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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에 기반한 장애인식전환교육장애학회
글. 우충완/장애학 연구자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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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04  16:5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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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론

올바른 장애관 형성은 사회통합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김병하, 2015;김수연, 2017’조창빈, 염현선, 2016; 우충완, 2012, 2015). 사회 각계의 현장에서 장애인과 함께 하는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의 ‘다름’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며 공감과 협력에 기반한 실천에 등한시하거나 꺼려한다면, 진정한 사회통합은 실현되기 어려울뿐더러 사회 구성원 간의 갈등과 반목을 영속화하여 공동체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태도함양을 위해 학교 및 각종 사회기관 등에서 장애인식개선교육(장애이해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이수연 등(2013)은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장애에 대한 오개념과 이로 인한 오해를 바로잡아주고 편견을 없앨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긍정적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역경을 딛고 희망적인 삶을 사는 장애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교육(p. 20)이라고 정의한다. 비장애인을 주 학습대상자로 설정하는 장애인식개선교육 프로그램은 모의장애체험활동, 장애 관련 시청각자료 감상, 장애인시설 및 기관 방문, 그림, 포스터, 표어, 및 글짓기, 장애인 초청 강연, 역할놀이 및 연극활동 등으로 구성된다(김성애, 2014).

그러나 여러 측면에서 모의장애체험을 비롯한 장애인식개선교육 활동들에 대해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장애의 사회적인 측면보다는 의료적인 측면과 중재•치료 모델을 직•간접적으로 강조한다는 점(김성애, 2014; 이대식, 김수연, 2013), 장애인의 복합적, 총체적 경험을 무미건조한 관찰자 또는 제3자 입장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점(신현기, 2014; 우충완, 2015), 마지막으로 장애를 구성하는 또 다른 중요한 개념인 정상성(normalcy)과 비장애(성)(able-bodiedness)에 대한 이해와 접근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우충완, 2015, 2017; Woo, 2015) 등이 문제의 핵심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문제점은 현 장애인식개선교육 프로그램의 대폭적인 수정 및 변경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장애인식개선교육은 지속되어야 할까? 올바른 장애관 형성 및 함양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까? 이런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는 새롭고 혁신적인 관점과 방법으로 기존의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II. 장애학 및 장애학적 관점 소개

최근 장애와 장애인을 둘러싼 담론의 패러다임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장애학(disability studies)이 있다. 장애학은 1960∼70년대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나타난 장애권리운동에 영향을 받아 조성된 학문분야다. 장애학은 장애를 결함 또는 질병으로 규정하고 중재, 치료, 제거 등을 통해 장애인을 정상화(normalization) 또는 규범화(normativity)를 시도하는 의료적 모델(medical model of disability)과 실천의 기본 전제와 가정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김병하, 2015; 조한진, 2011; Dacis, 2002, Smart, 2001).

장애학은 비장애 중심의 사회적 담론과 물리적 환경 등이 장애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회적 모델(social model of disability)과 장애를 성별, 인종, 계급, 종교, 성적 지향 등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정체성(identity)과 문화로 수용하는 소수자 모델(minority model of disability)을 지향한다(Berger, 2013; Garland-Thomson, 1997; Linton, 1998; Woo, 2012). 장애학은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당연시 여겨온 장애와 장애인과 관련한 모든 신념, 과정과 실천의 네트워크, 즉 비장애 중심주의(ableism)에 의문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Campbell, 2009; Siebers, 2008; Woo, 2015). 장애학적 관점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김병하, 2015; Garland-Thomson, 1997; Linton, 1998; Woo, 2012).

첫째, 대항 패권적 특성을 갖는다. 둘째, 장애인의 목소리와 경험을 중시한다. 셋째, 자기반영과 성찰이 매우 강한 편이다. 넷째, 통합적이고 열린 공간의 성격을 띤다. 다섯째, 공감, 협력과 연대를 중시한다. 장애학은 인간존엄을 바탕으로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동등한 가치 보장 행복추구를 존재의 이유로 갖는다.

 

III . 장애학적 관점에 의거한 비/장애체험활동

필자는 현 장애인식개선교육의 비평적 대안으로서 장애학적 관점에 근거한 장애인식전환교육을 제안한다. 장애인식전환교육은 비/장애체험과 비평창작 연극활동으로 구성된다. 장애인식전환교육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장애인식전환교육은 학습 참여자가 장애 관련 체험 및 문학•예술활동 등과 이에 수반되는 관련 토의에 직접 참여하며 다양한 측면과 맥락에서 장애와 장애인이 만드는 지식, 경험과 사회적 쟁점(issue)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참여자의 비판적 사고력과 공감력과 협력을 증진시켜 비평적 시민(criticalcitizen)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장애인식전환교육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닌다. 첫째, 학습 참여자가 다양한 관점과 맥락에서 장애와 장애인을 바라볼 수 있게끔 고안•설계되어 있다. 둘째, 다양한 활동과 과제 및 관련 토의를 통해 참여자의 능동적, 주체적 참여를 도모한다. 셋째, 기존의 장애인식개선교육 활동 및 교육도구들을 비평적으로 재활용/재해석/재구성한다. 넷째, 참여자가 평소 당연시 여기는 것(ex. 비장애, 정상성 등)을 직•간접적으로 지각하게 하고 그것들에 대해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도록 하여 장애와 비장애를 상관관계 속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마지막으로, 참여자가 공감과 협력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고취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장애인식전환교육의 첫 주자인 비/장애체험활동은 주류 및 비주류적 체험활동으로 구성된다. 먼저, 주류적 체험활동은 기존의 모의장애체험활동을 지칭한다. 구체적인 주류적 활동들로는 휠체어 또는 목발을 사용하여 일정구간 이동하기(지체장애), 안대 착용하고 흰 지팡이를 사용하여 일정 구간 이동하기(시각장애), 팔 또는 다리를 일시적으로 결박한 채 일상생활하기(절단장애), 귀마개하고 받아쓰기(청각장애) 등이 있다. 주류적 체험활동은 장애를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이 장애인의 내부, 예를 들어, 시각 및 지체 기능 손상 등 신체적 결함에서 비롯된다는 의료적 모델을 전제한다는 학자들의 주장을 근거로 하여 비/장애 체험활동에 포함됐다.

반면 비주류적 체험활동은 모의장애체험활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롭게 재해석하기 위해 고안•설계됐다. 비주류적 체험활동은 장애가 비장애 중심적인 태도 및 실천 행위와 물리적 환경 등 사회적 요인으로 만들어 진다는 사회적 모델과 모든 인간은 장애유무를 막론하고 취약하고 의존적인 존재라는 “잠정적 비장애인” 또는 “예비 장애인(temporarily ablebodied)”이라는 이론적 개념(Zola, 1993)에 영감을 받아 고안됐다. 구체적인 비주류적 체험활동들로는 이쑤시개로 즉석밥 먹기, 색종이에 직선, 곡선과 도형을 그리고 손으로 자르기, 몽당연필로 글쓰기, 국자/주걱으로 요거트 음료 마시기, 아동용 신발 착용하고 일정 구간 이동하기, 아동용 세면•용변기구 사용하기, 꺼진(종이로 가려진) 컴퓨터 모니터 화면 보고 타자치기,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책 읽기 등을 들 수 있다. 비/장애체험활동은 기존의 주류적 장애체험활동과 전환적 의미의 비주류적 체험활동을 연계함으로써 참여자가각 활동을 비교•대조하여 수정적, 비평적, 통합적, 포괄적인 장애관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비/장애체험에서 참여자는 교차 형식으로 주류및 비주류적 체험활동에 참가한 후, 그룹 토의에 임한다.

비/장애체험활동에 참여한 A 교육대학교 예비초등교사(학부생) 142인의 반응일지를 질적방법으로 분석한 우충완(2015)의 연구에서, 참여자들의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태도 변화와 장애 관련 쟁점에 대한 자기반영적, 성찰적 접근이 나타났다. 평소 장애 관련 쟁점들이 자신들과 무관하다고 판단하거나 장애와 장애인에 대해 “불쌍함”, “생소함”과 “이질감”까지 가졌다고 진술한 참여자들은 비/장애체험활동을 통해 장애를 비롯한 장애 쟁점들을 좀 더 복합적인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자신들과 장애를 상관관계 속에서 수용하는 양상을 보였다.

 

IV. 결론

비/장애체험활동 등 장애인식전환교육은 장점과 잠재력을 동시에 갖고 있다. 비/장애체험활동활동은 참여자가 장애와 비장애를 다양하고 비판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사회적 의미의 장애는 물론 다름, 같음, 공감과 협력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이끌어 내는 부수적인 효과도 창출해낼 수 있다. 무엇보다 장애인식전환교육은 모의장애체험활동을 위시한 기존의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거나 폐지를 요구하지 않는다. 장애인식전환의 기본 취지는 기존의 활동과 교육도구 등을 수정•보완하고 비주류적 체험 등과 같은 전환적 활동과 결합하여 서로를 비교•대조함으로써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필자의 학술 연구(우충완, 2015, 2017)들에 참여한 비장애 참여자들은 장애인식전환활동을 학습하면서 장애에 대한 오개념 파악은 물론 장애와 장애 관련 쟁점에 대한 이해의 폭도 상당히 넓어졌다고 밝혔다. 특히 비주류적 체험의 각 활동 등 여러 과정에서 비장애와 정상성이 전경화 되어 있기 때문에 참여자는 장애와 비장애 또는 정상과 비정상을 상호 비교•대조하며 비평적인 장애관을 형성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식전환교육 활동은 여러 측면에서 수정•보완될 필요가 있다. 첫째, 학습자의 연령, 성별과 지식 수준 등에 따라 내용과 형식 측면에서 유연하게 수정 되어야 한다. 둘째, 장애인식전환교육 활동을 지도하는 교수자(강사)에 대한 교육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장애학적 관점과 토론에 대한 교수자의 전문성과 훈련이 부족하다면 장애인식전환의 잠재력을 구현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전문가 양성을 위한 세미나와 교과과정 개발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장애인식전환교육의 장애인 당사자 소외 및 배제 현상도 논의되어야 한다. 기존의 장애인식개선교육과 장애인식전환교육이 모두 비장애인을 주 학습대상자로 삼고 있기 때문에 장애인이 소외•배제될 가능성이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거나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 및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또한 장애인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한 장애 교수자 양성도 논의의 중요한 부분으로 염두해야 한다. 추후 장애인식전환교육과 관련하여 독자들의 활발한 토의와 후속 연구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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