하면 (장애인학생의) 행동이 바뀌기는 하겠지요. 하지만 한두 번 때리면 바로 효과가 있어서 ….”

그의 말은 지적장애인의 행동을 교정시키기 위해 훈육수단으로 폭력을 쓴 것이라는 뜻이다. 어디선가 많이 듣던 말이다. 비장애인학생들에게 교사들이 폭력을 행사할 때도 폭력을 ‘훈육’이나 ‘지도’라 말했다. 오죽하면 ‘사랑의 매’라는 형용모순적 문구가 생겼겠는가.

사실 우리는 학교에서 폭력을 배우며 폭력에 익숙해졌다. 폭력의 행위자는 거의 정해져있고 폭력의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런데 대화가 아니라 물리적 폭력을 통해서 풀 수 있는 사람은 권력을 사용할 수 있는 자뿐이다. 학교에서 권력을 쥔 자는 교사이거나 힘이 센 학생이다.

누군가(학생) 잘못하면 다른 누군가(교사)가 때릴 수 있다는 걸 학교에서 배웠다. 그 ‘잘못’에는 학생이 공부를 못하거나 책상이 지저분하거나, 숙제를 안 해오고 옷을 자유롭게 입은 것 등이 포함됐다. 때로는 선생님 기분이 언짢다는 이유로도 맞았다. 어찌 보면 사소한 이유가 있으면 누군가는 타인의 몸에 마음대로 손을 대고 손상시켜도 된다고 가르친 것이다.

장애인특수학교라고 다르겠는가. 폭력감수성이 없는 교사들이 사회복무요원의 장애인학생 폭력사건에 대해 가벼이 여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이는 가해자와 제보자에 대한 학교 측의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더 팩트’라는 언론사에서 제보자와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제보자 A씨가 폭력에 대해 교사에게 얘기하자, 가해자는 교내에서 이미지가 좋은 사람이라며 “꿀밤 정도 때리는 모습을 찍어서 크게 부풀리는 거 아니냐”며 넘겨 버렸다. 영상이 공개된 뒤에도 그는 착한 사람인데 안타깝다며 가해자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반면 제보자 A 씨가 “근태가 좋지 않아”서 제보의 신빙성을 가리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제보가 들어오면 조사를 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개인적 편견과 평판에 기대어 폭력사건을 방치했다.

그러나 폭력이나 차별은 권력관계에서의 차이와 구체적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이므로 사건마다 가해자나 피해자는 다를 수 있다. 사회복무요원이 비장애인이자 교사인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원만하며 일을 잘해낼 수도 있지만, 다른 인간관계에서는 다른 태도를 보일 수 있다. 즉 자신보다 힘이 없는 학생이나 장애인에게 차별을 행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런데도 가해자가 이미지가 좋다는 이유로, 폭력사건 제보를 받고도 조사하지 않은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진 학교도 많아 학교에서의 체벌, 폭력이 어느 정도 줄어들기는 했겠지만 사라지지는 않았다. 여전히 비장애인학생들도 폭력에 익숙한 공간이 학교인 셈이다. 폭력을 재생산하는 학교, 교사들의 폭력에 관용하는 문화가 남아있는 한 장애인학생에 대한 폭력은 사라지기 어렵다.

 

특수교사 부족, ‘특수’에 담긴 비장애인 중심성

여기에 더해 학교의 지적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폭력을 아무렇지 않은 일로 여기게 만들었다. 장애인 차별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이라도 있었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군복무를 대신해 사회복지시설이나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사회복무요원들은 인권교육도 받지 않았고 장애특성에 대해서도 배우지 않았다. 장애학생들의 등교와 수업을 돕는 업무를 하는 인강학교의 13명의 사회복무요원 중 사회복지 관련 전공자는 아무도 없다. 그런 상태에서 그들이 배우는 것은 학교 선생들의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태도와 문화가 아니었을까. 복무청은 이제 직무교육과 복무지도관도 확충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장애인특수학교에서 전문성도 없는 사회복무요원이 일했을까. 사회복무요원이 아니라 특수교사를 배치해야 하지만 사립 특수학교에서는 비용의 문제로 그러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복무요원이 배치된 전국 특수학교 150개, 1460명이다. 사회복무요원을 대신해 특수교육실무사를 쓸 경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이번 사건으로 빠진 사회복무요원 대신 5명의 특수교육실무사를 활용하는데 책정한 서울시교육청 예산이 3억 90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결국 재정의 문제로 특수학교에서 특수교사를 고용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와 관행이 낳은 비극이다. 관리 감독만으로 뿌리 뽑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2017년 기준 특수학교 법정 정원 확보율은 67.2%(법정 정원 1만8265명, 배정 인원 1만2269명)에 불과했다. 장애인 등 교육에 관한 특수교육법에 따르면 특수교육대상자 4명당 담당교사 1명이 배치돼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학교는 많다. 특수교사는 장애인학생의 교육권 보장에서 중요한 문제다. 아무리 특수학교나 특수학급을 많이 만들어도 특수교사가 없다면 학교는 그저 장애인을 모아두고 방치하는 공간 이상의 의미가 없게 된다.

그렇다면 왜 특수교사는 덜 뽑는 것인가? 단지 예산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예산 문제 뒤에 특수교사를 장애인의 보편적 권리가 아니라 ‘특수한 권리’로 보기 때문은 아닐까. 인권은 언제나 보편성을 표방했다. 그것이 설령 특정 계급의 이해만을 담고 있더라도 보편성을 표방한 이유는 인권의 지향이 누구에게나 언제 어디서나 평등하게 보장돼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의 약자들은 왜 우리의 권리는 보장되지 않는지 외치며 싸웠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장애인의 교육권을 ‘특수’라는 말 속에 숨긴 것은 아닐까. 차이를 강조하는 차별만이 아니라 차이를 무시하는 것도 차별이다. 장애인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서는 특수교사가 필요하다. 장애유형을 이해하고 장애인과 소통할 수 있는 특수교사는 인권의 보편성과 거리가 먼 것처럼 오해하기 쉽다. 특수교사의 ‘특수’라는 수식어는 어쩌면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제도의 시선이 만든 명명은 아닐까. 특수교사는 충분히 뽑지 않아도 되는 특별한 다시 말해 예외로 해도 비난받지 않도록 말이다.

비장애인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는 일반교사이고 장애인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는 특수교사라고 일컫는 것 기준 자체가 이미 비장애인이 아닌가. 특수교사를 특권으로 이해하는 정부와 사회가 특수교사를 장애인의 보편적 권리로 이해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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