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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에서 정신장애인의 삶을 말하다2018 실천연구대회 ‘장애인, 일상의 삶을 살다’
글. 배용진 기자 ◎ 사진. 정혜란 기자  |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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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06  13:3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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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에 산다’는 말은 비장애인 입장에서 다소 낯설다. 너무 당연해 언급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지역사회에 사는 건 찬반이 갈리는 토론 거리다. 정신장애인이 그렇다. 지난달 19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장애인, 일상의 삶을 살다’라는 표어로 2018 실천연구대회를 개최했다. 1부와 2부로 나뉘어 각각 정신장애인과 학대피해장애인의 삶을 이야기했다. 그중 1부 내용을 정리했다.

 

증상보다 힘든 갇힌 생활

정신장애인의 일상을 가로막는 첫째는 단연 강제입원이다. 강제입원은 물리적으로 정신장애인을 사회와 격리시킨다. 2018년 4월 기준 6만 6,523명이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 그 사람들 가운데 37.1%는 자기 의사와 무관히 입원했다. 작년 4월 총 입원자는 6만 6,958명, 비자의 입원율은 61.6%다. 일 년 사이 비자의 입원율이 크게 줄었다. 2016년 헌법재판소가 전원일치로 기존 강제입원 조항을 위헌 판결한 뒤, 이듬해 5월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되며 강제입원 요건과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그러나 자의·동의 입원으로 바뀌었을 뿐 여전히 많은 사람이 병원에 있다. 정신장애인 이길성 씨가 들려준 병원 생활은, ‘자의·동의로 병원에 있다’는 말을 의심케 한다.

“입원 전에는 정신병원이 폐쇄병동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모든 창문은 쇠창살로 막혀 있고 모든 출입문엔 잠금장치가 있었다. 모든 행동은 제한됐다. 병원에서 정한 시간에 밥을 먹고 씻고 불을 껐다. 소지품은 속옷 몇 벌과 치약, 비누가 다였다. 개인적인 물건은 소지하지 못했다. 보호사가 환자를, 환자가 다른 환자를 위협하고 때리기도 했다. 정신 증상보다 건물 안에 갇혀 있는 것이 힘들었다. 너무 답답했다. 증상이 좋아져도 보호자와 의사의 동의가 있어야 퇴원할 수 있다. 당사자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다.”

자유는 인간에게 기본 중 기본인 권리다. 군 생활이 괴로운 주요 이유는 자유가 없기 때문이다. 범죄자를 감옥에 가두는 건 사회에서 격리시키려는 목적만이 아니라 그 자체가 형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신장애는 범죄가 아니고, 정신장애가 구속을 덜 고통스럽게 하는 것도 아니다. 정신장애인은 사람이다. 비장애인은 너무 쉽게 격리를 말한다. 이길성 씨가 묻는다. “지금 머무는 건물 한 층에 하루만 있더라도 어떻겠습니까?”

 

절차는 있지만 목소리가 없다

올해 5월 ‘입원적합성심사’가 도입됐다. 강제입원이 발생하면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한 달 안에 그 입원이 적합한지 심사해야 한다. 첫 3개월 동안 8,495건 심사됐고 115건(1.4%)이 입원부적합 판정받았다. 심사 과정에서 당사자가 신청하면 조사원에게 직접 진술할 수 있지만 실제 대면조사가 이뤄진 건 16.5%뿐이다. 송승연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강사는 “정신장애인의 자유권을 복원하는 절차는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당사자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돕는 장치가 없다”며 영국의 IMHA 서비스를 소개했다.

IMHA(Independent Mental Health Advocacy)는 정신장애인이 법에 따른 권리를 이해하고 또 행사하도록 지원하는 권익옹호 서비스다. 권익옹호자는 병원에 가서 당사자를 만나고,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입원·치료와 관련한 당사자 기록을 열람할 권한을 법으로 보장받는다. 이러한 권한은 당연히 당사자의 요청이나 동의가 선행돼야 행사할 수 있다. 영국은 이 서비스를 2009년부터 시행했다. 당사자와 치료자의 가교 역할을 한다는 긍정적 평가도, 간섭하는 아마추어라는 비판도 있다. 송승연 강사는 “IMHA의 가장 중요한 점은 당사자 ‘대변’이다. 권익옹호자는 대신 결정하지 않는다. 판단은 당사자가 한다”라고 강조했다.

 

집 찾아 떠도는 뜨내기 인생

일상이란 반복되는 생활이다. 단순화하면 사람은 일정 시간 일하고, 돌아와 집에서 쉬고, 사이사이 타인을 만나 교류하는 생활을 반복한다. 반복되는 생활의 중심에는 집이 있다. 2년간의 병원 생활 끝에 퇴원하게 됐지만 이길성 씨는 갈 곳이 없었다.

“동료 대부분이 고시원에서 생활한다. 한 사람이 누우면 가득 차는, 옆방과 복도의 소리가 그대로 들리는 곳이다. 고시원을 얻지 못하면 공동생활가정에서 생활한다. 기한은 3년이다. 그 후에는 행정구역이 다른 도시로 가야 한다. 살아본 적도 없고 살 거라고 상상도 못했던 곳으로,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떠돌이처럼 전국을 왔다갔다한다.” 이 씨는 이와 같은 삶은 뜨내기 인생이라며 말을 이었다.

“정신장애인은 미혼이 많다. 동거인이 많은 순서로 가산점을 주는 현재 임대주택·아파트 제도에서는 쉰 살이 넘어야 간신히 입주 기회가 생긴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나도 세 번이나 미역국을 먹었다. 살 집이 필요하다. 집이 없는데 어떻게 병원에서 나오고, 내 한몸 누일 곳 없이 어떻게 지역에서 살아가나.”

 

당사자 지원은 또 다른 당사자가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잘 정착하도록 지원하는 곳이 있다. 정신건강복지센터다. 2008년을 기점으로 정신건강복지센터는 급격히 증가했다. 그러나 정신병원 병상 수 감소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신석철 정신장애동료지원공동체 대표는 “근본적인 원인은 돈과 관련 있다. 병상 대부분은 시립병원이 운영한다. 따라서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 복귀하면 병원은 손실을 입는다. 그런데 정신건강복지센터를 민간에 위탁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고양이에게 물고기 목숨 맡기는 꼴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사자 단체 지원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당사자 단체는 우선 이해관계에서 독립적이다. 또 유사한 경험이 있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시설 사회복지사는 대부분 환각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고 한다. 증상에 대해 가족에게 이야기하기도 힘들다. 다른 당사자를 만나면 자기의 힘듦, 고통을 털어놓을 수 있다. 고통은 함께 나누면 절반이 된다.”

타인의 공감은 건강한 삶의 필수요소다. 겪어야만 공감하는 건 아니지만 비슷한 경험이 있으면 공감하기 쉽다. 특히 정신장애는 경험하지 않고 이해하기 어렵다. 애정이 무조건적 지지를 주기도 하지만 가족조차 이를 지속하기 힘들다. 정신장애를 가장 쉽게 그리고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건 정신장애를 겪는 당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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