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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훈/학대피해장애인지원센터 위기거주홈 간사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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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04  17:2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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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분들과 지내며 있었던 일 중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있다. 짧기도 하고 어떻게 전달해야 좋을지 몰라 미뤄왔던 몇 가지 에피소드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안 나와”

모두가 모인 위기거주홈 거실.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을 시청하시던 분들이 김연아 선수가 나타나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계셨다. 다들 김연아 선수 이야기를 하고 계시던 와중에 민근 씨(가명)가 무심히 말을 꺼냈다.

“...안 나와.”

“네?”

“...안 나온다고.”

“누가요?”

“아이! 답답한 사람아! 누구긴 누구야 김연아 안 나온다고!”

“진짜요?

“그려! 4년 전에 은퇴해서 안 나온다고! 거도 모르고 멍청하게 기다리고 있냐? 으이구 간사 바보다. 히히히.”

우연의 일치였을까? 그 분의 계산이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날은 정확하게 김연아 선수가 은퇴한지 4년 하고도 하루가 되는 날이었다.

 

내가 밥을 많이 먹는 이유

정수 씨(가명)는 마르고 왜소한 체격에 비해 식사량이 다른 분들의 갑절은 된다. 배가 고프신 건 아니고 늘 식사를 많이 하셔서 난 늘 의아했다.

“난 밥 많이 먹어야 돼!”

“많이 드셔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진태 씨(가명) 때려줄 거야!”

자세한 내막은 이러하다. 진태 씨는 키도 크고 힘도 세고 목소리도 크다. 예전부터 계셨던 생활시설에서도 대장 노릇도 하셨지만 정수 씨보다 나이는 4살이나 어리다. 하지만 진태 씨는 정수 씨를 동생취급하며 반말을 하며 대놓고 무시하는 바람에 정수 씨는 진태 씨에 대한 감정이 매우 좋지 않다. 밥을 많이 먹어 키가 커지고 힘이 세져서 진태 씨의 항복을 받아 내는 것이 정수 씨의 계획이었던 것이다.

 

이게 아닌데

아침에 길을 걷다보면 길에 각종 광고들이 떨어져 있다. 젊은 여성이 속옷만 입은 채로 앉아 있고 그 밑에 전화번호와 함께, “오빠 외로워요!” 이런 문구가 떨어져있는 성인광고들을 주워 모으시는 분이 있다.

“여기다 전화하셔도 이런 아가씨는 안 와요. 전화요금도 얼마나 비싼데요!”

난 당연히 그걸 버리실 줄로만 기대했는데 결과는 처참했다.

“불러봤어?”

“네?”

“아가씨 안 오는 거랑 전화요금 비싼 걸 간사가 어떻게 알아?”

“아… 그게 저 뉴스에서 봤어요.”

“전화해 봤으니까 아는 거지. 예끼 이 사람아, 거짓말하지 마!”

“아니에요! 전화해 본 적 없어요. 저 그런데다가 전화하는 취미 없어요.”

그날 그분은 끝끝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아니라고요!

 

화장실 청소

시골에서 올라오신 영식 씨(가명)는 도시생활을 해보신 적이 없어 위기거주홈 간사들의 도움을 받아 도시에서의 생활과 위생관념을 열심히 익히고 계셨다. 영식 씨가 화장실 청소를 두 달 전 부터 맡아서 하셨는데 어느 날 당사자분들과 영식 씨 사이에 큰 언쟁이 있었다. 몹시 기분이 상한 영식 씨는 방문을 닫고 들어가 나오지 않으셨다.

화장실 청소는 화장실용 솔로 청소하는 거라고 분명 배우셨는데 그만 잊어버리시고 ‘닦을만한’ 물건을 찾던 와중에 눈에 띈 건 욕실에 놓고 함께 쓰는 까슬까슬한 샤워 타월이었다. 영식 씨는 두 달 동안 다른 분들 모르게 목욕 용품으로 변기를 비롯한 욕실 바닥을 닦아 놓으셨던 것이다. 문을 닫고 청소하셨으니 무엇으로 청소하셨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던 것이었다.

 

   
 

뱃놀이

위기거주홈 단체 제주도 여행 중 있었던 일. 노를 저어 움직이는 카약 3개에 각각 두 명씩 나누어 탔는데 나와 같이 탄 분이 노를 젓기 싫다며 노를 출발지에 던져두고 오신 것이다. 결국 2인승 배를 혼자 노를 젓느라 힘이 들어 헉헉대다가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당사자 두 분이 탄 배는 서로 말다툼하느라 표류하고 있었고, 실장님이 타고 계시는 배는 의욕 넘치는 당사자분이 노를 젓기는 젓는데, 실장님께 힘차게 휘두르고 계셨다. 물세례는 덤이다. 완전히 큰대자로 뻗어버린 내 앞에 아까 같이 탄 당사자분이 신나서 말씀하신다.

“배 타니까 재미 좋대예! 또 타면 안 됩니까?”

“○○ 씨 배 두 번 타면 저 죽어요. 전 한 번으로 만족하렵니다.”

 

전복죽

작년 여름 간사님 한 분이 치과치료를 받고 계신 당사자분들의 아침식사로 전복죽을 끓여드리기 위해 전복을 열심히 손질하여 내장과 전복 알맹이를 분리해 내장만 따로 뒀다. 전복 자체도 맛있지만 내장이야 말로 전복의 진미가 아니던가.

다음날 출근하자마자 간사님이 전복 내장이 없어졌다며 열심히 찾고 계셨다. 한참 찾아 헤매던 간사님께 뒤늦게 당사자 한 분이 머리를 긁적이며 고백했다.

“쓰레긴 줄 알고 내가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렸어.”

 

찜질방

야간 근무하던 간사님에게 전해들은 이야기이다. 시골에서 사셨던 종규 씨(가명)는 서울 목욕탕에 처음 와 보셨다. 세상에 읍내에 있는 조그만 목욕탕만 있는 줄 알았는데 서울 목욕탕은 크기도 크고 좋다.

다 씻었더니 같이 온 간사가 찜질방이라는 데가 있다고 같이 가잔다. 근데 화장실이 너무 급해 종규 씨는 화장실에 갔다가 모두가 나간 방향으로 뒤 따라 가신다고 했다. 인솔하던 간사님이 종규 씨를 기다리다가 찜질방에 알몸으로 종규 씨가 나타나자 소스라치게 놀라 수건으로 바로 가려 다시 남탕으로 모셔가 찜질방 가운을 입고 오시게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진태 씨가 찜질방 안마의자에 정신이 팔려 종규 씨의 알몸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성격 괄괄한 진태 씨가 봤으면 평생 놀림거리 확정이었다.

 

진태 씨의 취미생활

어느 날 진태 씨가 안 보인다. 한참 찾았는데 진태 씨가 들어와 계셨다.

“어디 다녀오셨어요?”

“저번에 간데! 찜질방” “식사는요?” “먹었지!”

찜질방 다녀오셨다는 분이 머리에 까치집은 그대로고 냄새도 많이 났다. 뭔가 이상해서 진태 씨가 보여주신 영수증을 살펴봤더니 가운을 대여해 입고, 찜질방에 가서 안마의자 하시고, 계란을 실컷 드시고 오셨다.

그 이후에도 진태 씨는 자주 찜질방에 다니셨다. 안마의자 하시고, 계란도 드시고 오신다. 그 이후로도 씻지는 않으셨던 것 같다.

 

   
 

마치며

위기거주홈 짐을 정리하는 와중에 있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떠올리다가 여기서 있었던 일들을 기억나 소개해 보았다. 위기거주홈 시범 사업 종료를 앞두고 계시던 분들도 이제 한분씩 다른 곳으로 떠나가고 있다.

2년 동안의 시범사업 동안 위기거주홈은 학대피해장애인의 안전한 피난처로, 우리 근무자들의 지원을 받아 복잡하게 얽힌 피해 사실들을 완벽하지는 못하지만 일부 끊어내는 곳으로, 그 역할에 충실하고 본분을 다했다. 다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2년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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